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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브랜드] 제네시스, 말이 아닌 결과로 빚어낸 럭셔리의 가치

말로 하는 설명은 충분하지 않다…경험을 통해 가치를 직접 증명하라

2026.07.01(Wed) 15:32:33

[비즈한국] 브랜드가 상품을 넘어 감각과 경험, 태도로 기억되는 시대, 이제 사람들은 무엇을 사는지보다 무엇에 끌리고 어떤 경험을 기억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비즈한국은 브랜드 커뮤니티 비마이비와 함께 매월 ‘이달의 브랜드’를 선보인다. 비마이비가 포착한 브랜드의 새로운 감각과 흐름을 독자들에게 전하며, 지금 주목받는 브랜드가 왜 선택받았는지 그 맥락까지 함께 들여다본다.

 

브랜드가 제품을 넘어 경험을 파는 시대를 지나, 이제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현실로 옮기는 시대가 됐다. 좋은 브랜드는 더 이상 철학을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공간을 만들고, 콘텐츠를 만들고, 사람을 참여시키면서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한다.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시간을 보내고, 기억을 만들며 관계를 맺는다.

 

2026년 6월 주목받은 브랜드들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제네시스는 르망 24시 완주를 통해 ‘럭셔리’​를 넘어 ‘​도전하는 기술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증명했고, 에르메스는 180년 넘는 브랜드 역사를 방탈출 게임으로 풀어내며 헤리티지를 놀이로 바꿨다. 퐁피두센터 한화는 미술관을 전시만 보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와 미식, 휴식이 함께 머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확장했고, 오리지널비어컴퍼니는 맥주를 ‘​기억할 만한 순간’​과 연결하며 브랜드 경험을 넓혔다. 스크럽 대디 역시 평범한 수세미에 캐릭터 세계관을 입혀 집안일마저 하나의 놀이처럼 만들었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다섯 브랜드 모두 제품이나 서비스를 앞세우기보다 브랜드가 가진 철학과 기술력, 헤리티지, 캐릭터를 사람들이 직접 경험하도록 설계했다. 브랜드의 이야기를 읽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놀고, 머물고, 참여하게 만든 것이다.

 

브랜드 커뮤니티 비마이비는 2026년 6월 ‘이달의 브랜드’​로 제네시스, 에르메스, 오리지널비어컴퍼니, 퐁피두센터 한화, 스크럽 대디를 선정했다. 선정 분야는 각각 ‘​쓰고’​, ‘​입고’​, ‘​먹고’​, ‘​머물고’​, ‘​즐기고’​다. 비마이비는 매월 일상 속 브랜드를 대상으로 아이덴티티, 시의성, 차별성, 커뮤니케이션, 화제성 등을 기준으로 주목할 만한 사례를 선정한다.

 

이번에 선정된 브랜드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세계관의 현실화’​다. 브랜드가 가진 역사와 기술, 철학, 캐릭터를 제품 설명에 머물게 하지 않고 공간과 콘텐츠, 이벤트로 구현해 소비자가 직접 경험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이제 브랜드는 자신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브랜드 안에서 시간을 보내게 만드는 능력으로 경쟁하고 있다.

 

#입고: 명품의 헤리티지를 게임으로 풀어낸 ‘에르메스’


에르메스는 브랜드의 역사와 헤리티지를 방탈출 형식의 체험 전시로 풀어내며 새로운 몰입 경험을 제공했다. 사진=비마이비 제공

 

‘입고’ 부문에 선정된 에르메스는 명품 브랜드가 고객과 만나는 방식을 한 단계 확장했다. 지난 6월 서울 DDP 아트홀에서 열린 체험형 전시 ‘미스터리 앳 더 그룸즈(Mystery at the Grooms)’는 ‘에르메스 방탈출’로 불리며 큰 화제를 모았다.

 

관람객은 마부의 저택을 배경으로 탐정이 돼 여섯 개의 방을 오가며 단서를 찾고, 에르메스를 상징하는 말 모티프를 발견하는 미션을 수행한다. 승마복을 입은 배우들의 연기와 몰입감 있는 스토리텔링이 더해지면서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하나의 연극을 체험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했다.

