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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 통해 본 삼성바이오, 긴박했던 2018년 7월 31일

영구삭제 프로그램으로 1GB, 2156개 파일 제거…검찰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몸통"

2019.05.27(Mon) 15:30:41

[비즈한국] “증거 인멸의 몸통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티에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를 담당한 검찰 관계자의 말이다.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의 후신 격인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삼성바이오의 회계 분식 의혹과 증거 인멸 주도세력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사업지원TF의 관여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사건 관련 공소장을 보면 검찰이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와 증거 인멸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어디까지 밝혀냈는지를 더 상세히 알 수 있다. 사업지원TF는 삼성바이오는 물론,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내 문서와 이메일 등 삭제를 직접 지시했다. 비록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의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이미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인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을 소환하기 충분하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소장에 따르면 2018년 7월 31일경, 삼성바이오의 인천 연수구 공장에서 업무용 컴퓨터에 영구 삭제 프로그램인 QNA를 설치하고, 보관하고 있던 관련 자료 및 이메일을 전부 삭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김 아무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 박 아무개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의 공소장과 검찰 설명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5월부터 증거 인멸을 위해 긴박하게 돌아갔다. 지난해 5월 5일 어린이날, 김태한 대표와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임원 등 수뇌부는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모여 “금감원 감리 결과가 나왔다, 검찰 수사가 예상된다”며 증거 인멸 방침을 결정했다. 

 

그리고 7월 초·중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에 대해 부실 공시 혐의를 고의에 의한 것이라고 의결하고, 검찰 수사가 현실화되자 자료를 정리하라는 취지로 재차 지시가 떨어졌다. 지시에 따라 직원들은 2018년 7월 31일경, 삼성바이오의 인천 연수구 공장에서 업무용 컴퓨터에 영구 삭제 프로그램인 QNA를 설치하고, 보관하고 있던 관련 자료 및 이메일을 전부 삭제했다.

 

이때 지워진 파일은 무려 1GB(기가바이트) 상당, 2156개. 예민한 문서들은 모두 삭제됐다. 재경팀 공용 폴더에 저장돼 있던 부회장 통화결과 폴더 내에 ‘전화통화 결과’, 바이오시밀러 개발사 상장 현황 폴더 내 ‘바이오시밀러 개발사 상장 현황’, ‘바이오 상장 계획 공표 방안’, ‘A 사 제안 관련 대응 방안(부회장 보고)’, ‘바이오 일정 연기에 대한 대응 방안 수정’ 등 상장과 이재용 부회장 보고 내용 등이 모두 사라졌다.

 

검찰 수사를 대비한 삼성 측은 삼성바이오 재경팀 소속 과장급 이상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 컴퓨터도 점검했다. 삭제 과정에는 키워드 검색이 활용됐다. ‘삼성바이오, 지분, 콜옵션, 상장, 부회장, 합병, 지분매입, 경영수첩 등’의 키워드를 입력해 검색이 되는 문서는 역시 QNA 프로그램을 이용해 직접 삭제했고, 이메일 역시 같은 방식으로 문제가 될 내용을 제거했다. 

 

이를 지시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역시 증거 인멸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스스로 삭제에 나섰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보고가 이뤄지는 만큼 검색어는 더 늘어났다. ‘VIP, JY(이재용 부회장), 부회장, 사업지원TF, 전략1팀, 지분, 지분매입, 재매입, 오로라, 콜옵션, 상장, 나스닥, IPO, 합병, 감리, 경영수첩, 중장기, 운영 등’의 키워드로 문서와 이메일 등을 삭제했다.

 

삼성바이오 사건에서 이미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인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을 소환하기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2015년 12월 정현호 사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 과정에 대한 진술 등을 받아낸 검찰은 ‘분식회계와 불법 승계 의혹의 주체가 삼성전자 사업지원TF다’는 확신을 가졌다. 비록 “증거 인멸 정황을 최근에 알았다”고 해명한 김태한 대표의 구속영장을 받아내는 데 실패했지만, 이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관련 혐의 입증에 성공한 만큼, 사업지원TF 수장인 정현호 사장의 소환 시기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사장은 1990년대 미국 하버드대 유학 시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연을 맺은 최측근이다(관련기사 삼성 미니 미전실 수장 정현호는 '이재용의 아그리파'?). 검찰은 증거 인멸과 관련한 지시 체계가 결국 본안인 분식회계와 맞닿아 있다고 판단하고 정 사장 소환에 앞서 △분식회계(불법 대출 의혹 포함)와 △조직적 증거 인멸로 벌려 진행해온 두 물줄기의 수사를 하나로 합친다는 계획이다. 

 

실제 검찰은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리는 회계처리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및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게 작용했는지 등도 이미 구속된 삼성 관계자들을 상대로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증거 인멸 수사는 이미 금융당국이 넘긴 분식회계 의혹이 ‘숨기고 싶은, 구린 부분이 있다’는 걸 보강하는 동시에, 삼성 직원들의 진술을 받아내는 훌륭한 수사 기법으로 활용됐다”며 “이 부회장 관련 통화내역 등을 삭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이재용 부회장의 소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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