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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내고 늦게 받는 국민연금, 재정안정과 소득보장 갈림길

초고령화·저출산 겹쳐 개편 불가피…어떤 형태로든 후세대 부담 늘어

2018.08.14(Tue) 15:39:52

[비즈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연금 개편안이 일부 공개되면서 논란이 뜨겁다. 더 많은 돈을 더 오랫동안 내고, 연금은 더 늦게 받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어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지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당분간 진통은 지속될 전망이다.

 

17일 공청회에서는 ‘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 전체가 최초로 공개된다. 재정계산은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성을 평가하고 제도 운영 계획 전반을 수립하는 과정이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2003년부터 5년 단위로 실시되고 있으며, 올해가 네 번째다. 이번 정부는 지난해부터 민간 전문가 중심의 위원회(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 재정추계위원회)를 꾸려 관련 논의를 이어왔다. 그 중 일부가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 관계자​는 “전체 내용 발표를 앞두고 내용 일부가 흘러나오면서 오해가 커졌다. 위기 상황이 예측되니 미리 대책을 마련해두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개편안이 지금보다 돈을 더 내면서도 늦게 받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논란이 번지고 있다. 지난 7월 30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류근혁 연금정책국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30만 명이 100만 명 부양하는 시대 온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두 위원회는 최근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국민연금 재정이 지금대로라면 2057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2013년 3차 재정추계 때 예상했던 고갈 시점(2060년)보다 3년 빨라졌다.  

 

논란이 된 이유는 개혁 내용에 있다. 가입자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급격한 초고령화와 저출산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기금 고갈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어, 부담을 늘리는 구조가 불가피하다는 취지다. 

 

실제 2017년 기준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는 사람 2125만 명, 연금 받는 사람 415만 명이었지만, 2045년을 기점으로 1400만 명에서 균형을 이뤘다가 이후 받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634조 원 규모인 기금은 2043년에 2561조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급격히 줄어들고 2057년과 2058년 사이에 모두 소진된다.

 

결국 연금 수급자들이 ‘적정 연금’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가입자가 서로 부담을 나눠야 하는 셈이다. 다른 위원회 관계자는 “1차 베이비붐(1955~1963년) 출생자는 100만 명에 달하지만 올해 출생아는 30만 명으로 예상된다. 미래에는 30만 명이 100만 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라며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예측하고 후세대 부양 부담을 알고서도 방치하는 건 다음 세대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른 대안을 마련할 수도 있지만, 함께 부담을 나눌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 국민연금 개편안, 재정안정 vs 노후 소득보장

 

개혁안은 두 가지 상반된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는 재정안정에 초점이 맞춰졌고, 다른 하나는 노후소득 보장 강화가 중심이다. 보험료율 조정은 공통적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88년 3%에서 1993년 6%, 1998년 9%로 두 차례 상향 조정된 후 20년 동안 변동이 없었다.

 

첫 번째 개혁안은 현행 제도대로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에 대한 노후연금액 비율)을 2028년까지 40%(2018년 45%)로 떨어뜨리는 대신, 보험료를 2033년까지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12~13%까지 올리는 것이다. 수급연령도 2038년부터 5년마다 1세씩 올려 최종적으로 68세로 높인다. 재정안정에 방점을 찍은 방안이다. 이 경우 미래 세대는 현재 수급자보다 연금액이 줄어든다. 다만 부담은 한꺼번에 늘지 않고 단계적으로 조금씩 늘어난다. 

 

두 번째 방안은 소득대체율을 올해 기준(45%)으로 그대로 두고, 현재 9%인 보험료율을 당장 내년부터 1.8%포인트 올리는 것이다. 이 경우 노후보장 수준이 지금보다 더 높아진다. 다만 미래 세대는 현재 연금수급자만큼 급여액을 받을 수 있지만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 더 많이 내고 현재 수준을 받는 셈이다.

 

# 공은 국회로…​본격적인 사회적 합의 필요한 시점

 

보건복지부는 제도발전위원회의 국민연금 제도개선방안을 기초로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정부안)을 만들어 국무회의를 거쳐 문재인 대통령 승인을 받고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앞서의 두 가지 방안이 그대로 확정되지 않더라도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고 제도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자 ‘재정안정’에 방점을 찍을 것인지, 이번 정부가 강조하는 ‘노후 소득보장 기능’을 끌어올릴 것인지는 당분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앞서 국민연금 개혁은 지금까지 총 두 차례(1997년, 2008년) 이뤄졌는데, 대체로 기금 고갈에 따른 ‘재정안정’에 힘이 실리면서 ‘노후 소득보장 강화’ 방안이 밀렸다. 국민연금의 근본적인 취지는 노후 소득 보장에 있지만, 제도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뒤로 밀려난 것이다. 결국 노후에 받는 수령액이 줄거나, 수급 시기를 뒤로 늦추는 것으로 개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국민연금에 의존하는 인구가 그만큼 늘어난다. 이번엔 재정안정보다는 노후소득 보장 강화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있다. 인구 구성이 달라진 만큼 논의 내용도 달라질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다만 “보험료율 인상은 가입자뿐만 아니라 근로자 국민연금의 절반을 내고 있는 사용자(회사 등)와의 협의 등도 필요하다. 앞으로 본격적인 사회적 합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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