 

흥미로운 점은 전시장 어디에서도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죽과 실크, 식기 등 에르메스의 제품은 저택의 소품처럼 자연스럽게 배치됐다. 관람객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브랜드의 상징과 헤리티지를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 1837년 마구 공방에서 출발한 브랜드의 역사를 긴 설명 없이 체험으로 전달한 셈이다.

 

이 전시는 상하이와 뉴욕, 도쿄를 거쳐 서울에 도착했다. 장인의 제작 과정을 보여줬던 기존 전시와 달리 이번에는 브랜드의 역사 자체를 하나의 놀이로 바꿨다. 제품을 감상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브랜드 안으로 직접 들어오게 만든 경험 설계라는 점에서, 에르메스는 하이엔드 브랜드가 소비자와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줬다.

 

#먹고: 맥주보다 ‘기억할 만한 순간’을 판 ‘오리지널비어컴퍼니’


오리지널비어컴퍼니는 ‘기억할 만한 순간’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앞세워 맥주를 특별한 경험과 연결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진=비마이비 제공

 

‘먹고’ 부문에 선정된 오리지널비어컴퍼니(OBC)는 단순히 좋은 맥주를 만드는 브랜드에 머물지 않았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경험을 제품과 연결하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구축했다.

 

최근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잠실야구장에서 치맥을 즐기는 모습이 화제가 됐는데, 그의 손에 들려 있던 맥주 역시 OBC 제품이었다. 지난해 수제맥주 최초로 잠실야구장에 입점한 이후 브랜드 인지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2019년 출범한 OBC는 최상급 원료를 사용하고 비용보다 품질을 우선하는 전략을 고수한다. 유러피언 비어스타와 월드 비어 어워즈 등 세계적인 맥주 대회에서 수차례 수상하며 품질을 인정받았고, 샴페인 병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패키지 역시 최상의 맥주 컨디션을 위한 선택이다.

 

하지만 OBC를 차별화하는 것은 맥주 자체보다 브랜드 메시지다. ‘Memorable Moments(기억할 만한 순간)’라는 슬로건 아래 기념일 선물세트와 커스텀 병 서비스를 선보였고, 스포츠 현장에서도 같은 철학을 이어갔다. 골프 대회 후원과 애프터파티, 등산 후 비어파티 등을 통해 사람들과 특별한 순간을 공유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에는 캔맥주를 출시하며 소비자 접점을 넓혔다. 품질에 대한 고집은 유지하면서도 더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다. 좋은 맥주를 만드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좋은 기억을 만드는 브랜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OBC의 행보는 더욱 눈길을 끈다.

 

#머물고: 하루를 보내는 문화공간이 된 ‘퐁피두센터 한화’


퐁피두센터 한화는 전시와 미식, 쇼핑, 휴식을 결합해 하루 종일 머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됐다. 사진=비마이비 제공

 

‘머물고’ 부문에 선정된 퐁피두센터 한화는 미술관의 역할을 다시 정의했다. 단순히 전시를 보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와 식음, 휴식이 하나로 연결된 복합문화공간을 제시하며 새로운 경험을 만들었다.

 

한화문화재단이 프랑스 퐁피두센터와 협력해 선보인 퐁피두센터 한화는 63빌딩 별관을 전면 리모델링해 조성됐다. 개관전으로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공간 구성도 기존 미술관과 다르다. 대형 전시실뿐 아니라 오디토리엄과 교육 공간, 카페, 레스토랑, 야외 정원, 한강을 조망하는 휴게 공간까지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했다. 지하 상업공간인 ‘​63 컬처 앤드 고메 스트리트​’ 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관람객은 전시를 본 뒤 식사와 쇼핑까지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다.

 

결국 퐁피두센터 한화가 만든 것은 미술관이 아니라 ‘​머무는 경험​’이다. 문화와 상업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시대에 전시만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하루를 보내고 싶은 공간으로 설계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복합문화공간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즐기고: 집안일에 세계관을 입힌 ‘스크럽 대디’

 

생활용품에 캐릭터 세계관과 스토리텔링을 더해 집안일을 즐거운 경험으로 바꾼 스크럽대디. 사진=비마이비 제공

 

‘즐기고’ 부문에 선정된 스크럽 대디는 평범한 생활용품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수세미 하나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캐릭터와 스토리를 입혀 소비자가 즐기고 싶은 브랜드로 만들었다.

