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실전 글로벌 마케팅] '대박' 아이템, 미국에서도 먹힐까

CES 한국관 가보니 용산전자상가 온 듯…현지 소비자와의 '접점' 못 찾으면 필패

2019.04.24(Wed) 10:07:13

[비즈한국]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자 가전제품 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열린다. 미래 산업을 주도할 최첨단 세계 가전 제품들이 글로벌 시장에 선을 보이는 자리. 각종 테크놀로지 트렌드의 접전국답게 그곳에는 늘 ‘한국 특별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자 가전제품 박람회 CES 한국관에 가보면 용산전자상가에 온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이 든다. 제품 이름, 제품 설명, 제품 광고 등 분명 영어로 쓰였지만, 한국어를 직역한 것임이 틀림없는 카피. 모든 것이 다 너무나 ‘한국적’이다.

 

기대 반, 향수 반으로 가보면 한국에서 모종의 선발 과정을 거쳐 온 자랑스러운 유수 기업들의 부스가 즐비하다. 그런데 부스를 살펴보는 순간, 라스베이거스가 아니라 용산전자상가에 온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이 든다. 제품 이름, 제품 설명, 제품 광고 등 분명 영어로 쓰였지만, 한국어를 직역한 것임이 틀림없는 카피. 모든 것이 다 너무나 ‘한국적’이다.

 

이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나치게 용감하다는 것이다. ‘잘 만드는 것이 최고의 마케팅이다’라는 생각에 제품 개발과 유통망 확보에 에너지와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지만, 궁극적으로 공략해야 할 해외 소비자에 대한 이해, 마케팅의 현지화 작업은 뒷전이다. 

 

더군다나 국내에서 성공한 기업의 경우 더욱 무모하게 도전하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미국에서 소비자 연구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 볼 때는 답답한 현실이다. 

 

#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일까

 

한국이 전자, IT 같은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밀리지 않고 트렌드 민감도, 변화 양상이 드라마틱해서 오히려 주류 국가들의 테스트베드(Test Bed)가 되고 있다는 사실, 제품들의 사양과 성능도 세련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느리게 변화하는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는 식은 죽 먹기일 거라는 과신. 이것이야말로 해외 시장을 진출을 꿈꾸는 국내 기업이 쉽게 빠지는 함정이다. 

 

제품의 퀄리티는 제품의 성공 가능성에 영향을 끼치는 한 요소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제품이 놓인 ‘맥락(context)’이다. 

 

삼성, 엘지와 같은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들도 제대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 치밀한 현지조사와 소비자 연구를 통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미국 소비자들과 통하는 맥락을 찾았을 때, 갤럭시가 먹히고, 엘지의 ‘Life is Good’이 미국 일반 소비자들의 뇌리에 박히게 된 것이다. 

 

# 그 대단한 애플도 소비자 조사를 한다

 

세계에서 가장 파워풀한 브랜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애플은 어떨까? 

 

스티브 잡스라는 걸출한 경영자의 남다른 선견지명과 카리스마로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지만, 그 잘나가는 애플도 설문조사와 포커스 그룹을 대상으로 소비자 반응을 살핀다. 소비자의 반응을 치밀하게 분석하여 시장에 제품을 출시했을 때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미국은 시장이 방대한 만큼 성공하면 수확도 크지만 제품이든, 광고든, 기업 이미지든, ‘소비자’라는 맥락의 접점을 찾지 못해 실패하면 데미지가 어마어마하다. 

 

제품을 개발한 사람은 ‘내 새끼(=우리 제품)’의 빈약한 점을 객관적으로 따져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반드시 시장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반드시 시장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데이터의 객관성 때문이다.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은 이뻐 보이는 것처럼, 제품을 개발하는 사람은 온갖 정성을 쏟아부어 키운 ‘내 새끼(=우리 제품)’의 빈약한 점을 객관적으로 따져보기 어렵다. 

