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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대출 규제하면 부동산이 잡힐까?

유동성 증가가 집값 상승 원인? 한국·미국·영국 모두 집값 오른 뒤 대출 증가

2018.09.10(Mon) 10:05:18

[비즈한국]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주택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주택 가격 급등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로서 주택 가격 상승을 결정짓는 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네 가지 요인을 주로 꼽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득, 그다음으로 공급, 절대가격, 마지막으로 금리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주택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들. 사진=고성준 기자

 

최근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유동성 증가가 주택 가격을 이끌었다’는 주장에는 사실상 반대 입장인 셈이다. 왜 그럴까? 

 

한국의 경우 주택 가격이 상승한 다음 유동성이 후행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2001~2002년, 그리고 2006~2008년, 최근까지 늘 마찬가지였다.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서부터 담보대출이 증가하고 다시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가속자(accelerator)’ 역할을 한 셈이다.

 

한국 주택 가격 상승률과 예금은행 대출의 관계. 자료=한국은행 경제통계정보시스템( ECOS), KB부동산


우리만 그러한가? 그렇지 않다. 

 

최근 발표된 흥미로운 논문 “The effect of house prices on household borrowing: A new approach(주택 가격 상승이 가계의 차입에 미치는 영향: 새로운 접근)”은 부동산 가격이 상승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는 것은 미국이나 영국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아래의 그래프는 영국과 미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과 모기지 증가율을 보여주는데, 두 나라 모두 주택 가격이 상승한 후 모기지가 늘어난다.*

 

부동산 가격 상승률과 모기지 증가율-영국(왼쪽)과 미국.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담보대출이 증가하는가? 

 

주택 가격이 상승할 때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부의 효과(Wealth effect)로 집값이 상승하면 사람들이 소비가 크게 늘어난다는 것을 시사한다. 집값이 오르면 ‘자신이 부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이런 부의 효과는 실제 소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 논문의 저자들은 전혀 또 다른 요인, 바로 담보 효과(Collateral Effect)에서 소비 증가의 원인을 찾는다. ‘담보 효과’란 간단하게 말해,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은행에서 추가로 담보대출을 받기가 더 쉽고 또 이를 소비에 활용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는 2000년대 중반 나타난 미국의 호황을 거의 대부분 설명한다. 쉽게 이야기해 50만 달러 상당의 집에 30만 달러의 모기지를 가지고 있는 경우(LTV 60%), 이 집값이 100만 달러로 상승하면 LTV는 30%로 떨어질 것이다. 이때 이 가계가 30만 달러를 추가로 대출받아 LTV를 60%로 다시 조정하는 경우, 이 가계는 30만 달러에 달하는 소득이 새로 추가된다. 마치 주택을 은행처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셈이다. 

 

이를 ‘Home Equity Extraction’이라고 부른다. 주식 가격이 급등하면 ‘주식담보대출’의 여력이 확대되듯,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 이를 활용해 더 많은 돈을 인출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부동산 가격 상승률과 실질 소비지출 변화-영국(왼쪽)과 미국.

 

그런데 이 인과관계를 어떻게 분석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저자들은 2005~2015년의 영국 가계대출 통계를 전수 조사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쉽게 이야기해, 주택 가격의 상승이 나타날 때마다 동일 부동산을 대상으로 얼마나 많은 ‘부동산 추가 담보대출’이 발생했는지를 측정했던 것이다. 

 

그 결과는 아래의 왼쪽 그래프에 있는데, 탄력성이 약 0.2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주택 가격의 상승률이 높아질수록 동일 주택을 담보로 추가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20%씩 높아진다는 뜻이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LTV가 높은 집, 다시 말해 주택담보비율이 높은 가계일수록 이럴 가능성이 높았다. 예를 들어 LTV가 30% 이하인 주택들의 추가 담보대출 확률은 20% 정도였지만, 85% 이상인 가구의 주택 담보대출 추가 확률은 무려 60%를 넘어섰다(아래 오른쪽 그래프​). 

 

주택 가격 상승률에 따른 추가 담보 대출(Home Equity Extraction)의 확률 변화(왼쪽), LTV에 따른 주택 가격 상승률에 따른 추가 담보 대출(Home Equity Extraction) 탄력성.

 

결국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담보대출도 증가하며, 가계(특히 LTV가 높은)의 소비도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영국은 변동금리대출(Adjustable Mortgage)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사례를 분석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

 

참고로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단위 1주택자의 LTV는 52.2%였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한 ‘투기지역’ 1주택 보유자의 LTV는 47.9%에 그쳤다. 참고로 지난 연말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10% 가까이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대출 갈아타기’를 통한 추가적인 담보대출도 가능한 가구들이 속출하리라 생각된다. 이런 상황에서 LTV 규제를 30%, 아니 20%까지 내려야 할까? 

 

규제지역별 LTV 비율. 자료=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2017.12)​

 

지난 2017년 시행한 이른바 ‘8.2 대책’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에서 확인되듯, 유동성을 옥죄는 형태의 정책만으로는 서울 집값의 급등세를 잡을 수 없음을 겸허히 인정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부디 ‘유동성 증가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유발했다’는 식의 편견에서 벗어나서 서울 주택 시장의 과열을 억제할 적절한 대책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James Cloyne, Kilian Huber, Ethan Ilzetzki, Henrik Kleven(2018.8.31), “The effect of house prices on household borrowing: A new approach”, CEPR.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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