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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나] 'BTS가 온다' K-팝으로 뜨거운 베를린

9월 뮤직뱅크 공연으로 떠들썩…10월 방탄소년단 공연 예매 10분 만에 매진

2018.09.20(Thu) 09:41:53

[비즈한국] 지난 15일 토요일 저녁, 베를린이 들썩였다. 막스 쉬멜링 홀에서 열린 KBS ‘​뮤직뱅크’​ 공연 때문이다. 8월 초쯤, 길거리에 붙은 ‘뮤직뱅크 인 베를린’ 포스터를 보고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공연 당일 현장의 열기는 어마어마했던 모양이다. 

 

사전 예매 2시간 만에 표가 동났다는 얘기가 들릴 만큼 독일에서도 K-팝의 인기는 갈수록 뜨겁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고학년 아이들의 경우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을 대며 호감을 보이는 친구들이 있다고 들었다. 작년, 재작년 베를린을 비롯해 곳곳에서 K-팝 댄스 경연대회도 열리는 등 독일에서도 K-팝을 사랑하는 청소년들을 찾아보기란 이제 어렵지 않다. 

 

지난 15일 베를린에서 열린 KBS ‘뮤직뱅크 인 베를린’ 공연 현장. 이날 1만여 석의 홀은 K-팝 팬들로 꽉 채워졌다. 사진=박진영 제공


몇 해 전부터 K-팝에 열광했던 프랑스 영국 등과 비교하면 늦은 편이라지만, 최근 분위기로만 보면 전혀 후발주자 같지 않다. 하긴 뮤직뱅크가 프랑스에서 공연을 한 지 6년 만에 유럽에서 베를린을 택했다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일. 

 

아이돌이라고는 그저 방탄소년단(BTS)이나 엑소 정도밖에, 그것도 팀 이름밖에 모르는 나로서는 공연을 본다 한들 큰 감동이 있을까만, 그래도 한국 아이돌, 그리고 K-팝에 대한 독일 현지인들의 반응이 너무나 궁금하긴 했다. 티켓을 구하는 문제도 있었고, 여차저차 공연장에는 가지 못했지만, 대신 현장에 가 있던 지인이 보내오는 사진들만 보더라도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엑소, 샤이니 태민 등 무대에 오른 모든 아이돌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열광하는 팬들. 사진=박진영 제공​


1만 석이 넘는 공연장은 사람들로 빼곡했고, K-팝 아이돌의 무대를 보며 환호하는 모습에 괜히 마음이 뿌듯해졌다. 지인의 말에 따르면, 95% 이상 관객이 독일인을 포함한 외국인이었는데, 언어 장벽에도 불구하고 3시간 정도 진행된 공연 내내 모든 아이돌 팀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함께 춤을 추는 등 여기가 독일인지 한국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차트’ 정상에 오르고,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K-팝을 주목한다는 얘기는 내게 그저 ‘뉴스’였을 뿐인데, 타국에서 직간접적으로 실감하는 인기는 느낌이 또 다르다. 집 근처 쿠담 거리의 한 대형 의류 매장에 갈 때마다 흘러나오는 K-팝이 더 이상 신기하지 않을 정도랄까. 처음에는 그저 매장 직원이 K-팝을 좋아하는 모양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젊은 층이 주요 고객이기도 한 매장이니 K-팝이 어쩌면 의도된 ‘마케팅’일 수 있겠다고, 나름 해석이 됐다. 

 

뮤직뱅크 공연의 후일담이 며칠 동안 입으로 전해지던 즈음, 알렉산더플라츠에 위치한 대형 가전매장 자툰에 K-팝 코너가 따로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 마침, 아이 생일 선물 위시리스트 중 하나로 ‘K-팝 파퓰러 송 CD’를 원한다는, 독일인 친구의 ‘아이 선물을 가장한 본인 선물’ 목록도 있고 하여 가보았다.

 

알렉산더플라츠는 수많은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몰리는 베를린의 대표적 광장으로, 광장에 접한 자툰 매장은 베를린에서 가장 큰 규모다. 매장 3층에 올라가니 음반 코너가 넓게 자리했는데, 안쪽에 ‘K-팝’이라고 쓰인 안내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대부분 음악 장르별로 구분된 것과 달리 별도로 ‘K-팝’이라고 포스터를 달아둔 것을 보니, 찾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 짐작됐다. 

 

베를린의 한 대형가전 매장에 마련된 K-팝 음반 코너. 사진=박진영 제공​


‘K-POP/K-ROCK(K-팝/K-록)’라고 표시된 진열대는 다른 코너와 비교해도 규모가 작지 않다. 익숙한 이름의 아이돌 그룹부터 처음 보는 그룹, 아이돌 멤버의 솔로 앨범과 사진집, 필자 세대에 활동한 ‘원조’ 아이돌 멤버의 앨범까지 종류도 기대 이상이었다. 

 

호기심이 발동해 직원에게 물으니, 단연코 방탄소년단 앨범이 가장 많이 팔린다고 했다.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던 게 방탄소년단의 앨범 코너는 한쪽에 따로 있었는데 여러 종류의 음반과 사진집 등이 비치되고 음반을 들어볼 수 있도록 헤드셋까지 마련돼 있었다. 

 

자툰 K-팝 음반 매장 한쪽에 세워져 있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등신대 패널 앞에는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소녀 팬들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박진영 제공​


한참을 둘러보며 괜히 어깨가 으쓱하던 찰나,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우르르 K-팝 코너로 몰려왔다. 음반을 구경하는가 싶더니 이내 뒤쪽으로 돌아가기에 따라가보니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등신대 패널이 줄지어 서 있는 것 아닌가. 사진을 찍고 패널을 만져보며 마치 실물이 앞에 있는 듯 설레어 하는 모습을 보니, 외국 팬이나 한국 팬이나 그 마음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월, 베를린은 또 한 번 K-팝 팬들의 환호성으로 가득할 예정이다. 10월 중순 이틀 동안 방탄소년단의 콘서트가 열린다. 티켓 판매 10분도 채 되지 않아 3만 장 전 석이 매진돼, 독일 언론에도 소개됐다. 매진 직후 암표가 500유로(약 65만 원)에 거래됐을 정도라니 방탄소년단이 대단하긴 한 모양이다. 방탄소년단 콘서트 후에는 또 어떤 후일담들이 전해지려나. 

 

글쓴이 박진영은 방송작가로 사회생활에 입문, 여성지 기자, 경제매거진 기자 등 잡지 기자로만 15년을 일한 뒤 PR회사 콘텐츠디렉터로 영역을 확장, 다양한 콘텐츠 기획과 실험에 재미를 붙였다. 지난해 여름부터 글로벌 힙스터들의 성지라는 독일 베를린에 머물며 또 다른 영역 확장을 고민 중이다.

박진영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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