 

실제로 직접 소비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그 반응은 예상과 전혀 다른 경우가 많다.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제품의 이러저러한 면들을 요목조목 비판하는 목소리가 개발자의 가슴을 후벼 팔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자신 브랜드의 성공을 원한다면 이 쓰디쓴 과정은 반드시 거쳐야 한다.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도중에 그들의 눈에 비친 내 제품의 장점이 무엇인지, 보완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통해 나의 타깃 마켓이 어디인지 알아내고 어떤 니즈가 있는지도 알 수 있다. 또 미국에 이미 비슷한 아이템을 파는 경쟁사들은 누구인지, 우리 제품과의 차별성은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이런 여러 사항을 종합해서 전략을 짜면 시행착오를 확실히 줄일 수 있고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에 쓰일 자본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Y 기업의 경우, 한국에서 검증된 생활가전제품 라인을 미국 시장에 들여오고자 포커스 그룹을 통해 시장조사를 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과 판이했다. 한국에서 매출이 좋았던 제품들이 줄줄이 “So so(그저 그렇다)”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왜일까? 

 

‘시장 가능성’은 단순히 제품의 기술력만으로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생활가전제품의 경우, 미국의 기후,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제품에 대한 니즈, 미국 내의 경쟁 기업 등등 제품 외적인 여러 가지 요소가 함께 제품 경쟁력에 영향을 끼친다. 

 

# ‘맞춤형 소비자 연구’로 리스크를 줄여야

 

미국 기업들은 마케팅 전략 수립에 앞서 자사 브랜드에 딱 맞는 ‘맞춤형 소비자 연구’를 진행한다.

 

그렇다면 시장조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마케팅 전략 수립에 앞서 미국 기업들 내부적으로 고정화된 절차는 ‘맞춤형 소비자 연구’다. 미국에서는 Custom Primary Market Research라고 불린다. 

 

일반적으로 구매가 가능한 리서치 자료(Secondary research 혹은 Syndicated research)를 이용하는 것과 달리, 프라이머리 리서치는 브랜드와 소비자 연구 회사가 구상부터 데이터 분석까지 모든 것을 주관하여 브랜드에 당장 필요한 인사이트를 얻어낸다. 일반에게 공개된 데이터를 이용한 리서치를 백화점에 가서 옷을 사는 것에 비유한다면, 프라이머리 리서치는 맞춤 정장을 전문 제작자와 함께 만드는 것과 같다. 보통 포커스 그룹, 소비자 인터뷰, 온라인 설문조사 등등의 방법으로 진행되며 소비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브랜드와 리서치 회사의 협업으로 만들어진다.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소비자 연구에 의존도가 높다. 미국처럼 방대한 시장에서 공략 소비자의 반응을 정량화한 데이터 없이 제품의 이름을 정하거나, 포지셔닝 전략을 짜거나, 광고를 내보내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시장 규모가 작고 인종도 한정된 한국 시장과 달리,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는 다양한 인종과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전략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과 한국 시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문화와 인종의 다양성이다. 특히 미국 시장이 그렇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시장 규모도 작고 인종과 국적도 한정되어 있다. 시장이 비교적 단선적이라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규격화된 시장조사 없이도 기업들이 성장하고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시장의 경우 인구가 우리나라의 6배를 넘고, 그 안에도 여러 인종과 문화가 존재한다. 미국 소비자의 생활 패턴, 라이프스타일과 가치, 그리고 현재 시장에서 영업 중인 기업의 점유율 등 복잡한 요소를 아우르는 전략을 도출하는 것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결코 소수 경영자의 의견이나 감으로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연구’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고,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앞으로 이 칼럼을 통해 미국에서 새로운 시장 구축을 위해 쓰이는 소비자 연구들을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겠다.

 

필자 황지영은 카네기멜론대학교에서 엔터테인먼트 경영 석사를 마치고 Fox Television, Warner Bros. Television 리서치 부서에서 일했다. 글로벌 소비자 마케팅 리서치 회사 Hall & Partners, Kelton Global에서 경력을 쌓고 2015년 소비자 마케팅 연구 회사 마인엠알(MineMR)을 설립, 현재 미국 LA에서 글로벌 기업들을 클라이언트로 소비자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황지영 MineMR 대표·마케팅전문가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폐업도 지원이 필요해' 정부의 투 트랙 자영업 전략 따라잡기
· [골목의 전쟁] '프랜차이즈 제국'엔 미래가 있을까
· '아무리 배달 잘해봐야…' 세탁 O2O 성장 더딘 이유
· [유럽스타트업열전] 60대 CEO의 '수소 스타트업' 에르고숩
· [홍춘욱 경제팩트] 미중 무역분쟁에서 중국이 질 수밖에 없는 까닭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