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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20대는 왜 제주로 갈까?

서울과 제주 모두 '자유의 공간'이지만 서울은 '관용도' 부족

2018.08.13(Mon) 09:53:04

[비즈한국]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7년 국내인구이동 결과’는 매우 흥미로운 데이터를 제공해준다. 전체 인구이동의 거의 40% 이상을 점유하는 한국의 20대는 어디로 이동했을까?

 

2017년 한 해 동안 한국의 20대는 세종시에 가장 많이 유입되었으며, 다음은 서울과 제주였다. 20대가 제주로 가는 것이 셀레브리티만의 영향은 아니다. 사진=JTBC ‘효리네 민박’


한국의 20대는 세종시에 가장 많이 유입되었으며, 다음은 서울과 제주 그리고 경기도 순서였다. 반면 30대는 달랐다. 세종시와 제주 그리고 경기도로 유입되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서울과 대전에서 가장 많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난다. 

 

30대의 인구 이동은 금방 이해가 된다. 왜냐하면 서울에서 전출한 사람의 대부분은 경기도와 인천, 그리고 충남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즉, 결혼을 하면서 서울보다 싼 값에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역으로 이동한다. 

 

한국 20대와 30대의 인구 이동(2017년 기준). 자료=통계청(2018.1.30), ‘2017년 국내인구이동 결과’


(공공부문에 취직한 사람을 제외한) 한국의 20대는 왜 서울과 제주로 이동하는가? 

 

이에 대한 일반적인 답변은 “대학과 직장이 그곳에 있으니까”가 되겠지만, 이 답변은 제주도로 이동하는 20대의 흐름은 설명하지 못한다. 이에 대해 최근에 읽은 책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는 매우 흥미로운 지적을 한다. 

 

사람들이 기업과 일자리를 쫓아간다는 전통적인 사고는 내가 보기에 더 이상 통하는 것 같지 않다. 기존의 경제 발전에 관한 지혜에 따라 (몰락하는 산업도시) 피츠버그 시 정부는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기업을 유치하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컨벤션센터와 2개의 빛나는 운동장도 지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기업이 찾는 것이 아니었다. 피츠버그를 떠나는 나의 제자들(당시 저자는 카네기멜론대학 교수였음)이나 다른 인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보스턴은 라이코스(지금은 없어진 인터넷 검색 기업)에 아무런 세금 감면이나 다른 유인책을 제공하지 않았다. 실제로 임대료에서부터 연봉까지 보스턴의 사업비용은 피츠버그보다 훨씬 더 높았다. -책 9쪽

 

피츠버그의 사례는 또 다른 궁금증을 제기한다. 땅값도 비싸고 기후도 비슷한데(겨울에는 보스턴도 만만찮게 춥다), 왜 라이코스는 보스턴으로 이동했을까? 

 

라이코스가 보스턴으로 회사를 이전한 이유는 이 회사에 필요한 인재들이 보스턴에 있었기 때문이다. (중략)

 

도시를 성공하게 만드는 핵심 포인트는 기업을 유치하는 게 아니라, 인재를 끌어들이고 유지하는 것이다. 창조적인 일을 하는 핵심 인재, 교사, 예술가와 그 이외 다양한 문화적 창조 활동가들은 고임금 일자리가 많거나 노동시장이 두터운 곳, 또는 만나서 데이트를 할 사람이 많은 곳, 즉 짝짓기 시장이 크거나 활기찬 장소, 그리고 훌륭한 레스토랑과 카페, 음악공간, 그 이외 해볼 만한 것들이 많은 곳에 거주하고 있었다. (중략)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대도시 지역은 이른바 ‘경제발전의 3T(기술·Technology, 인재·Talent, 관용·Tolerance)’ 측면에서 탁월한 곳이었다. 이들 성공적인 도시들은 첨단 기술산업의 중심지이며 인재를 배출하는 훌륭한 학교 시스템, 그리고 개방적이고 관용적이어서 성별, 인종, 민족, 성적 취향에 개의치 않고 인재를 끌어모으고 유지할 수 있었다. -책 9~10쪽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의 저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성공적인 도시를 만드는 3T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용‘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사람 중심, 장소 중심의 새로운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려면 그보다 도시를 생활하기 좋고 일하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작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보행자 입장을 고려한 친화적 거리, 자전거 도로, 공원, 신나는 예술과 음악 공간, 사람들이 카페와 레스토랑에 모일 수 있는 활기찬 지역을 만드는 것이다. 

 

도시는 경쟁력 있는 사업 환경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모든 유형의 개인과 가정―미혼자, 기혼자, 자녀가 있거나 없는 가정, 이성애자 또는 동성애자―이 매력을 느끼는 훌륭한 인적 환경이 필요하다. -책 11쪽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의 주장은 젊은 인구의 지속적인 유출로 고통받는 한국의 수많은 지방차치단체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른바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컨벤션센터나 대학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많은 돈을 투입하고 있지만, 젊은 사람들이 수도권과 제주로 몰리는 이유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이 크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가 서울 등 수도권에 모여드는 가장 큰 심리적 이유가 ‘익숙한 시선으로부터의 자유’ 때문이 아니냐는 이야기다. 전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거주하고 또 경쟁하는 과정에서 ‘누구의 아들’ 혹은 ‘어떤 집안의 딸’ 같은 관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특히 지역에서 네트워크의 이점을 누리지 못했던 사람들이라면 이 자유로움은 ‘기회’처럼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서울과 수도권이 그나마 ‘내 능력’으로 한번 승부를 걸어볼 만한 동네로 보일 수 있다. 물론 사회적 관계망에서 멀어진 데에서 발생하는 ‘소외감’ 문제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가 일단 학교나 직장 혹은 커뮤니티에 녹아들 수만 있다면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또 짝짓기 시장이 굉장히 크고 두텁다는 점도 이 소외감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서울이라고 해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이 뉴욕이나 런던 같은 세계적인 슈퍼스타 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면이 바로 ‘관용도’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인구는 매우 많으며, 노동시장의 두께 면에서도 일본 도쿄권을 제외하고는 세계 어느 곳에도 꿀리지 않는다. 그러나 서울이 이런 도시에 비해 더 매력적으로 부각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관용도에 있다. 다른 생각 혹은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너그럽게, 그리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부분은 아직 서울이 경쟁 도시들에게 뒤처지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세계의 슈퍼스타도시 순위. 자료=‘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46쪽


이런 면에서 최근 20대의 제주 이주는 참 흥미로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제주에 거주하던 몇몇 셀레브리티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제주살이’가 이제는 도도한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인구 유입이 지속되면서 주택가격이 급등하고 기존 공동체와의 불협화음도 나오지만, 어쩌겠는가. 젊은 세대가 유입되는 지역일수록, 그리고 그들이 자유롭다고 느끼는 세상일수록 ‘시대와의 불화’를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을! 

 

부디 제주의 사례로만 그치지 않고 (서울을 비롯한) 한국의 더 많은 도시들이 젊은 세대가 모여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환경을 제공해주는 경쟁을 펼치기를 바란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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