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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 샀는데 스티로폼이…' 새벽배송 과대포장 논란

스티로폼, 종이박스, 아이스팩 등 고객들 "죄책감 든다" 업체들 "신선도 유지 위해"

2019.01.30(Wed) 12:06:21

[비즈한국] 최근 유통업계 화두는 ‘새벽배송’이다. 잠들기 전 주문하면 이른 아침 집 앞으로 식재료 등을 배송하는 편리한 서비스다. 마켓컬리가 2015년 국내 처음 시작했고, 시장이 커지며 쿠팡을 비롯해 롯데슈퍼, 이마트, GS리테일, 현대백화점 등이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2015년 100억 원 수준이던 새벽배송 시장 규모가 2018년 4000억 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산한다. 

 

새벽배송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고객 사이에서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업체들이 사용하는 포장재 등이 과다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윤 아무개 씨(32)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종종 이용한다. 동네 마트에서 구하기 어려운 상품도 많고 아침 일찍 배달하기 때문에 그걸로 아침식사를 하고 출근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상품은 만족하지만 배송으로 생기는 쓰레기를 볼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 많이 시키는 것도 아닌데 박스가 탑처럼 쌓인 것을 보면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유통 업체 홈페이지 이용 후기에도 쓰레기에 대한 의견이 많다. “상품은 잘 받았지만 스티로폼 포장과 얼음팩이 과한 것 같다”, “이렇게까지 포장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등의 의견이 줄을 잇는다. 한 소비자는 “과대 포장이 불편해 포장재를 회수해 재사용해달라 요청했으나 무시당했다”는 글을 남겼다. 

 

새벽배송 서비스는 2015년 마켓컬리가 처음 시작한 뒤 쿠팡, 롯데슈퍼, 이마트, GS리테일, 현대백화점 등이 뛰어들며 지난해 4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사진=마켓컬리 홈페이지


# ‘신선도 유지’ 위해? 제품보다 포장재 쓰레기가 더 많아 

 

새벽배송으로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을 확인하기 위해 28일 마켓컬리와 쿠팡 등 2개 업체에서 상품을 주문했다. 마켓컬리는 밤 11시 전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 이전 배송을 완료한다. 쿠팡도 지난해 10월부터 로켓프레시를 론칭했다. 강남 서초 지역으로 한정하던 것을 최근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까지 확대했다. 멤버십 전용(월 2900원)으로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한다. 현재는 90일 무료체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마켓컬리 주문 내역은 당근주스 2팩, 즉석 수프 1봉, 브라우니 1개, 로메인 상추 1봉 등 총 5개 상품이다. 쿠팡에서는 바지락 1팩을 주문했다. 다음 날 아침 현관문을 여니 스티로폼 박스 2개, 종이박스 1개, 비닐포장 1개가 쌓여 있었다. 마켓컬리에서 주문한 5개 상품은 총 3개의 박스와 비닐에 나눠 담겨 배송됐다. 스티로폼 박스에는 당근주스 2팩이, 즉석 수프와 상추는 얼음팩이 들어 있는 비닐 포장에, 브라우니는 종이박스에 담겼다. 

 

마켓컬리에서 주문한 상품(왼쪽)과 이로 인해 발생한 쓰레기(오른쪽). 사진=박해나 기자

 

한 박스에 담아도 충분할 소량을 각기 다른 포장재에 담아 배송하는 것에 대해 마켓컬리는 신선도 유지를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품목에 따라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동, 냉장, 상온 상품으로 구분해 포장하는 것이다. 마켓컬리는 각 제품의 상품 설명에 포장 타입을 안내하고 있다. 

 

냉동, 냉장, 실온 3개 제품군으로 분류하는데 3개 제품을 골고루 구매할 경우 주문량과 상관없이 여러 개의 박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극신선 냉장제품(수산, 고기류)을 주문할 때는 은박 파우치 안에 아이스팩을 넣고 한 번 더 종이박스에 넣어 배송한다. 마켓컬리 측은 해당 박스가 ‘100% 재생지로 만들어진 친환경적 박스’라고 강조하지만 불필요한 포장재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과대포장 지적에 대해 “식재료의 특성상 적정 온도로 배송되지 못해 신선도가 떨어질 경우 위생 문제가 생기거나 상품이 폐기돼 더 큰 자원 낭비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에서 주문한 바지락 한 팩. 대형 스티로폼 박스에 담겨 배송됐다. 사진=박해나 기자

 

쿠팡에서 주문한 바지락 한 팩은 거대한 스티로폼 박스에 담겨 도착했다. 100g의 바지락 한 팩을 담은 스티로폼 박스는 가로, 세로 사이즈가 40cm였다. 바지락 한 팩은 드라이아이스와 함께 완충재에 싸여 박스 안에 들어 있었다. 넉넉한 박스 안에서 바지락은 완충재와 함께 나뒹굴었다. 

