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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AI 도서 방지' 약관 개정안, 출판업계 반발에 한 발 물러서

관련 없는 독소조항 포함, AI 도서 정의·판단 기준도 불명확…출판사 통제권 약화 우려도

2026.06.30(Tue) 17:16:51

[비즈한국] 교보문고가 인공지능(AI) 투명성 확보를 이유로 디지털 콘텐츠 이용약관 개정을 추진했다가 출판업계의 반발에 한 발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AI 생성 도서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개정 명분이었지만 손해배상 책임 강화와 일방적 판매 중단, 분쟁 전속 관할 지정 등 AI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조항까지 변경한 탓이다. 출판업계가 이에 반발해 공동 대응에 나서면서 양측은 최근 협의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교보문고가 6월 22일부터 AI 도서를 대여 서비스에서 배제하는 내용 등을 담은 약관 개정안을 시행하려 했으나 출판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잠정 보류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출판업계에 따르면 교보문고는 5월 20일 디지털 콘텐츠 파트너 시스템에 ‘디지털콘텐츠 통합계약서(디지털콘텐츠 이용약관) 개정안’을 공지했다. 교보문고는 이용약관을 개정하는 이유를 인공지능(AI) 투명성 확보로 명시했다. 디지털 콘텐츠에는 종이책을 디지털 기기에서 읽을 수 있도록 변환한 전자책,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한 웹 콘텐츠, 오디오·동영상북 등이 있다.

 

그러나 출판업계는 개정 약관이 출판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을 담고 있다며 반발했다. 약관 변경 시 출판업계의 피해가 클 것으로 판단한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는 6월 10일 교보문고에 개정안 시행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약관 변경은 별도 동의 절차 없이 6월 22일부터 적용 예정이었으나, 항의 공문을 받은 교보문고는 개정안 시행을 잠정 보류했다. 

 

한국출판인회의에 따르면 개정 약관에는 다수의 독소 조항이 포함됐다. 한국출판인회의 측이 자체적으로 법률 검토를 받은 결과 약 8개 조항에 문제가 있었다. 이 가운데 2개(△AI 생성 도서 일률 배제 △AI 표시 기준 미명시·통제권 부재)는 AI 관련 조항이지만, 6개(△손해 입증 책임 가중 △권리 소멸 미통보 시 전부 면책, 전액 배상 △기존 구매 서비스 보장 전가 및 파일 보유 권한 과다 △일방적 판매 중단 가능 △분쟁 전속 관할 변경 △완결 조항)는 AI와 무관한 조항이었다.  

 

한국출판인회의 관계자는 “AI 관련 내용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출판사에 불리한 조항이 포함된 약관이었다.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업체가 많았을 것”이라며 “출판사가 피해를 볼 수 있는데 협의 없이 개정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봤다”라고 전했다.

 

개정 약관에는 AI 생성 도서를 회원·B2B 대여 서비스에서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조항이 담겼다. 문제는 약관에 AI 생성 도서의 정의나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는 “최근 나오는 전자책에서는 AI로 목차를 만들 수도, 표지나 삽화를 만들어 넣을 수도 있다. AI로 교열하거나 아예 원고 자체를 AI로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AI 사용 범위가 굉장히 넓은데 어디까지 제한하는지 명확하지 않았다”라고 짚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등은 교보문고 디지털 콘텐츠 이용약관의 개정을 앞두고 회원사에 검토와 이의제기를 당부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사진=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측은 콘텐츠 불법 유통으로 인한 피해를 출판사에 입증하도록 한 조항도 문제로 꼽았다. 기존 조항에서는 피해를 ‘소명’하라고 명시했으나 개정안에서는 ‘객관적으로 입증’하라고 바꾼 것. 2023년 알라딘 서점에서 전자책 72만 권이 유출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으나 당시에도 출판사가 보상받기까지 잡음이 있었다. 한국출판인회의 측은 “콘텐츠가 유출된 출판사 쪽에서 로그 등 유출 증거를 확보하기는 어렵다. 정보 자체가 비대칭적이다”라며 “손해를 본 쪽에 책임 입증을 강화하는 조항으로 사실상 배상 청구가 막힐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독소 조항 중에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관할을 양측 협의로 정하는 것이 아닌, 교보문고 본점이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전속으로 변경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업계는 이 조항이 시행되면 수도권 외 지역에 있는 소규모 출판사는 지역을 오가는 부담이 커, 권리 구제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했다.

 

디지털 콘텐츠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교보문고가 재량에 따라 판매를 중단할 수 있는 조항도 있었다. 출판업계는 환불 요청 등 소비자와 분쟁이 발생하면 사전 통지나 소명, 이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판매를 중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짚었다.

 

양측은 최근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 협의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교보문고와 출판업계는 6월 25일 디지털 콘텐츠 이용약관 개정 방향과 관련해 면담했다. 교보문고는 업계의 우려를 인정하고 개정안 시행을 정식으로 보류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양측의 의견을 교환하고 검토한 자리였다”며 “수정 방향 등을 정한 것은 아니며 향후 의견을 조율하고 협의하려 한다”고 말했다. 

 

출판업계는 AI 생성 도서로 인한 문제를 막아야 한다는 개정안 취지에는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는 “AI로 제작한 도서의 표시 방법이나 관련 문제에 관해서는 양측 모두 공감대가 형성됐다. 처음 약관 개정의 목적이 AI 투명성 확보였으니 해당 사항은 함께 풀어가기로 했다”며 “나머지 사항에 관해서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내부적으로 재검토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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