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상청이 6일 발표한 ‘2025년 연 기후특성’ 보고서는 우리에게 서늘한 경고를 던진다. 지난해는 2024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더운 해였으며, 해수면 온도 역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시간당 100mm 이상의 기록적인 호우가 15개 지점에서 발생하는 등 이상기후는 이제 상시적인 위협이 됐다. 그동안 기후기술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완화(Mitigation)’에 집중됐지만, 이제는 변해버린 기후에 맞춰 생존하는 ‘적응(Adaptation)’ 기술이 더욱 주목받는다.
#온실가스 배출 ‘완화’만큼 중요해진 ‘적응’
기후변화 대응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태양광 발전이나 전기차처럼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는 ‘기후완화기술’가 있다면, ‘기후적응기술’은 이미 나타났거나 예상되는 기후 변화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오히려 이를 기회로 활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과거 기후기술이 탄소 중립이라는 거대 담론에 집중했다면, 기후적응기술은 우리 삶의 현장에 더 밀착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자연, 사람, 인공물을 보호하기 위해 생태계 회복력을 강화하고, 아열대화하는 기후에 맞춰 감염병 방역 체계를 재구축하며, 홍수와 폭염에 견딜 지능형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모두 이 범주에 속한다.
경제적 관점에서 기후기술은 거대한 블루오션이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은 2025년 ‘녹색경제 투자 보고서(Investing in the green economy 2025)’에서 기후적응기술의 시장 규모가 2024년 기준 1조 달러(약 1470조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그 비중도 2024년 전체 녹색 경제 매출의 20%를 차지할 정도이며 2100여 개 기업이 기후적응기술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액도 늘고 있다. 위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 부문의 기후적응기술 투자 규모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21%를 기록하며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AI 홍수 예보부터 고온 내성 작물까지, 적응 기술의 현장
기후적응기술은 이미 우리 일상 곳곳에 파고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재난 예측이다. 최근 도입되는 AI 홍수 예보 시스템은 수많은 데이터를 실시간 학습해 홍수 특보 지점을 대폭 확대하고 골든타임을 확보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4년부터 AI를 활용해 예보지점을 그동안 대하천 중심 75곳에서 지류·지천을 포함한 223곳으로 확대했다.
기후적응기술 스타트업인 ‘디아이랩’은 ‘디아이캐스트(DI CAST)’라는 인공지능 기반의 기후 이상감지 및 예측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AI 알고리즘과 IoT 센서 등을 활용해 기존 관측 장비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지형 및 주변 데이터를 분석해 국지성 호우, 폭염 등 초단기 기상을 예측한다.
식량 안보 분야도 기후적응기술의 주요 영역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고온 내성 벼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기존 작물 재배가 어려워짐에 따라 고온이나 가뭄, 염분에 강한 유전자를 가진 작물을 개발해 변화된 토양 환경에서도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스마트팜에도 기후적응기술이 적극 도입되고 있다. 스위스 스마트팜 스타트업 ‘웨더바운드(Weatherbound)’는 여름철 가뭄 등 기후재난에 농가가 대응할 수 있도록 실시간 토양 수분, 기상 데이터, 일기 예보를 분석해 관개 시스템을 운영한다.
#아직은 더딘 국내 기후적응기술 산업
이러한 장밋빛 전망 이면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국내 기후적응 산업은 아직 공공 부문 주도의 R&D에 치우쳐 있으며, 민간의 참여와 관심은 탄소절감 분야에 비해 현저히 낮다.
국회미래연구원은 ‘기후변화 적응력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 전략과 추진체계’ 보고서에서 기후적응기술이 지자체의 재난 대응이나 폭염 조치 등 일부 영역에 국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기후적응기술을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해 수익을 창출하는 민간 생태계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에서 2022년까지 주요국 기후적응기술 특허 중 시장가치가 있는 권리 이전 건수에서 한국의 최우선 출원 비중은 0.6%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8일에 발표한 2026년 기후·환경·에너지 R&D 예산에서도 그 경향을 볼 수 있다. 이 분야 전체 R&D 예산은 지난해 대비 75.2% 증액한 1511억 원으로 확정됐지만, 이 중 기후적응 분야에 대한 투자 비중은 적었다. 기후적응기술에 해당하는 사업은 ‘토양기반 기후 회복력 진단 및 강화기술 개발’ 한 건뿐으로 예산이 약 16억 원 정도에 불과했다.
이와 맞물려 기후적응 산업이 제대로 상업화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은아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기후기술이 에너지 이외의 분야에서는 중요도가 떨어져 보인다”며 “그나마 AI를 활용하는 기후적응기술이 AI 산업에 흡수돼 일부 상업화된 모델이 있는 정도”라고 짚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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