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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안대로 약가 낮추면 1.5만 명 실직" 제약사 노조 실력행사 예고

국산 필수·퇴장방지의약품 감소, 의약품 수입 확대로 연결 우려…"중국·인도 원료 수입해 품질 저하" 주장

2026.01.22(Thu) 17:29:23

[비즈한국] 국내 최대 규모의 제약 생산거점인 향남제약공단 노동자들이 정부의 제네릭 약가 추진 정책을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정부가 기존안을 강행한다면 실력 행사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부와 제약업계의긴장 수위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22일 경기 화성시 향남제약공단 한국제약협동조합 회의실에서 ‘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 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 간담회가 열렸다. 향남제약공단에는 36개 기업의 39개 사업장이 입주해 있으며 전문 인력 약 48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노연홍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조용준 비대위 부위원장(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 동구바이오제약 회장), 전혜숙 경기도일자리재단 이사장은 물론 30여 기업의 노동조합 위원장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정부의 개편안대로 진행되면 고용 불안을 포함해 연구개발(R&D) 투자 위축, 생산 기반 약화 등으로 제약 산업 전반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연홍 비대위원장은 “개편안이 원안대로 강행되면 산업 기반 붕괴와 일자리 축소, 필수의약품 공급 불안이 불 보듯 뻔하다”면서 “특히 중소·중견 제약사들이 밀집한 향남제약단지의 경우 경영 환경이 급격히 변해 고용 불안과 지역 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약업계에서는 기등재 의약품 2만 1000여 개의 약가가 인하되면 매년 최대 3조 6000억 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약 산업 고용 유발 계수가 10억 원당 4.11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제약업계에서만 일자리 1만 4800개가 상실될 것으로 예측된다. 제약업계 종사자는 약 12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10%가 넘는 인원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약가 인하가 국산 전문의약품 생산 감소로 이어져 의약품 수급 불안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채산성이 낮은 필수·퇴장방지 의약품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현재도 항생제, 분만유도제, 신생아 호흡곤란 치료제 등 필수의약품 품절 사태가 자주 발생한다. 2025년 기준 공급 부족 의약품 275개 중 38.6%인 106개는 채산성 악화가 공급 부족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산 의약품의 빈자리는 고가의 수입의약품이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노 위원장은 “필수의약품과 국산 전문의약품 생산이 위축된다면 고가의 수입의약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조용준 부위원장은 중소·중견 제약사의 경영 위기가 심화될 것을 우려했다. 이미 평균 이익률이 4.8% 수준에 불과한데 제네릭 약가가 더 인하되면 버티는 것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조 부위원장은 “중소·중견 제약사에 제네릭 수익은 신약 개발을 위한 R&D는 물론 GMP 생산시설 유지를 위한 재투자 재원”이라면서 “이 캐시카우(현금 창출원)가 끊기면 혁신은커녕 공장 가동조차 불투명해진다”고 말했다.

약가 인하는 원료 의약품을 국산화해 공급망을 안정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과 충돌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내에서 전혀 생산되지 않는 페니실린을 포함한 케미컬 의약품 원료 자급률은 현재 한 자릿수에 불과한 상황이다. 오상준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한국노총) 화학본부 경기남부의장(동광제약 노조위원장)은 “약가를 인하하면 더 저렴한 원료를 찾게 돼 중국, 인도 등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면 저품질 의약품이 생산되고 하루이틀 처방받으면 될 것을 4~5일 처방받게 돼 오히려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정책을 강행한다면 노동자들의 실력 행사도 예고됐다. 이동인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화학노련) 의약·화장품 분과 사무국장(동화약품 노조위원장)은 “정부 계획안은 제약산업을 붕괴시킬 게 뻔한 만큼 모든 국민이 공감하도록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연홍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30여 개 기업의 노동조합 위원장들이 대정부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노 위원장은 정부가 제약업계의 간절한 목소리를 듣기를 희망했다. 그는 “정부는 내달 말 예정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약가 정책을 확정한 뒤 7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일방적인 약가 인하 추진을 중단하고 제약사 노조위원장, 한국노총 화학노련 의약·화장품 분과 노조위원장들과 함께 구성한 사회적 협의체에서 사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 제네릭 약가 상한가를 현행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에서 40%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가장 먼저 출시된 제네릭에 대해 1년간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의 59.5%를 적용하던 가산 제도도 폐지하고, 동일 성분의 제네릭 20개까지 상한가를 적용하던 것을 10개로 줄이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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