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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터키 경제는 왜 곤경에 처했을까?

에르도안 대통령 '진부함의 덫'에 빠져…개혁의지 살려 긴축정책 시행해야

2018.08.27(Mon) 10:43:36

[비즈한국] 최근 터키 경제가 모진 풍파에 시달리고 있다. 2018년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85% 상승했으며, 달러에 대한 리라 환율은 8월 13일 한때 달러당 7리라를 넘어섰을 정도다. 어쩌다 터키 경제는 이런 위험에 처하게 되었을까?

 

미국과 터키의 대립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때 안정세를 보였던 터키 리라화 가치도 다시 하락하고 있다. 지난 17일 터키 시내 한 환전소에 붙은 환율 전광판. 사진=연합뉴스


여러 이야기가 가능하겠지만, 세계적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신흥시장 부문 총괄사장 루치르 샤르마는 ‘리더십의 생명주기’에 주목하라고 권고한다.

 

어떤 나라를 전망할 때 “국가는 개혁가를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국가가 생명주기에서 어떤 자리를 점유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국가는 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쓸 때 더 나은 변화를 할 가능성이 높다. (중략)

 

두 번째 단계는 대중적 의지를 결집해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의 존재 유무를 알아보는 것이다. 대중의 의지는 광범위하고 주기적으로 변한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지도자가 대중의 변화 욕구를 구체적인 개혁 의제로 바꿔 놓을 수 있는 카리스마와 좋은 감각을 갖고 있을 때 가장 큰 영향을 발휘한다. (중략)

 

가장 상서롭지 못한 시기는 강력한 우방들과 현실에 안주하는 대중들에게 보상 차원에서 국고를 나눠줌으로써 권력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부패한 지도자들 하에서 생긴다. 호황은 진정한 개혁가들조차 오만하게 변해서 지나치게 오랫동안 권력에 집착하게 만든다. -‘애프터 크라이시스’ 110~111쪽

 

이 지적은 매우 유용하다. 신흥국에 등장한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는 위기를 극복하며 대중들의 신망을 얻어나갈 때에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는 게 보통이다. 바로 2003년 이후 장기 집권하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가장 좋은 사례다. 불과 6년 전 출간된 책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에서 루치르 샤르마는 터키 경제가 최고의 투자 대상 국가(브레이크아웃 네이션)로 부상하고 있다고 극찬한 바 있다.

 

(2003년 이후 에르도안이 이끄는) AK당이 집권한 이래로 터키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금리인하로 터키 리라화의 환율이 절하되자 터키산 수출품의 가격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중략) 미국과 이탈리아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포드와 피아트는 유럽사업 본부를 터키로 이전하고 이곳에서 연구개발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브레이크아웃 네이션’ 219쪽

 

그러나 이는 흘러간 옛 이야기에 불과하다. 아래의 그래프에 나타난 것처럼, 2011년 이후 환율이 6배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터키의 무역수지 적자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터키 무역수지와 달러/리라 환율. 자료=블룸버그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여러 답변이 가능하겠지만, 루치르 샤르마는 ‘장기집권에 따른 개혁 추진 강도의 약화’ 문제를 지적한다.

 

개혁이 새로운 지도자들의 주도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시간이 갈수록 개혁 추진 강도는 점점 더 떨어진다. 지도자들의 관심이 막대한 유산 유지, 혹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지급될 보상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이런 규칙과 관련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한 가지 간단한 방법은 지도자의 두 번째 임기보다는 첫 번째 임기 때 고강도 개혁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중략) 대부분의 칭송 받던 개혁가들 중 다수는 진부함의 덫에 빠졌다. -‘애프터 크라이시스’, 124~125쪽

 

터키는 그럼 어떤 덫에 빠져들었을까? 

 

여러 덫이 있겠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이 보기에 가장 심각한 것은 ‘긴축’ 정책 시행을 너무 머뭇거린 것을 들 수 있다. 아래의 그래프는 터키 정책금리의 흐름을 보여주는데, 15% 이상의 인플레가 벌어졌음에도 정책금리가 2018년 6월에야 17.75%로 인상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오랫동안 정책금리가 인플레 수준보다 낮게 유지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먼저 저축 의욕이 사라진다. 은행에 예금해봐야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손해인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저축할 사람은 없다. 물가가 오르기 전에 서둘러 사재기에 나서거나, 혹은 연줄 등을 이용해 최대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게 유리하다. 왜냐하면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대출 이자의 부담이 0에 수렴할 것이기 때문이다. 

 

터키 정책금리 추이. 자료=Trading Economics


저금리 국면이 오랫동안 유지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저금리 정책을 펼치면 인플레를 잡을 수 있다”는 새로운 경제이론을 주창한 데 있다.더 나아가 지난 7월 9일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의 사위인 베라트 알바이라크를 재무장관에 임명함으로써, 달러에 대한 리라화 환율의 급등을 촉발했다.** 이 조치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최근 터키 정부가 중앙은행 총재 임기를 5년간 보장하던 조항을 최근 삭제하는 등 ‘통화정책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높였기 때문이다.

 

물론 터키의 외환보유고가 1200억 달러를 넘어서고, 또 최근의 환율 급등으로 인해 무역수지 적자 폭이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에 IMF 등 국제기구에 구제금융을 즉각 신청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정책당국의 개혁의지가 약화되고 더 나아가 적절한 긴축정책을 시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또 다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터키 정책당국이 루치르 샤르마의 조언을 받아들여, ‘진부함의 덫’에서 빠져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Bloomberg(2017.12.15),​ ‘​Erdogan’s Eccentric Theory of Inflation Scores a Win in Turkey’​.

** 조선일보(2018.7.10), “​터키 대통령, 사위를 재무장관에 임명​리리화 가치 급락”​.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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