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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나] '음식은 거들 뿐' 독일의 평범한 홈파티 풍경

음식은 손님도 함께 준비하고 대화에 집중…형식보다 실질 중시하는 유럽식 문화가 바탕

2018.12.27(Thu) 10:23:48

[비즈한국] 크리스마스·연말·새해로 이어지는 이 시기, 아파트 출입문 앞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파티를 알리는 고지가 붙어 있다. 보통 ‘사랑하는 이웃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글은 ‘○○일 ○○시부터 친구(혹은 가족)들을 초대해 홈 파티를 여니 소음이 있더라도 널리 양해를 바란다’는 내용이다. 

 

입주 계약서에 ‘악기 연주가 허락되는 시간’ 등이 따로 안내될 정도로 소음에 민감한 독일 사람들에게 파티를 고지하는 안내문은 자연스럽고 익숙하다. 처음 그런 안내문을 봤을 때, 대단히 시끄러운 파티라도 열리는 줄 알았다. 

 

막상 겪어보니 한국에서는 일상적인 수준의 소음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럼에도 매번 안내문이 붙는 걸 보면서 ‘이들에게는 배려가 몸에 배었구나’ 싶었다. 한편으로는 그다지 시끄럽지 않은데도 툭하면 조용히 해달라는 ‘일부’ 주민들에게 ‘미리 알렸으니 찾아오지 말라’는 통보이기도 할 테지만. 

 

독일에서는 집에 손님들을 초대해 함께 즐기는 홈 파티가 일상화돼 있다. 사진=박진영 제공


소음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독일에서 경험한 홈 파티 문화에 대해 나눠볼까 한다. 파티 시즌답게 우리 집에서 12월에 네 차례의 홈 파티를 열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아이 친구 가족을 위한 송별 파티와 크리스마스 이브에 지인 가족을 초대한 ‘번개 파티’, 그리고 내 독일 친구 가족 및 남편 지인 가족을 초대한 식사 모임까지, 게스트와 성격이 다 달랐다. 

 

우리가 다른 집에 초대를 받아 간 두 번의 파티까지 더하면, 한 달 간 총 6번의 홈 파티에 참석한 셈이다. 12월이 특별하긴 하지만, 보통 한 달에 못해도 한두 번은 우리집 혹은 다른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식사 자리가 있으니, 이만하면 독일 가정의 홈 파티 횟수와 비교해도 적잖은 수준. 

 

재미있는 건 한국 가족들만 모이는 파티와 독일 가족들과 모이는 파티 성격이 조금 다르다는 점이다. 시간대부터가 다르다. 우리의 경우,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있는 가족들과 모임을 하기 때문에 친구들끼리 밤늦도록 하는 파티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전제하고, 보통 저녁 6시에서 7시 사이에 모인다. 

 

저녁식사 때 시작된 파티는 빠르면 오후 10시 전후, 늦으면 11시가 넘어 끝나기도 한다. 주중이라 아이들이 학교에 가야 하는 날에는 조금 일찍 끝나고, 주말이면 더 길어지는 식. 반면 독일 가족들은 아이가 있는 경우 점심 모임을 더 선호하고, 저녁 모임일 경우 이른 시간대를 좋아했다. 독일 아이들은 저녁 7시 반에서 8시 사이면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그 시간을 고려해 식사 모임이 끝나는 것이다. 밤 9시도 환한 여름이어도 예외란 없다. 

 

메뉴 구성도 다르다. 상다리 부러지는 수준은 아니라도 거나하게 한 상 차려놓고 각종 주류가 함께하는 한국 가족들의 파티와 달리 독일 가족들은 메인 메뉴 한 가지로 된 식사에 가볍게 와인을 곁들인 뒤 디저트와 티 혹은 커피로 이어지며 대화꽃을 피우는 수순이다. 호스트가 음식을 다 준비하는 한국식과 달리 독일식은 음식 준비 부담을 나눈다는 것도 다르다. 보통 호스트가 메인 식사를 준비하고 게스트가 디저트 등을 준비해 온다. 

 

독일 친구 가족과 몇 번 홈 파티를 함께 했을 때도, 우리는 사전에 파티 음식에 대해 의견을 교류하곤 했다. 음식을 준비하기 전에 채식주의자인지, 어떤 재료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등을 묻는 것도 독일식 가족모임을 할 때 동반되는 사항. 

 

독일의 한 마을에서 열린 결혼식 풍경. 웨딩 피로연마저도 간단한 핑거푸드에 스탠딩 파티로 열린다. 사진=박진영 제공


1인 1석이 확보돼야 하는 한국식과 달리 독일식은 스탠딩 파티도 흔하다. 30평대 집에서 수십 명이 모여 각자 준비해간 핑거푸드와 샴페인으로 몇 시간씩 수다를 떠는 파티도 이곳에선 일상적인 풍경이니, ‘파티’라는 단어에서 느끼는 거창함은 어쩌면 파티 문화가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것도 같다. 

 

누군가를 집에 초대해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는 이곳에서는 식탁의 사이즈부터가 다르다. 식구들 이외에 누군가 앉을 수 있는 여분의 자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얼마 전 알게 된 한 독일 엄마는 이렇게까지 말했다. “우리는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는 식탁 위에 빈 접시를 준비해둬. 초대받지 않은 누군가가 갑자기 올 수도 있잖아. 그들을 위한 자리와 접시를 마련해두는 거야.” 

 

그 엄마는 4인 가족에 4인 식탁이 대부분인 한국 문화에 놀라워했다. 손님들이 오지 않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는 집에서 파티 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대부분 밖에서 만나 먹고 놀다 헤어졌고, 아이를 동반한 경우라도 실내에 키즈 놀이터가 있는 음식점 같은 곳에 갔으니 말이다. 

 

음식이 주인공이 아니라, 대화가 중심인 독일식 파티를 몇 번 경험하면서 준비하는 사람이 지치지 않고 게스트도 부담스럽지 않은 파티야말로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파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홈 파티가 한국에서도 일상화된다면 무슨 무슨 ‘날’이 될 때마다 스페셜 메뉴판이 생기고 바가지 요금 써가면서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일도 없어지지 않을까. 

 

글쓴이 박진영은 방송작가로 사회생활에 입문, 여성지 기자, 경제매거진 기자 등 잡지 기자로만 15년을 일한 뒤 PR회사 콘텐츠디렉터로 영역을 확장, 다양한 콘텐츠 기획과 실험에 재미를 붙였다. 지난해 여름부터 글로벌 힙스터들의 성지라는 독일 베를린에 머물며 또 다른 영역 확장을 고민 중이다.

박진영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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