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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최저임금 인상으로 주목 '언택트 마케팅'…불편함은 내 몫

키오스크·무인카페·스마트편의점 늘지만 오류 나도 해결할 '사람' 없어

2018.12.27(Thu) 15:06:45

[비즈한국] “도와드릴까요”라며 다가오는 화장품 매장 점원이 부담스럽고, “음식이 입맛에 맞느냐”는 식당 주인의 질문을 귀찮게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언택트(Un-tact) 마케팅(고객과 마주하지 않는 비대면 마케팅 방식)’이 뜨고 있다. 사람을 대면하지 않고도 물건을 구매하고,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편안한 단절’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 없는 매장에는 편안함만 있을까. ‘비즈한국’이 직접 무인점포를 이용해봤다.

 

패스트푸드점은 키오스크 도입에 적극적이다. 사진은 서울 동작구의 맥도날드 매장. 사진=박정훈 기자

 

# 인건비 대안으로 키오스크 뜨지만​  

 

패스트푸드 업계는 3~4년 전부터 키오스크(터치스크린 형식의 무인단말기)를 매장에 도입했다. 롯데리아는 2014년, 맥도날드는 2015년 키오스크로 주문받기를 시작했고 현재는 전국 매장 절반가량에 키오스크를 도입한 상태다. KFC, 버거킹 등도 올해 내 전 직영점에 키오스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으며, 맘스터치도 무인주문기를 설치 중이다.

 

패스트푸드나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소규모 음식점, 카페 등도 키오스크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전국 자영업자가 모인 커뮤니티에는 올해 키오스크에 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다 보니 키오스크가 대책으로 떠오르는 실정이다. 키오스크 구입 가격은 300만~500만 원 수준이며, 월 15만~20만 원(보증금 100만 원)이면 임대도 가능하다. 아르바이트생을 1주일 고용할 비용이면 키오스크 한 대를 한 달간 임대할 수 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일 뿐 아니라 고객에게 편리함을 준다는 것도 키오스크가 환영받는 이유 중 하나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발표한 ‘무인화 추세를 앞당기는 키오스크’ 보고서를 보면 키오스크가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로 응답자의 87%가 ‘대기시간이 짧아서’를 꼽았다. 직원을 통해 주문을 할 때보다 키오스크를 통하면 간편하고 빠르게 주문이 가능하다. 

 

그러나 모두에게 똑같은 편리함이 공유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조사에서 키오스크가 불편한 이유 1위로 ‘처리 시간이 더 걸려서(74%)’가 나왔다. 누군가는 키오스크를 이용해 빠르고 편리하게 주문하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주문에 어려움을 겪으며 디지털 격차를 느낀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B 패스트푸드점. 주문하려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계산대가 아닌 키오스크 앞에 섰다. 기자 앞의 50대 여성은 키오스크 앞에 선 지 5분이 되도록 주문하고 취소하기를, 카드를 넣고 빼기를 반복했다. 직원들은 키오스크로 주문받은 메뉴를 준비하느라 여성이 키오스크 앞에서 쩔쩔매는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 보다 못한 기자가 그의 주문을 대신해주었다. 

 

이후 기자의 차례가 되자, ‘이게 어려운 일인가’ 생각하며 주문을 하다 생각지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모바일 할인 쿠폰을 사용하려 했는데 바코드가 인식되지 않았다. 모바일 쿠폰 스캔하기를 반복하며 방금 전 50대 여성이 진땀 흘리던 모습을 그대로 재연했다. 직원들은 제 할 일에 바빴고, 도와주려 나서는 사람도 없었다. 

 

결국 뒷사람의 따가운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모바일 쿠폰은 사용하지 못한 채 주문을 마무리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스마트폰 케이스 때문에 휴대폰이 바코드 스캐너에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아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지만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니 끙끙대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롯데월드타워 31층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1호점, 손바닥 인증으로 출입 가능한 게이트가 열려 있다. 사진=박해나 기자

 

# 결제 취소 3일 걸리는 무인카페, 스마트편의점 직원은 결제 방법 안내 반복 

 

강남역에 위치한 T 카페는 사람이 없는 무인카페다. 카페에는 자동 커피머신 3대가 설치돼 있고 상주하는 직원은 없다. 손님이 기계를 통해 주문과 결제를 하면 메뉴가 바로 제공된다. 카드 결제만 되는 21세기형 고급 자판기 느낌이다. 아이스 메뉴를 선택하면 제공된 음료에 직접 얼음을 담아 마실 수 있다. 카페에서나 볼 수 있던 대형 얼음 통이 카페 한편에 마련돼 있다. 컵홀더와 빨대, 뚜껑 등도 고객이 스스로 챙겨야 한다. 

