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과거 화장품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마유(馬油)크림’ 투자를 둘러싼 SK증권과 SBI저축은행의 소송전이 6년 가까이 이어진 끝에 최근 종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가 마유크림 제조 업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조달한 사채권자였던 SBI저축은행이 사채 미상환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 재판 중 SK증권 등이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면서 9년 만에 자금을 회수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1부는 원고 SBI저축은행이 피고 SK증권, SKS 프라이빗에쿼티(PE), 워터브릿지파트너스를 상대로 제기한 2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2025년 11월 13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 비용은 각자 부담하도록 했다. SBI저축은행이 처음 소송을 접수한 시점은 2020년 3월이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6년이 걸린 셈이다. 양측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지난해 12월 4일 1심 판결이 확정됐다.
사건은 2015년 7월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가 화장품 제조 업체 비앤비코리아에 투자한 데서 비롯됐다. 비앤비코리아는 당시 뷰티 방송을 통해 유명해지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마유크림의 제조 업체다.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는 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세우고, PEF를 통해 특수목적법인(SPC) 더블유에스뷰티를 설립해 비앤비코리아 지분 100%를 인수했다. SKS PE는 SK증권이 PE 사업부를 분사해 세운 PEF 운용사다.
SBI저축은행은 2015년 8월 더블유에스뷰티가 발행한 사채 50억 원을 인수한 사채권자였다. 더블유에스뷰티는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이자율 5%로 사모사채 400억 원어치를 발행했다. 사채권자로는 SBI저축은행과 더불어 신한금융투자, 우리종합금융, NH투자증권 등이 있었다.
하지만 투자가 실패로 끝나면서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는 기관투자자(LP)로부터 줄소송을 당했다. 비앤비코리아는 2013년 마유크림 개발 후 실적이 급증했으나 2016년부터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수익성이 악화한 배경에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한 타격도 있었지만, 마유크림의 핵심 발주처인 클레어스코리아와의 계약이 중단된 영향이 컸다. 당시 비앤비코리아의 매출 80% 이상이 클레어스코리아와의 거래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SBI저축은행은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가 비앤비코리아 투자와 관련한 핵심 리스크를 알고도 이를 알리지 않아 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핵심 리스크란 △비앤비코리아가 마유크림의 주문자 개발 생산(ODM) 업체가 아니라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업체였던 점 △클레어스코리아의 계약 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점 △클레어스코리아가 마유크림의 자체 생산 공장을 세울 계획이 있었던 것 등이다.
SBI저축은행은 양측의 공동 불법행위로 사채의 미상환 원금 50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원금의 일부인 2억 1000만 원과 지연 손해금의 배상을 요구(명시적 일부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SBI저축은행은 재판에서 “리스크를 미리 알았더라면 사채를 인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가 2015년 8~9월에 리스크를 미리 알고도 고지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SBI저축은행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유는 소송이 시작된 지 4년 7개월이 지난 2024년 10월,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가 SBI저축은행에 사채 원금과 미지급 이자를 포함한 약 57억 5600만 원을 모두 상환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SBI저축은행의 주장은 타당한 이유가 있지만 상환으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패소했다”며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원고의 권리를 지키는 데 필요한 소송이므로 각자 부담한다”라고 판시했다.
SBI저축은행은 장기간의 소송 끝에 빌려준 자금과 이자를 회수하는 데 성공했지만,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의 책임은 남았다. 앞서 LP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두 회사가 투자자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2025년 11월 대법원은 PEF 출자자였던 다올저축은행(옛 유진저축은행)이 두 회사에 제기한 손배 소송의 3심 판결을 공개했다. 1심에서는 다올저축은행이 패소했지만, 2심 재판부가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에 책임이 있다고 보면서 다올저축은행의 일부 승소로 결과가 바뀌었다. 3심에서도 대법원은 “두 회사가 중요한 정보 제공 의무를 위반했다”라고 판시했다. 다만 손해액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파기환송했다.
SK증권 공시에 따르면 마유크림 투자와 관련해 LP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5건이 남았다. 2018년 다올저축은행 등 5개 회사가 제기한 소송 2건은 파기환송심을 진행 중이며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BNW인베스트먼트, 산은캐피탈 등도 1심을 진행 중이다. 소송 금액은 총 265억 원에 달한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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