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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개 도살금지 청원 20만…정부가 국민 인식 못 따라와"

동물해방물결 대표 "217억 투입 농진청 사업 재검토해야…동물권 보호가 먼저"

2018.12.28(Fri) 18:02:15

[비즈한국]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시장 역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2017년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2012년 9000억 원에서 2015년에는 두 배 증가한 1조 8000억 원, 2020년에는 5조 8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작년부터 농촌진흥청(농진청)은 ‘반려동물산업 활성화 핵심기반기술개발’ 연구사업을 하고 있다. 신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반려동물산업을 육성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2018년부터 5년간 총 217억 원의 국비가 투입된다. 사업 참여 기관은 ‘반려동물 비만토탈헬스케어 체계’ ‘반려견의 번식능력 향상기술’ ‘반려견 매개교육 모델’ 등을 연구·개발한다.

 

이지연(왼쪽)·윤나리 동물해방물결 공동대표는 농진청의 ‘반려동물산업 활성화 핵심기반기술개발​’이 동물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김명선 기자


그런데 이 사업을 두고 동물보호단체 ‘​동물해방물결’​은 반려동물 산업 활성화에만 치중한 나머지, ‘동물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을 것을 우려한다. 또 동물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국비를 투자하면서까지 반려동물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지에 의문을 표시한다. 

 

지난 22일 ‘비즈한국’은 이 연구 사업 중 하나인 ‘도시밀착형 동물농장 모델 적용 시범사업’에 활용된 강아지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결국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분양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관련기사 [현장] 초등학교 ‘국책사업’ 강아지가 결국 분양되는 사연).

 

동물해방물결은 생겨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단체다. 동물을 착취해도 된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출범했다. 짧은 기간에도 왕성하고 적극적인 활동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지연·윤나리 동물해방물결 공동대표를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해방촌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기자의 질문에 대해 답변은 주로 이지연 대표가 했다.

 

Q. 11월 22일 자정 국회 본청 외벽에 ‘개 도살 없는 대한민국’​이라는 레이저를 비추는 퍼포먼스를 해 화제가 됐다.

​A. 신기한 시위 방법을 찾다 기획하게 됐다. 표창원 의원이 발의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를 요구하는 퍼포먼스였다. 동물 임의도살을 금지하자는 건데, 사실상 예외를 빼면 개와 고양이 도살을 금지하자는 것이었다. 밤 11시부터 자정까지 한 퍼포먼스라 국회 주변에서 직접 지켜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반향이 컸다. 매스컴을 통해 시위가 보도됐고, 국회 사무국이 (국회의사당을 시위의 도구로 사용했다며) 처벌을 검토하겠다고 나서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이후 꽤 많은 분이 회원이 되고 싶다고 연락했다.

Q. 동물교감치유 모델을 개발하고 초등학교나 특수학교 등에서 동물을 기르는 연구사업에 3년간 국비 1억 5000만 원이 책정돼 있다.

A. ‘이동식 동물원’을 개발하는 데 돈을 쏟고 있다. 매개 치료 자체가 동물을 매개로 하는 것인데, 동물권이나 동물복지를 생각하지 않고 오롯이 인간을 위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매개 치료에 이용되는 동물들은 여러 사람의 손을 타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다. 안내견이 한 명의 주인과 반려 관계를 맺는 것과 다르다. 주로 초등학교에서 실시되는데 초등학생들은 동물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내년부터 강아지는 사업 대상에서 뺀다고 했지만 염소, 닭 등 다른 축종은 계속 사업을 이어나가지 않나. 식용으로 이용될 수 있는 이 동물들은 사업 기간이 종료된 후에 인근 농장으로 보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지연 대표는 반려동물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농진청의 취지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나, 한정된 국가 예산을 동물의 처우 개선을 위해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명선 기자​


Q. 반려동물 산업 활성화 연구사업 중 동물권이 보장되지 못할 것이라 예상하는 사업이 또 있나.

A. 지방 줄기세포를 이용한 번식능력 향상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사업 등에 동물실험이 자행될 가능성이 크다. 인간을 위한 기술의 경우 인간을 이용해 실험하는 게 제일 효과적이지만 쉽게 할 수 없다. 비윤리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 동물은 인간이 도구화하고 착취할 권리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 해외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대체 실험이나 비동물적인 실험에 투자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도 농림부와 농진청 예산으로 진행되는 동물실험이 많다. 이종장기 이식 기술 개발을 위해 무균돼지 췌도를 원숭이에 이식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동물권에 대한 고려 없이 연구하는 게 고착화됐다고 볼 수 있다.

 

Q. 국가적 차원에서 신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도 반려동물 산업 활성화 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연구사업 목록을 보면 반려동물의 비만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동물병원 검색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국비가 많이 투입된다. 물론 반려동물 산업을 육성하는 걸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한정된 국가 예산을 중요한 곳, 시급한 곳에 써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반려견의 난치성 질환 관리를 위한 줄기세포 활용기술이 성공적으로 개발될지라도 그 효과는 정말 소수의 반려견만 누린다. 산업 활성화는 민간에다 맡겨도 되는 부분이고 해외에서도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안다. 막대한 국가 돈을 들여서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11월 22일 자정 국회 본청 외벽에 ‘개 도살 없는 대한민국’​이라는 레이저를 비추는 퍼포먼스를 해 화제가 됐다. 사진=동물해방물결 제공

 

Q. 그렇다면 예산을 어디에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A. 동물의 처우 개선을 위해 써야 한다. 지자체 직영이든 위탁이든 상관 없이 유기동물보호소에 가 보면 보호 인력에 비해 보호 동물의 숫자가 훨씬 많다. 입양 공고를 내도 반려인이나 새로운 입양처를 찾지 못하고 안락사되는 동물들이 상당하다. 1인당 돌보는 유기동물 수를 줄여나가려면 관리하는 사람이 더 필요한데, 현재는 예산이 지원되지 않는다. 유기견이나 유기묘의 복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국민적 지지도 크지 않나. 그나마 접근이 쉬운 유기견 동물보호소부터 예산 지원 폭을 늘려야 한다.

 

Q.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동물복지를 강조했다. 개헌안에 동물보호 정책을 포함하기도 했다. 실제 동물복지와 동물권 보장이 더욱 향상되었나.

A. 딱히 그렇지 않다. 획기적인 것도 없을뿐더러 무엇보다 가시적인 움직임이 없다. 개 도살 행위를 금지해달라는 청원이 20만 명의 동의를 얻었지만, 아직 정부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동물권이나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높아져도 정부와 국회가 못 따라온다. 앞으로 정부와 국회, 동물보호단체 등이 함께 논의하는 협의 테이블이 많아지길 바란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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