 

커피머신에는 작동법이 안내돼 있지만 문구가 간단하다. ‘메뉴-확인-결제-TAKE’다. 메뉴를 고른 뒤 확인을 누르고 결제를 하면 음료가 나온다는 말을 최소한의 단어로만 기입했다. 안내문을 따라 메뉴를 고른 뒤 확인 버튼을 누르고 카드를 넣었지만 결제가 되지 않았다. 이유를 몰라 카드를 꽂아둔 채 기계를 만지다 보니 결제 오류가 나고 말았다. 체크카드에서 2100원만 결제되고 커피는 나오지 않았다. 

 

당황했지만 결제를 취소할 직원이 없었다. 카페 내 안내된 결제오류 문의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결제오류 내용을 메모지에 적어 남겨두면 매장에 가서 확인하겠다. 5시간 후 방문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기계관리와 오류메시지 확인 등을 위해 하루 1~2회만 매장을 방문한다. 카페에 비치된 메모지에 결제오류 시간과 금액 등을 기입한 뒤 매장을 나왔다. 카페 측에서는 다음 날 오류메시지를 확인했다는 연락을 해왔고, 3일 후 결제가 취소됐다.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 31층에는 스마트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가 입점해 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잠실 1호점을 시작으로 중구 남창동 롯데손해보험빌딩에 2호점, 경기 의왕 롯데첨단소재 내 3호점, 울산 롯데시티호텔에 4호점을 열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정맥인증 결제시스템(핸드페이)을 도입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고객이 손바닥만 대면 바로 결제가 되고, 정맥인증으로 매장 출입까지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아직은 일반 카드결제가 익숙해서인지 매장을 찾은 손님 중 핸드페이를 사용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손바닥을 인식해 출입할 수 있는 스피드게이트도 활짝 열려 있어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롯데월드타워 입주사 직원을 대상으로 매장을 운영하다가 31층이 일반인에게도 개방되며 매장이 붐벼 일시적으로 게이트를 열었다. 결제는 핸드페이를 비롯해 일반 카드결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의 무인 계산대. 고객이 직접 결제할 수 있지만 사용법이 낯선 고객을 위해 매장에는 직원 3명이 상주하고 있다. 사진=박해나 기자

 

# 초기 단계라 고객이 적응하기 힘들어…시스템 단순화도 숙제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국내 최초 무인 편의점’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매장을 방문하면 일반 편의점보다 직원이 더 많다. 매장당 3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물품 진열, 매장 정리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세븐일레븐 측은 “시그니처 매장은 무인편의점이 아닌 스마트편의점이다. IT 기술을 활용해 고객이 직접 결제하는 미래형 모델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또 “점포 경쟁력을 높여 매출 증진을 목표로 한다. 편의점 직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업무의 60%가 단순 계산에 집중됐다. 이 시간을 매출 증진을 위한 청소나 진열, 매출 분석 등에 쓰도록 핵심 역량 증대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이 직접 결제를 함으로써 직원들은 단순 계산 업무에서 벗어났지만 대신 결제 방법을 설명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편의점 직원은 “고객이 결제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안내를 해야 한다. 시스템이 낯선 고객이 많다 보니 직원을 자주 부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건비 절감과 사용자의 편리함 등의 장점을 가진 무인화 시장이 연 7~8% 규모로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 예측한다. 하지만 아직은 무인화 시장 초기 단계라 한계점이 많다. 

 

김용균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산업분석팀 수석은 “미국의 무인 마트 ‘아마존 고’의 경우 고객이 직접 결제할 필요도 없이 제품을 들고 나가면 자동 결제가 된다. 근무하는 직원의 숫자가 줄고 고객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장비 설치비만 10억 원 이상이다. 국내에서는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국내에서는 생체인식이나 AI 기술 등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많다. 기술적 한계와 더불어 이러한 문제 등으로 인해 진화된 형태나 상용화가 어렵다”라며 “무인화 시스템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용자도 많다. 중장년층이 아니라도 사용법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연령대와 상관없이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먼저 UI(사용자 환경)를 단순하게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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