[비즈한국]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운영사 스트리미)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를 둘러싸고 투자자와 고팍스 간 법적 분쟁이 발생했다. 최근 개인 투자자가 고팍스를 대상으로 고파이에 예치했던 비트코인을 돌려달라는 민사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한 후에도 고파이 피해 회복 시점은 불투명한 가운데, 소송전이 미칠 영향에 눈길이 쏠린다.
1월 30일 고파이 투자자 A 씨는 고팍스를 상대로 고파이에 예치한 비트코인 원금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A 씨가 돌려받지 못한 비트코인은 약 5.32개로, 3월 31일 종가(1억 327만 원) 기준 약 5억 4900만 원에 달한다.
고파이는 고팍스에서 운영한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로 일정 기간 가상자산을 보관하면 정해진 이자와 원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A 씨는 2022년 10월 고파이 상품 2개(고파이 131·132차)에 가입했다. 131차는 비트코인을 31일간 예치하면 연이율 1.25%, 132차는 비트코인을 183일 동안 예치하면 연이율 5%를 적용하는 상품이었다. A 씨는 131차에 비트코인 3.2개를, 132차에 약 5.07개를 예치했지만 미상환 사태가 발생하면서 원금과 이자를 모두 돌려받지 못했다. 2023년 8월 고팍스가 고파이 예치금과 이자 일부(37.3%)를 변제했지만 A 씨가 받지 못한 비트코인은 약 5.32개가 남았다.
A 씨는 “바이낸스 인수 이후에도 고파이 예치금 상환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 같아 소송에 나섰다. 피해 복구를 조건으로 고팍스를 인수했는데 지금은 말이 다르지 않나”라며 “법적으로 채권을 인정받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2월 초 소장을 받은 고팍스는 3월 6일 법원에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측의 변론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A 씨가 소송을 하더라도 피해액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투자자에게만 피해금을 상환하는 경우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고파이 미상환 사태는 2022년 11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유동성 문제로 파산하면서 발생했다. FTX를 통해 고파이 예치금을 운용하던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이 FTX 파산 여파로 연쇄 파산하면서, 고팍스도 고파이 예치금을 잃고 상환 책임을 안게 됐다. 이 사태로 예치금이 묶인 투자자는 3000명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에 놓인 고팍스 인수에 나선 곳은 글로벌 가상자산 사업자 바이낸스였다. 한국 시장 진출을 꾀하던 바이낸스는 고파이 피해금 상환을 전제로 2023년 2월 고팍스 지분 67.45%를 확보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사회 변경 신고 수리를 미루면서 2025년 10월에야 대주주 승인을 받았다. 그사이 바이낸스는 신고 수리 후 잔여 피해금을 상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바이낸스는 피해금 상환 의지를 보이면서도 제약에 대해 언급해 왔다. 2025년 12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바이낸스 블록체인 위크’에서 SB 세커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고팍스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 갱신이 고파이 사태 해결의 필수 전제 조건”이라며, 인수 완료를 위해서는 주주 및 법인 구조 정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정금융거래법상 VASP 라이선스는 3년마다 갱신되는데 고팍스는 2021년 12월 수리증 교부 이후 갱신을 기다리는 상태다.
상환 여부에 관심이 높아지자 바이낸스는 고파이 상환을 위한 자금 내역을 공개하기도 했다. 1월 29일 고팍스는 ‘고파이 예치 자산 보관 현황 안내’를 통해 △비트코인 775여 개 △이더리움 5766여 개 △솔라나 1493여 개 등 가상자산 11종의 보관 수량을 공지했다. 지갑 공개 이튿날 SE 세커 총괄은 해외 블록체인 매체를 통해 “2026년 내 고파이 상환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상환 지연을 두고 가상자산 지급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바이낸스가 코인을 지갑 간 이전하거나 법정화폐로 환전한 뒤 다시 코인으로 바꾸는 방법 등을 고려했지만, 도합 1000억 원이 넘는 거액인 만큼 지급 주체·세금·외환 규제 등의 제약이 있어 상환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로 인해 상환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정이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대주주 지분을 20~34%로 제한하는 논의가 나오면서다. 바이낸스의 경우 고팍스의 대주주 승인을 받는 데만 3년 가까이 걸렸는데, 규제가 생길 경우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이에 대해 SE 세커 총괄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규제 확정 시 전적으로 준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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