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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 번지는 '후분양 증후군' 분양시장 양극화 부추기나

확실한 인기 단지는 고가, 일반 단지는 규제로 저가화…"민간아파트 분양가상한제 도입될 수도"

2019.07.02(Tue) 15:31:04

[비즈한국] 최근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후분양’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심사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재건축 단지들이 원하는 분양가를 받기 위해 줄줄이 후분양을 선택하려는 분위기다. 강남구 삼성동의 래미안 라클래시(상아 2차)는 2021년 후분양을 결정했고, 서초구의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반포 경남), 송파구의 미성크로바 등도 후분양을 논의 중에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6월 26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민간아파트 고분양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불확실성이 발목 잡지만…꾸준히 확대될 것 

 

후분양제는 아파트의 건설 공정 80% 이상을 마친 후 소비자에게 분양하는 방식이다. 대개 착공 2~3년 후 분양을 시작한다. 후분양제를 선택하면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공사대금을 조달해야 해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고, 분양 시기의 부동산 시장 전망 또한 낙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직까지는 후분양제의 적용부터 입주 및 사업비용 정산 등의 결과가 확인된 단지가 많지 않다. 분양가 규제를 피해 후분양제의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재건축 단지가 늘고 있지만 도입을 확정한 단지는 소수”라며 “이를 달리 표현하면 후분양제의 반대급부인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지역만큼은 후분양제가 꾸준히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지속적으로 물가가 상승하고, 서울 등 주요 지역에서의 신규주택공급 요구가 꾸준함 등을 감안하면 추후 이들 지역에서 후분양제가 성공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역시 “후분양제를 선택하는 단지는 입지가 좋아 비싼 분양가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후분양제를 선택해도 충분히 원하는 가격을 받을 수 있는 3.3㎡(약 1평)당 평균 분양가 4000만 원 전후의 단지 대부분이 후분양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정부 기대와 다르게, 후분양제가 양극화 초래?

 

지금의 분위기라면 후분양제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사업시행의 성과가 명확하게 예상되는 단지들이 HUG의 분양보증 없이도 문제없이 사업추진을 하고, 이러한 사례가 누적된다면 후분양제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정부는 주택시장을 안정화시키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후분양제 활성화를 권장해왔다. 하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는 후분양제 움직임은 정부가 의도한 방향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후분양제가 활발해짐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는 더욱 어려워질 거라 입을 모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많은 건설사가 후분양을 선택할 경우 올해 분양이 예상됐던 물량이 대거 빠지게 돼 알짜 물량이 시장에서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새 아파트 물량이 줄면 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수요자 입장에서 불안함이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후분양제가 꾸준히 확대될 거라 전망하고 있다. 사진은 후분양을 결정한 서울 삼성동의 래미안 라클래시. 사진=삼성물산 홈페이지


시장의 양극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학렬 소장은 “입지가 좋은 곳은 비싼 분양가를 받을 수 있어 후분양제를 선택하겠지만, 건설조합에 자금이 넉넉하지 않고 입지가 뛰어나지 않은 서울시 평균 이하 아파트는 후분양제를 선택하기 어려워진다. 그럼 제한적 분양가를 받게 되고 시장에서 중간 가격대가 없어지는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권 아파트는 후분양제를 선택해 3.3㎡당 평균 분양가가 5000만 원까지도 가능해지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낮은 수준의 분양가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 시장의 다양성은 사라진다는 예상이다. 지방처럼 수요가 적은 지역은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김학렬 소장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 되려면 3.3㎡당 평균 분양가가 2000만 원부터 5000만 원까지 선택지가 골고루 있어야 하는데 2000만 원과 5000만 원 시장만 남으면 거래는 더욱 힘들어진다. 비싼 아파트는 계속 가격이 오르고, 저렴한 아파트는 기존 아파트와 경쟁하며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책임연구원도 “후분양제 확산으로 분양시장은 입지별, 사업성에 따른 양극화가 커지게 될 걸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런 상황이 확산되는 시점에 또 다른 규제방안을 탐색해 적용하려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조기 적용 부를 수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6월 26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공공택지 외 민간택지(재건축, 재개발 사업장 등)의 분양가를 정부가 결정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민간택지는 HUG의 분양보증심사로 통제해왔는데, 최근 건설사들이 후분양을 선택하며 관리가 어려워지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까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함영진 랩장은 “지금의 후분양제는 건설사가 고분양가 규제를 피할 수 있는 퇴로가 되는 셈이다. 후분양제가 확대되면 정부의 통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빠르게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시장가가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면 합리적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데 정부 규제가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규제로 인한 부작용을 또 다른 규제로 막으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우려되는 이유다. 

 

김학렬 소장은 “분양가는 시세대로 받는 게 안 된다면서 세금은 시세대로 받고 있지 않나.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하기보다는 시세를 반영해주는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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