 

쿠팡에서 새벽배송을 이용한 한 소비자는 “대파 2단을 시켰는데 대형 스티로폼 박스에 한 단씩 담겨 2개의 박스가 도착했다”라며 “한 박스에 담아도 될 것을 굳이 나눠 담으며 쓰레기를 만든다. 대파 10단을 시키면 박스 10개를 받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쿠팡 관계자는 “제품의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파손 없이 배송하기 위해서는 포장재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라며 “제품에 맞는 다양한 포장재를 사용 중이며 사이즈도 여러 가지로 구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지락이 대형 박스에 배송된 것에 대해서는 “제품 사이즈 책정이 잘못된 것 같다”라며 “서비스 초기 단계라 여러 가지 실험을 하며 포장재 줄이기에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 회수해도 결국은 폐기, 환경부 “법적 기준 신설 계획”

 

최근 서울우유성실조합은 새벽배송 서비스의 배송 현황을 지적했다. 신선식품은 냉장, 냉동 상태가 식품위생법상 기준에 맞게 배송돼야 하는데 쿠팡의 경우 배송을 냉동, 냉장 차량이 아닌 일반 차량으로 배송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반 차량 배송이 제품의 과대 포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송 차량이 제품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없어서 포장을 더욱 과다하게 하게 된다는 의견이다. 

 

쿠팡 관계자는 “새벽배송 상품의 경우 배송하는 과정보다 소비자의 집 앞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 그 시간 동안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포장재를 사용하는 것”이라며 “현재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냉장차를 도입할 수도 있고 다른 포장재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켓컬리는 배송받은 포장재의 회수를 원할 경우 새로운 주문 시 문 앞에 스티로폼 박스와 아이스팩을 놓아두면 제품을 회수한다. 하지만 회수해간 제품도 쓰레기로 버려지기는 마찬가지다. 사진=마켓컬리 홈페이지


마켓컬리는 약 500대의 냉장 차량을 통해 제품을 배송한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식료품 신선도 유지를 위해서는 냉장 차량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적절한 포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쓰레기 배출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고객에서 배송한 포장재를 회수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소비자가 이전에 배송받은 포장재의 수거를 원할 경우 새로운 주문 시 문 앞에 스티로폼 박스와 아이스팩을 놓아두면 제품을 회수한다. 하지만 회수해간 제품도 쓰레기로 버려지기는 마찬가지다. 마켓컬리 측은 “스티로폼 박스는 재활용 전문 업체에 전달하고 아이스팩은 폐기한다”라며 “현재 아이스팩을 재활용할 수 있게끔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새벽배송의 쓰레기 문제가 지적되면서 일부 업체는 포장재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방식도 도입했다. 생협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푸드 마켓 오아시스는 주문자가 직접 포장재를 선택할 수 있다. ‘최소 포장’, ‘친환경 포장’, ‘친환경 포장+아이스팩 하나 더’ 등에서 고르는 방식이다. 최소 포장을 선택하면 냉매와 포장재를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친환경 포장은 아이스팩과 드라이아이스를 조금 사용한다고 안내돼 있다. 이전에 받았던 포장재 회수도 가능하며 재활용된 포장재와 아이스팩의 사용 여부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마켓컬리는 수산, 고기류를 주문하면 은박 파우치로 포장된 것을 다시 종이박스에 넣어 배송한다. 고객들은 불필요한 포장재가 더 늘어났다고 지적한다. 사진=마켓컬리 홈페이지

 

환경부는 배송 과정의 과대 포장 문제를 줄이기 위해 유통 포장재 사용 감량을 위한 지침(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현장 적용성 평가 후 법적 규제 방안을 신설하기로 했다. 내용물의 파손 방지 등 안전성 등을 이유로 규제에서 제외했던 유통 포장재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재사용이 가능한 박스를 사용하는 물류 시스템 구축, 비닐 재질의 완충재(일명 뽁뽁이)를 종이로 전환, 친환경 아이스팩 사용 촉진 등의 내용이다. 환경부는 우선적으로 CJ오쇼핑 등 주요 유통·물류업계와 올해 중으로 협약을 체결해 자발적인 유통 포장재 사용 감축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권고 사항일 뿐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는 없어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유통 포장재를 규제하는 곳은 없다. 하지만 환경문제가 대두되는 만큼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협약을 맺고 전체적으로 줄여 나가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올 상반기 중으로 현장에 시범 적용해 평가한 후 결과를 토대로 현장 여건을 감안해 규제가 가능한 부분에는 법적 기준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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