 

스크럽 대디는 미국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 ‘​샤크 탱크’​를 계기로 성장한 글로벌 청소용품 브랜드다. 웃는 얼굴 모양의 수세미로 잘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제품보다 브랜드 콘텐츠가 더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한국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해 개발한 신제품 ‘​스크럽 베이비’​는 출시 과정부터 하나의 이야기였다. 기존 제품인 스크럽 대디와 스크럽 마미가 임신과 출산을 하는 설정을 SNS 콘텐츠로 풀어내며 자연스럽게 신제품을 소개했다.

 

이번 잠실 롯데월드몰 팝업스토어 ‘​스크럽 대디 드림 하우스’​ 역시 같은 흐름이다. 브랜드는 제품을 진열하는 대신 스크럽 패밀리가 살아가는 집을 구현했다. 거실과 주방, 아이 방 등 집 안 곳곳을 둘러보며 제품을 발견하도록 만들었고, 소비자는 쇼핑보다 브랜드의 세계관을 체험하는 경험을 하게 됐다.

 

디즈니와 협업한 한정판 제품, 반려동물 콘셉트 상품 등도 자연스럽게 이 공간 안에 녹아들었다. 생활용품은 자칫 기능만으로 경쟁하기 쉬운 카테고리다. 하지만 스크럽 대디는 브랜드에 캐릭터와 서사를 더하면서 ‘​집안일도 즐거울 수 있다’​는 감정을 함께 팔고 있다. 단순한 수세미가 아니라 하나의 IP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쓰고: 기술력으로 브랜드 증명한 ‘제네시스’

 

제네시스는 르망 24시 완주를 통해 ‘인간 중심의 럭셔리’​에서 ‘​고성능 럭셔리’​로 브랜드 정체성을 확장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기술력과 도전 정신을 입증하며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존재감을 한층 키웠다. 사진=비마이비 제공

 

‘쓰고’ 부문에 선정된 제네시스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증명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내구 레이스인 ‘​르망 24시​’에서 완주에 성공하며 럭셔리 브랜드를 넘어 고성능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현실로 보여줬다.

 

르망 24시는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리며 차량의 내구성과 기술력을 겨루는 극한의 모터스포츠 무대다. 완주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받는 대회에서 제네시스는 도요타, 페라리, 포르셰 등 전통 강호들과 경쟁해 하이퍼카 클래스 1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신생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결과였다.

 

제네시스는 2015년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출범한 이후 디자인과 승차감, 정숙성을 중심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을 출범시키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럭셔리라는 이미지에 고성능과 모터스포츠라는 정체성을 더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번 르망 완주는 그 선언이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레이스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향후 양산차 개발에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레이스가 이벤트가 아니라 기술 개발의 과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는 감성을 이야기하기 쉽다. 그러나 제네시스는 감성에 기술력을 더하며 자신만의 차별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 스스로를 증명하려는 도전은 이제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되고 있다.

 

#6월의 브랜드 ‘제네시스

 

제네시스는 브랜드의 미래를 말로 설명하는 대신 결과로 증명했고, 레이스에서 얻은 기술을 양산차 개발로 연결하겠다는 방향성까지 제시했다. 끊임없는 도전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확장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에서, 제네시스는 2026년 6월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선정되기에 충분했다. 사진=비마이비 제공

 

비마이비가 6월의 브랜드로 제네시스를 선정한 이유는 단순히 르망 24시를 완주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도전은 제네시스가 앞으로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은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제네시스는 오랫동안 고급 세단과 SUV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 진정한 경쟁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디자인과 편의사양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력과 성능, 그리고 브랜드가 스스로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도전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르망 24시는 그 모든 요소를 가장 극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무대였다. 완주 자체가 기술력을 의미하는 대회에서 제네시스는 신생 브랜드라는 한계를 뛰어넘으며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동시에 레이스를 통해 축적한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놓으며 브랜드의 미래 방향도 분명히 했다.

 

브랜드의 힘은 결국 소비자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느냐에서 나온다. 제네시스는 이번 르망 완주를 통해 ‘고급차’​를 넘어 ‘​도전하는 기술 브랜드’​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얻었다. 럭셔리를 말하는 브랜드는 많지만, 세계 최고 무대에서 직접 실력을 증명한 브랜드는 많지 않다. 브랜드 철학을 말이 아닌 결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제네시스는 6월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선정되기에 충분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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