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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늘어난 '바닥 조명 광고' 불법성 팩트 체크

옥외광고물법·빛공해방지법 위반 가능성…지속 노출 시 건강에도 악영향

2019.07.29(Mon) 18:17:41

[비즈한국] “평범한 길 바닥에 글씨가 써 있길래 뭔가 했는데, 가게에서 조명을 쏴서 만든 광고더라고요. 빛이 강해서 눈을 좀 찡그렸지만, 처음 보는 광고 방식이라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한두 곳만 한다면 광고 효과가 좀 있을 것 같아요.”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일대에서 친구들과 모임을 가진 김 아무개 씨는 ‘바닥 조명’ 광고를 보고 이같이 말했다. 

유동인구가 밀집된 지역에서 ​바닥 조명 광고가 ​​최근 늘고 있다. 바닥 조명 광고는 레이저로 각인한 이미지를 LED 조명을 통해 바닥에 비추는 방식이다. 설치비는 방수 유무, 출력, 밝기, 표현 이미지 숫자에 따라 달라진다. 한 조명 광고 업체에 견적을 의뢰한 결과 최소 15만 원에서 최대 90만 원까지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LED로 된 전자빔을 이용해 길바닥에 이미지를 비추는 이른바 바닥 조명 광고가 최근 옥외 광고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사진=박찬웅 기자

 

설치 업체들은 바닥 조명 광고가 다른 옥외 광고물에 비해 투자 대비 효과가 뛰어나다고 적극 홍보한다. 견적을 문의한 설치 업체 관계자는 “배너, 포스터, 간판 등 기존 옥외 광고물과 비교했을 때, 설치가 쉽고 유지비가 적게 든다”며 “지자체, 관공서를 중심으로 ‘바닥 조명’ 광고 시장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바닥 조명 광고를 밟고 지나가는 시민들. 사진=박찬웅 기자


바닥 조명 광고의 효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비즈한국’​ 취재 결과 사익 추구가 목적인 바닥 조명 광고는 현행법상 불법으로 확인됐다.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바닥 조명에 사용되는 전자빔은 제2장 제4조 12항 전자빔 등을 이용하여 광고내용을 공간적·입체적으로 수시로 변화하도록 한 ‘디지털 광고물’로 분류된다.


바닥 조명, 즉 전자빔을 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전자빔을 쏘는 위치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자빔뿐만 아니라 길바닥에 광고하는 모든 행위는 불법이다. 공중의 편의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범죄 예방, 소방 안전과 같이 공익을 위해서라면 전자빔을 도로에 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닥 조명을 설치한 상인 대부분은 ‘바닥 조명’ 광고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안경원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다른 옥외 광고물과는 다르게) 바닥 조명 광고를 설치할 때는 지자체에 신고할 필요가 없었다. 설치 후에도 별다른 단속은 없었다. 구체적인 설치 기준이나 지자체에서 단속이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서울 2호선 홍대입구역 일대 일곱 점포 가운데 단 한 점포 만이 '빛방사 허용 기준'에 해당하는 조도값(25룩스)을 충족했다. 사진, 표=박찬웅 기자

서울 2호선 홍대입구역 일대 일곱 점포 가운데 단 한 점포만이 빛방사 허용 기준에 해당하는 조도(25룩스)를 충족했다. 사진·표=박찬웅 기자  

 

바닥 조명 광고는 옥외광고물법뿐만 아니라 환경부에서 시행하는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 시행규칙’에도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

 

‘비즈한국’​은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일대에서 바닥 조명 광고를 사용 중인 상점을 대상으로 바닥 광고의 조도를 직접 측정했다. 한국환경공단 생활환경안전처 관계자의 자문에 따라, 측정 조명 장치가 점등돼 있을 때 조도(측정 조도)와 장치가 소등됐을 때 조도(배경 조도)를 뺀 후 0.9를 곱했다. 그 결과 일곱 곳의 평균 조도가 143.3룩스(lx)​를 기록했다. 이는 기준치인 25룩스보다 약 5배 높은 수치다. 심지어 무려 415.8룩스가 나온 상점도 있었다. 


빛공해 방지법 제6조 1항 ‘빛방사 허용기준’에 따르면, 홍대입구역 일대는 제3종 조명 환경 관리 구역이다. 다만, 환경부는 행안부의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라 “옥외 광고사업에 의해 설치되는 조명 기구는 설치 지역과 관계없이 제4종의 빛방사 허용기준을 적용한다”라는 예외 조항을 둔다. 따라서 홍대입구역 일대에 설치된 간판들의 조도는 빛방사 허용 기준 25룩스를 초과해선 안 된다. 1룩스는 보통 촛불 1개 정도의 밝기다.

이에 따라 빛방사 허용기준을 통과한 상점은 측정한 곳 중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이 점포의 조도는 9룩스였다. 이는 상점 주변 조명이 바닥 광고보다 밝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조도를 측정할 때는 측정 조도, 배경 조도를 ​같은 위치에서 ​재는 게 원칙인데, 이번에는 여건상 측정 조도를 잰 곳에서 30cm 옆에서 ​배경 조도를 ​측정했기 때문에 실제 단속 시 측정값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바닥 조명 광고는 위에서 직접 내리쬐는 LED 조명과 아래에서 반사돼 올라오는 빛 때문에 시민들이 두 배로 빛공해에 노출될 수 있다. 사진=박찬웅 기자


이에 대해 바닥 조명 업체 관계자들은 “판매되는 LED 조명은 대부분 KC 인증을 받았다. 이는 제품이 인체에 무해한 재질로 만들어졌으며 안전하다는 의미”라며 “바닥 조명 광고가 시민들에게 결코 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빛공해 관련 전문가들은 바닥 조명이 ‘제2의 네온사인’​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은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시민들이 바닥 조명 광고를 지나갈 때 눈을 찡그렸다면, 충분히 빛공해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일 교수는 “​상점 밀집 지역에서 밤 사이 인공조명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사람은 수면장애​ 등 야간 근무자에게 주로 발병되는 질병에 취약할 가능성이 크다”​며 ​​“​​생체 리듬이 불규칙해지면 당뇨, 고혈압,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심각할 경우 남성은 전립선암, 여성은 유방암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이는 세계적으로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네온사인 간판은 위에서 아래로 내리쬐는 빛이지만, 바닥 조명은 바닥에서 반사돼 오는 빛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가 가중될 수 있다”며 “​빛공해 예방 차원에서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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