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속도전’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을 AI를 소비하는 나라가 아니라 지능을 수출하는 나라로 만들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대규모 투자 구상을 공개했다. 삼성은 광주를 차세대 반도체 생산 거점 후보지로 제시하며 전국 단위 투자 계획을 내놨고, SK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를 합쳐 총 2100조 원 규모의 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민간 투자를 정부가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를 밝히며,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한 국가 전략을 강조했다.
#삼성은 ‘광주’ SK는 ‘서남권’…AI 투자 지형도는
이날 보고회는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 방향을 제시하고, 삼성과 SK가 이에 맞춘 투자 계획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어 각 부처가 전력과 용수, 인허가 등 기반시설 지원 방안을 설명하며 정부와 기업의 역할을 구체화했다.
먼저 발표에 나선 이재용 회장은 AI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며 투자 속도를 높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은 “기흥·화성·평택에 이어 용인 국가산단 투자 일정도 많이 빨라졌고 새로운 단지를 준비해야 할 시점도 앞당겨졌다”며 “지금은 대통령 말씀처럼 속도전”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차세대 반도체 생산 거점 후보지로 광주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전력과 용수 확보 여건, 인력 수급,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인프라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후공정 투자 계획도 함께 공개했다. AI 반도체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필요한 첨단 패키징 공정은 천안과 온양 등 충청권에 집중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 AI와 그룹 내부 AI 데이터센터는 경북 구미를 중심으로 육성한다. 삼성SDI는 울산에서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BESS) 투자를 이어가고, 삼성중공업은 거제, 삼성전기는 부산, 바이오 사업은 인천 송도에 각각 투자를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기업과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모으면 대체 불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기술 혁신과 인재 양성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이 전국 단위 투자 구상을 내놓았다면, SK는 AI 시대를 겨냥한 초대형 투자 계획을 앞세웠다. 최태원 회장은 “AI 시대의 핵심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능을 생산하는 것”이라며 AI 데이터센터를 ‘AI 팩토리’로 정의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AI를 소비하는 나라가 아니라 지능을 수출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며 AI 인프라를 국가 경쟁력의 기반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SK는 2035년까지 총 15기가와트(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우선 전국 주요 거점에 5기가와트 규모를 단계적으로 조성한 뒤, 전력과 용수, 부지 여건을 고려해 10기가와트를 추가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대한 약 1000조 원의 투자 계획도 언급됐다.
이 자리에서는 구체적인 반도체 투자 계획도 공개됐다. SK하이닉스는 당초 2045년 완공을 목표로 했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최대 12년 앞당겨 조성하기로 했다. D램 생산 확대를 위해 용인에 약 600조 원, 낸드플래시 생산 확대를 위해 청주에 약 100조 원을 조기 집행하고, 이후에도 이어질 메모리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서남권에 약 400조 원을 투자해 새로운 생산 거점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은 “향후 10년 동안 SK는 연평균 100조 원 이상의 국내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며 “AI 데이터센터 1000조 원, 반도체 공급 확대 1100조 원 투자를 통해 대한민국 AI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대규모 투자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요구도 나왔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반도체 특별법 적용 범위 확대와 지방 산업단지의 교육·정주 여건 개선 필요성을 건의했고,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신속한 인허가와 안정적인 전력·용수 공급 체계 마련을 요청했다.
#“기업 투자에 정부가 기반 마련”…전력·용수·도시까지 패키지 지원
정부는 이날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3대 메가프로젝트의 핵심 축으로 제시하며 민간 투자를 뒷받침할 인프라와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보고회 첫 순서로 진행된 모두발언에서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대도약을 위한 삼각 축”으로 규정하며 “이를 하나로 묶어서 속도감 있게, 한국형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에 정부와 민간의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반도체 생산기지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산업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서남권을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육성해 국가 균형발전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도권과 서남권을 중심으로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충청권은 첨단 패키징, 동남권과 대경권은 소재·부품·장비 산업 거점으로 육성하는 전국 단위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향후 15년간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에 30조 원을 투입하고, 생산시설 확충과 함께 소부장 경쟁력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를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제시했다. 정부는 2029년까지 8.4기가와트(약 550조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2035년까지 10기가와트를 추가해 누적 1000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아울러 로봇과 자율주행, 제조 AI 등 피지컬 AI 산업 육성을 위해 공공 데이터 개방과 AI 모델 개발, 실증 환경 조성도 함께 추진한다.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에 필요한 기반시설 지원도 확대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용인 국가산단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AI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와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업 투자에 맞춰 산업단지와 주거, 교육, 문화시설을 함께 조성하는 기업 중심 도시 개발 모델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질의응답에서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둘러싼 용수 확보 문제도 다시 한번 거론됐다.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서남권에 확보하고 있는 댐 중에서 현재 여유량하고 일부 조정량을 하면 40만 톤에서 50만 톤 정도 된다.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댐, 발전용 댐, 농업용 댐을 활용하면 충분히 30만 톤 이상 활용이 가능하다”며 “서남권의 용수 공급에는 차질이 없도록 수자원공사에서 확실히 책임지겠다”고 발언했다.
기업들의 투자 여건과 기반시설 확충에 대한 건의도 이어졌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신속한 원스톱 행정 절차는 대통령이 직접 책임지겠다”며 청와대에 메가프로젝트 전담 조직을 설치해 인허가와 규제 개선을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장을 짓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교육과 의료, 문화 등 정주 여건까지 함께 갖춰 기업과 인재가 지역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보고회 직후 백브리핑에서 후속 일정과 정부 차원의 추진체계를 설명했다.
강 실장은 “오는 8월 11일 반도체특별법이 시행되면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위도 출범한다. 기업 프로젝트별로 관계부처가 모두 포함된 TF를 만들고, 청와대 내에도 전담관을 둬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일부터는 호남권·충청권·영남권에서 릴레이 국민보고회가 예정돼 있고, 각 기업들도 해당 권역에 대한 투자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번 투자로 소위 반도체 남방한계선이 붕괴됐고, 지방에서도 대규모 첨단산업이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어 다른 지역에도 추가투자가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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