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후위기 대응이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전력 생산 구조를 저탄소 체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핵발전과 재생에너지를 탄소 중립의 두 축으로 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두 발전원이 실제로 상호 보완하며 공존할 수 있는지를 두고 학계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방한한 에너지 정책 분야의 세계적 석학 벤저민 K. 소바쿨(Benjamin K. Sovacool) 보스턴대 지구환경학 교수는 국회 강연에서 수십 년간의 글로벌 데이터를 근거로, 핵발전과 재생에너지는 구조적으로 양립하기 어려운 ‘경쟁 관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핵발전과 재생에너지, 왜 ‘한 바구니’에 담길 수 없나
국회 기후위기 탈탄소 경제포럼과 신규핵발전소 저지 전국비상행동은 3월 30일 소바쿨 교수를 초청해 ‘재생에너지와 핵발전은 공존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소바쿨 교수는 핵발전과 재생에너지를 결합한 포트폴리오 에너지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국가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핵발전 확대와 탄소 배출량 감소, 상관관계 없어
소바쿨 교수는 완전한 무탄소 에너지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발전소 가동 단계만이 아닌 원료 채굴부터 폐기물 처리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전주기 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를 통해 에너지원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핵발전의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은 kWh당 평균 66gCO₂e로, 풍력(34g)이나 태양광(50g)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우라늄 채굴·농축·연료 가공·발전소 건설 및 해체 등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핵발전 프로젝트, 경제성과 안전성 모두 불확실
소바쿨 교수는 핵발전의 비용과 안전성 문제도 짚었다. 1936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 180개 원자로 프로젝트를 분석한 결과, 97.2%에서 비용 초과가 발생했으며 평균 비용 상승률은 117.3%에 달했다. 풍력(8%)이나 태양광(1%)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그는 원인으로 △정부 주도 사업의 특성 △강화되는 규제 △기술 표준화 부재 △학습 효과 미흡을 꼽았다. 차세대 대안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도 업계의 낙관적 전망을 전제로 해도 기존 대형 원전 수준의 비용이 발생하며, 재생에너지보다 훨씬 비쌀 것으로 분석됐다.
핵발전은 대부분 시장 논리가 아니라 안보 관점에서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탓에 비용 절감이나 수익 창출의 유인이 약하다. 평균 건설 기간이 7.5년에 달하는 만큼, 그 사이 발생한 사고에 따른 규제 변화가 추가 비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잦다. 또한 발전소마다 설계와 특수성이 달라 표준화하기가 어렵고, 그에 따라 학습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도 더디게 나타난다는 것이 소바쿨 교수의 분석이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1950년부터 2014년까지 저탄소 에너지원별 사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발생한 사고 686건 가운데 48.8%가 풍력 관련 사고였다. 인명 피해의 경우 총 18만 2794명의 사망자 중 97.2%가 댐 붕괴 등 수력 발전 사고에서 발생했다.
반면 핵발전 사고의 특징은 발생 시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수반된다는 점이다. 저탄소 에너지원 사고로 인한 총 재산 피해액 2651억 달러(405조 원) 가운데 90.8%가 핵발전 사고에서 비롯됐다. 단위 전력 생산량(TWh) 대비 피해 규모를 따져봐도, 핵발전이 모든 에너지원 가운데 압도적으로 피해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강연 이후 질의응답에서도 전문가들의 비판적 시각이 이어졌다. 이준택 건국대 물리학과 명예교수는 “한국보다 일조량이 적은 독일조차 현재 재생에너지 비중이 50%를 넘는다”며 “간헐성 문제는 빠르게 저렴해지고 있는 에너지 저장 장치(ESS)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핵발전 확대가 오히려 재생에너지 성장을 가로막고 탄소 감축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정책 결정자들이 데이터에 근거한 선택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연장을 채웠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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