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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장기불황 따라갈까' 고개 드는 디플레이션 우려

6개월째 물가상승률 0%대, 설비투자 감소…마땅한 정책수단 없어 더 위험

2019.07.12(Fri) 13:45:35

[비즈한국]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10일(현지시각) 디플레이션을 겪은 일본 사례를 거론하면서, 경기 침체와 저물가가 겹친 우리나라의 디플레이션 돌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이 현상이 공급 증가가 아닌 소비 위축으로 벌어질 경우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0%대 물가가 6개월 째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초입 단계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파월 의장은 10일 미 연방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출석해 “물가상승률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목표치 2%를 계속 밑돌고 있다”면서 “낮은 물가가 예상보다 더 지속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은 특히 디플레이션으로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을 언급하며 “우리는 그 경로를 밟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미국의 경제성장률(연률 기준)은 지난해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2.2%에서 올 1분기에 3.1%로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월 2.0%를 기록한 이후 5월 1.8%, 6월 1.6%로 하락세다. 경기가 좋은데도 물가가 하락세를 보이자 디플레이션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파월 의장의 발언 후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경제 상황이 더 좋지 않다는 점에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 1월 0.8%를 기록한 뒤 2월 0.5%, 3월 0.4%, 4월 0.6%, 5월 0.7%, 6월 0.7% 등 6개월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다. 향후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생산자 물가도 6개월 연속 0%대를 기록 중이다.

 

정부도 이러한 0%대 저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지난해 12월 내놓은 ‘2019년 경제정책 방향’ 당시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1.6%로 봤으나 지난 6월 말 발표한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0.9%로 낮췄다.

 

문제는 우리나라 저물가가 공급 과잉이 아닌 소비 위축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5월 제조업의 출하 대비 재고비율은 118.5%를 기록했다. 5월 기준으로 외환위기이던 1998년(137.6%) 이후 2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재고가 쌓이는 것이다. 소비가 얼어붙고 재고가 쌓이자 기업의 생산과 투자도 감소하고 있다. 

 

5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전월에 비해 1.0%포인트 하락한 71.7%를 나타냈다. 5월 기준으로 역시 외환위기이던 1998년(66.7%) 이래 최저치다. 5월 설비투자는 전월에 비해 8.2%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2019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설비투자가 1.0% 늘어날 것으로 봤던 정부는 6개월 만에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4.0%로 투자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정한 기준에 따르면 디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2년 이상 마이너스를 기록한 경우’다. 이 정의에 따르면 아직 우리나라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물가만 마이너스가 아닐 뿐이지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현상을 보인다. 디플레이션이 벌어지면 물가 추가하락 전망에 소비를 자제하고 이것이 기업 생산 하락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데, 현재 한국 경제가 이런 모습이라는 점이 우려를 낳고 있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임금을 동결하더라도 물가상승분을 감안한 실질임금은 오르기 때문에 부담을 느낀 기업이 고용을 줄이게 된다. 고용이 줄면 소비는 더욱 위축되고 경기는 다시 악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지면 벗어날 정책수단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는 통화정책은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정부가 돈을 투입하는 재정정책도 소비심리가 무너진 다음이어서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 일본이 온갖 정책에도 장기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실 자체가 디플레이션의 위험성을 방증한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우리보다 경제 상황이 더 나은 미국이 저물가를 걱정하며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저울질하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정부와 여당은 2개월 넘게 지연된 추가경정예산을 조속히 처리할 방안을 찾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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