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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깔 땐 언제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에 증권업계 부글부글

수수료 연 5조~10조 예상…이찬진 금감원장 "증권사만 배불려" 발언에 '시끌'

2026.06.29(Mon) 13:08:39

[비즈한국]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과열 현상을 두고 한 발언이 증권업계에 작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찬진 원장은 지난 2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매매 회전율 등이 급등해 시장 불안정성과 변동성이 굉장히 심화한 상황”이라며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하나 후회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도박판에서 수수료 뜯는 사람만 돈을 버는데 증권사만 배불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증권사를 직격했다.

 

이를 놓고 증권업계에서는 ‘만만한 게 증권사냐’는 반발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레버리지 상품 필요성’ 발언 이후 금융당국이 해외로 나가는 자금을 잡겠다고 빠르게 추진해 놓고 이제 와서 증권사를 ‘악마화’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두고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하나 후회하고 있다”고 발언하자 증권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금융당국, 레버리지 ETF 과열에 당혹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도입한 것은 고환율을 낮추려는 목적이었다. 금융당국은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미국 증시(TQQQ, SOXL 등) 투자 흐름이 고환율·국내 증시 침체를 심화시킨다고 보고, 해외로 나가는 자금을 국내로 묶겠다는 목표 하에 2배 레버리지 ETF·ETN을 추진했다. 

 

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지금까지 나온 평가다. 환율은 1500원 밑으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찬진 원장도 기자간담회 때 “홍콩(증시에 상장된 유사 상품의 투자수요)으로부터 환류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효과는 별로 좋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반면 부작용은 너무 커진 부분에 정부 입장에서도 사실 고민이 많은 상태”라고 시인했다. 정책 효과가 기대한 것과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실제로 부작용이 상당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상장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하루 평균 매매 회전율은 122.5%에 달한다. 200%를 기록한 날도 있다. 통상 일반 주식형 ETF의 연간 회전율이 100% 안팎에서 형성되는 점을 고려할 때, 단 하루 만에 다른 ETF 상품의 일 년 치 거래가 이루어지는 극단적인 과열 상태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증권업계는 연간 매매 수수료로 5조~10조 원가량을 벌어들일 것으로 추산이 되는 상황. 이찬진 원장이 ‘증권사만 배불린다’는 발언을 한 배경이다.

 

#“만들라고 하더니” 할 말 많은 증권가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적잖은 반발이 나온다. 국내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유인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주도해 위험도가 높은 레버리지 상품 규제를 완화해놓고 증권사를 악마화 한다는 반발이다.

 

특히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는 자리를 만들지 않고 졸속으로 정책 판을 깔아놓은 뒤 막상 부작용이 속출하자 증권사에게 ‘도박판의 악당’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형 레버리지 보유 잔액은 23조 원으로, 한국인의 나스닥 3배 ETF(TQQQ) 보유 비중은 11%, 반도체지수 3배 ETF(SOXL) 보유 비중은 25%에 달한다. 한국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것을 고려했을 때 레버리지 상품에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특정 종목의 2배 변동성을 추종하는 상품은 기초자산의 당일 등락률에 따라 자산 가치가 급격히 변동하므로 지수 추종 레버리지 상품들보다 초단타 매매와 단기 투기성 자금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고민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처럼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투자자를 유인해야 한다고 정부와 금융당국이 주도하더니 이제 와서 리스크가 현실로 드러나니 1주일 만에 긴급 회의를 주재하고 금융당국 수장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증권사를 저격하는 게 금융선진국이냐”며 “국내 투자자들 성향을 정부가 알면서도 환율 안정 목적으로 빠르게 밀어붙였다면 정부의 완벽한 정책 실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유출된 개인 자금이 국내로 돌아올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된 국내 개인 자금은 5000억~1조 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애초에 환율 안정에 기여할 수준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증권사 부담이 커졌다는 반발도 나온다. ETF와 ETN 매매가 활성화된 만큼 부가 비용이 늘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짊어져야 할 농어촌특별세 및 교육세 등 세금 부담 역시 연간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거래 대금 비례로 징수되는 대기업 대상 사행성·교육 관련 세목도 있다. 또  증권사 실적 호황과 맞물려 ‘증권사에도 횡재세를 물릴 수 있다’는 우려가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종목이 전체 시총의 60%를 차지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라며 “문제는 이런 시점에 레버리지 상품까지 금융당국이 밀어붙여 놓고 투자자가 엄청나게 몰리자 투자자 대신 증권사를 비난한다면 증권사의 상품 자율성이 더 확대될 수 있겠냐”고 우려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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