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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원 쏟아부어도 청년창업은 제자리, 왜?

창업지원 예산 작년보다 43% 늘었지만 단기 성과에 치중…기업가 역량 키우는 교육 선행돼야

2019.07.10(Wed) 11:05:15

[비즈한국] 정부에서 창업지원에 쏟는 예산이 1조 원을 넘어섰다. 올해 정부 창업지원사업 예산규모는 1조 1180억 원으로 지난해(7796억 원)보다 43.4% 증가했다. 창업지원 예산은 매년 확대 추세지만, 성과는 미미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정부는 청년창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 역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창업진흥원이 지난 4월 발표한 2018년 창업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창업 7년 내 기업 208만여 개 중 30대 이하 청년 CEO​가 창업한 기업은 15.7%로 나타났다. 40대와 50대가 각각 32.9%, 33.5%를 차지하는 것에 비해 확연히 낮은 수치다. 문제는 업력이 길어질수록 살아남는 청년창업가가 줄어든다는 데 있다. 업력 1년 차 청년창업은 시장의 19.8%로 나타났지만 7년 차에는 9.2%로 감소했다.

 

정부에서 창업지원에 쏟는 예산이 1조 원을 넘어섰다. 창업박람회를 둘러보는 예비 창업자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 양적 투자는 OECD 4위, 질적 효과는 미비

 

창업시장에 대한 국내 투자는 OECD 국가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2018년 10월 OECD가 발표한 ‘엔터프레뉴어십 앳 어 글랜스 하이라이츠 2018(Entrepreneurship at a Glance Highlights 2018)’ 보고서를 보면 국내 벤처캐피털 투자 지수(2010년을 100으로 볼 때 2017년도 수치)는 242.2로 룩셈부르크, 폴란드, 미국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막대한 자금 투자에 비해 질적 효과는 떨어진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창업에 대한 국내의 양적 투입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투자량만 보면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이나 플랫폼 비즈니스, ICT 제조업 등에서 성과가 높아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취약하다. 성공한 벤처가 드물고 대부분이 내수기업”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이장균 수석연구위원은 “자금만 투입하고 있을 뿐 정부 정책이 단견적이다. 장기적으로 보지 못하고 해외 사례만 쫓아가려는 정책”이라며 “미국, 중국 등을 주로 따라하지만 국내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우리와 잘 맞지 않는 해외 사례를 따라가려니 제대로 된 롤모델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코워킹스페이스에 사무실을 차린 청년창업가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특히 문제되는 건 청년창업 분야다. 정부는 청년창업을 권장하며 창업자금 지원부터 각종 교육과 멘토링 제공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의 실효성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정부의 청년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참가 중인 예비 창업자는 “몇 번의 시도 끝에 정부의 창업지원 사업에 합격했다. 합격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지원했다”면서 “정부사업은 지원금을 받는 것 외에는 크게 도움되는 게 없다. 필수교육 등이 있지만 대부분이 자리만 채울 뿐 제대로 교육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현봉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지난 10년 이상 청년창업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그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서 “청년을 타깃으로 하는 정책을 강조할 게 아니라 실질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보여주기식 정책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례로 정부의 창업강좌가 1만 개 이상이라고 홍보하는데 이런 강좌들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정책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정책이 실효성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반짝 성과 나올 수 있는 초기 투자에 집중, 장기적 시각에서 지원 필요

 

정부의 창업지원 예산이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신동평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은 “정부 창업예산 중 상당수가 예비·초기 창업 단계에 집중돼 있다. 사업의 숫자나 예산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다른 단계의 지원을 ​조금씩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분석했다. 

 

창업 3~7년 차는 창업가들 사이에서 ‘죽음의 계곡’이라 불릴 정도로 힘든 시기로 꼽힌다. 한 청년사업가는 “창업 1년 후까지의 성과를 갖고 인정받기는 힘들다. 대부분의 창업가들이 3년을 넘기는 게 고비라고 말한다. 그 시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사업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데, 그게 어려워 폐업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신동평 부연구위원은 정부의 창업지원 예산이 초기에 집중된 이유를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때부터 대대적인 창업지원을 시작했는데, 성과를 빨리 보여주려다 보니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는 투자에 집중했다”며 “때문에 기술력이 높고 지속적 투자가 필요한 분야보다는 간단한 아이디어로 반짝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에 대한 투자가 많다. 이 경우 성과가 빨리 나올 수 있지만 반대로 실패도 빠르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울산 울주군 유니스트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학위수여식 참석에 앞서 학생창업인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청년창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기업가정신을 갖춘 창업가 양성을 위한 교육 투자를 강조했다. 양현봉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창업은 정부가 예산을 쏟는다고 하루아침에 살아나는 게 아니다. 미국은 창업자 평균 연령이 42~43세다. 이미 오랜 경력이 쌓인 후 창업하니 실패율이 낮다”라며 “반면 우리나라는 취업이 안 되니 창업을 하라고 권장하는데 제대로 된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한다. 기업가 마인드를 키워줄 교육이 필요한데 이건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키워줘야 할 부분이다”라고 조언했다.

 

신동평 부연구위원도 “창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가 마련된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지만 이는 망하기도 쉽다는 걸 의미한다. 청년창업가가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 후에 금융적 지원 등이 따라가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학교의 커리큘럼부터 개선돼야 하며, 기업가정신을 키울 수 있는 교육 등도 학교나 정부, 외부기관 등에서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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