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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CEO] 전격 퇴임 이웅열 코오롱 회장 '진심과 외압 사이'

감동의 퇴임사 뒤 검찰 조사에 이명박 정부 관련설 등 시끌…코오롱 "전 정부 특혜 없어"

2018.12.05(Wed) 17:31:24

[비즈한국] “2019년 1월 1일자로 코오롱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입니다. 대표이사 및 이사직도 그만두겠습니다. 앞으로 코오롱의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회사에서 여러분들에게서 ‘회장님’으로 불리는 것은 올해가 마지막입니다.” 

 

지난 11월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열린 코오롱그룹 성공퍼즐세션 자리에서 이웅열 회장이 예고 없이 연단에 올라 전격 퇴임 의사를 밝혔다. 이후 이 회장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전 임직원에게 서신을 보내 퇴임을 공식화했다. 이 서신에는 “그동안 금수저를 꽉 물고 있느라 입을 앙 다물었습니다. 이빨이 다 금이 간 듯합니다. 여태껏 턱이 빠지지 않은 게 정말 다행입니다.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놓습니다”는 이 회장의 진심 어린 고백이 담겨 감동적이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지난 11월 28일 퇴임을 결정한 이웅열 코오롱 대표이사 회장. 지난 6월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이웅열 회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1956년생으로 올해 만 62세인 이웅열 회장은 코오롱 창업주인 고 이원만 회장의 손자이자 고 이동찬 명예회장의 외아들로, 코오롱그룹의 3세 경영인이다. 1977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코오롱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이 회장은 만 34세에 부회장(1991년), 만 37세에 대표이사 사장(1994년), 만 39세에 대표이사 회장(1996년)에 올랐다. 2015년에는 부친 이동찬 명예회장으로부터 코오롱 지분(40%)을 상속받았으며, 현재 코오롱 지분 49.7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내년 1월 ​​이 회장이 코오롱·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 코오롱글로벌·코오롱글로텍·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베니트 사내이사의 직함을 내려놓으면, ​유석진 코오롱 대표이사가 대신 코오롱그룹의 경영을 맡게 된다. 1964년생인 유 대표이사는 1993년 도이체방크그룹 IBD 부사장·모간그렌펠코리아 대표이사, 2000년 이노베스트파트너스 대표이사를 지낸 후 2008년 코오롱인베스트먼트의 부사장으로 취임했다. 2011년 SBI인베스트먼트 투자총괄 부사장, 2013년 코오롱 전략기획실장과 전무이사를 거쳐 2017년 11월 코오롱 대표이사에 올랐다.

 

23년간 코오롱을 이끈 이 회장이 갑작스럽게 퇴임을 결정하면서 그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 전무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1984년생인 이 전무는 2017년 12월 전략기획담당 상무이사에서 전무이사로 승진한 코오롱의 4세 경영인으로, 당시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임명됐다. 올해 초 계열사인 리베토 대표이사로도 취임한 이 전무는 2012년 코오롱에 입사한 이후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등의 계열사에서 경영수업을 받았으며, 신사업 추진 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장과 부인 서창희 꽃과어린왕자 이사장의 슬하에는 이규호 전무 이외에도 두 딸이 있다. 하지만 코오롱그룹은 장남만 경영에 참여하는 가부장적인 가풍을 지닌 기업으로 유명하다. 이에 이 회장의 두 딸은 현재 코오롱그룹에서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과천시에 위치한 코오롱 본사 사옥. 사진=박은숙 기자


이 회장이 퇴임 의사를 밝힌 지 6일 만에 탈세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4일 ‘머니투데이’는 최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최호영)가 이 회장에 대한 조세포탈 고발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며 검찰은 참고인 조사를 마친 후 이 회장을 소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2016년 4월 코오롱그룹에 특별 세무조사를 실시한 국세청은 세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회장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국세청이 고발한 지 2년 8개월 만에 검찰 수사가 착수된 점에 대해 사정당국 관계자는 “검찰에서는 수사에 착수한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거의 마무리된 사건이라고 했다”며 “또 사안이 크지 않아 피의자 소환이나 압수수색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고 전했다. 

 

우연치 않게 검찰 수사와 이 회장의 퇴임 발표가 맞물리면서 코오롱 오너 일가와 이명박 정권의 깊은 인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문재인 정부의 외압을 받아 퇴임을 결정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회장의 조부인 이원만 창업주는 1960년부터 1971년까지 11년간 국회의원 3선을 지냈다. 1960년에는 경상북도에서 민주당으로 출마해 제5대 참의원, 1961년과 1967년에는 대구시 동구에서 민주공화당으로 출마해 제6·7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다. 

 

이 회장의 부친 이동찬 전 명예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고향 선후배 사이로 알려졌다. 이러한 인연으로 이 전 의원은 1979년부터 1983년까지 코오롱 대표이사 사장, 1982년부터 1988년까지 코오롱상사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으며 코오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코오롱그룹이 2001년에 설립한 물처리전문기업 코오롱워터텍(현 코오롱이엔지니어링)도 4대강 사업에 협력한 혐의를 받은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연매출 2000억 원이 넘었던 코오롱워터텍은 2014년 사명을 코오롱이엔지니어링으로 바꾼 후 2016년 보유 지분을 전량 코오롱에코원에 매각했다.

 

이상득 전 의원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도 코오롱그룹 출신이다. 김 전 실장은 1973년 코오롱에 입사해 1983년 이동찬 전 명예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1996년 코오롱개발 대표이사 사장, 1997년 코오롱호텔 대표이사 사장, 1997년 코오롱 구조조정본부 사장, 2003년 코오롱그룹 부회장을 지냈다. 뿐만 아니라 이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 EG그룹 회장과 학창시절부터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코오롱 관계자는 “퇴임 결정은 이 회장 본인이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일”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특혜 의혹 등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 실제로 특혜를 본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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