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자급제 폰 이용률이 전체 시장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커진 가운데 주요 온라인 채널에 위장 판매 방식이 성행해 주의가 요구된다. 통신사 폰을 자급제로 가장해 판매한 뒤 고객에게 별도의 문자를 보내 사실상 통신사 개통을 회유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플랫폼의 느슨한 상품 관리도 소비자 피해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답장 없으면 통신사 폰 보낸다, 수상한 자급제 폰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20대 직장인 이 아무개 씨는 최근 쿠팡에서 28만 900원에 ‘갤럭시 A16’ 그레이 제품을 자급제로 구매했다. 공기계가 필요했던 터라 마침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발견하고 결제를 진행했는데, 구매 후 판매자로부터 ‘구매 혹은 거부 의사를 밝히라’는 취지의 문자를 받았다. 이 씨는 “따로 취소하지 않으면 자신이 개통한 통신사 폰으로 발송한다는 뉘앙스의 메시지를 받아서 황당했다. 단말기만 필요해 자급제폰을 샀는데, 계약 조건이 전혀 다른 개통 이야기를 결제 후에야 문자로 통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가 구매한 제품은 제품명에 명시된 자급제 단말이 아닌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출고하는 ‘현금 완납(출고가를 일시에 지불하고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방식)’ 단말기로 추정된다. 판매자는 문자 메시지에서 기기 값을 완납해 사용하는 통신사 폰 대비 자급제 폰의 단점을 부각하며 “자급제는 출고가 그대로 구매해야 하고, 통신사용 현금 완납 폰은 보조금이 나오기 때문에 자급제에 비해 현격하게 저렴하다”고 설명한다. 통신비 절약 방법으로 인식되는 자급제 폰과 알뜰요금제 조합을 두고는 “알뜰폰은 결합할인, 복지할인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내용을 확인 후 구매를 원하면 ‘구매’라고 답장하고, 취소를 원하면 쿠팡에서 취소 바란다”고도 했다. 제품을 결제한 뒤 ‘통신사 개통’ 등 주요 계약 조건을 문자로 통보하는 방식은 정상적인 판매 절차로 보기 어렵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부 정보를 뒤로 숨겨놓는 등 상품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고 판매하는 행위다. 부당한 표시광고에 해당하는 부적절한 판매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는 소비자의 구매 의사와 무관하게 통신사 유통 기기로 거래가 성사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약 조건의 왜곡 소지가 크다는 평가다. 실제로 온·오프라인 휴대폰 판매처에서는 통신사 개통 이력이나 약정 조건 인지가 어려운 ‘미개통·미개봉 최저가 폰’부터 현금 완납, 자급제 등 다양한 키워드가 혼용되며 소비자 혼란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같은 방식은 아예 자급제 상품으로 유인해 판매했다는 점에서 기만적인 미끼 영업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유통 방식이 다양해졌으나 결제 이전에 기본적인 설명과 조건을 제대로 안내해야 한다”며 “통신사 유통 기기를 자급제인 것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판매 행위는 시장 신뢰에도 안 좋다”고 우려했다.
#일부만 승낙해도 수익, “통신사·플랫폼 관리 개선돼야”
일부 판매자들이 이 같은 편법을 쓰는 건 마진 때문이다. 자급제 폰은 통신사 보조금 없이 정가에 판매되지만 통신사 유통망을 통해 개통을 유도하면 추가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현금 완납이라 해도 유심 가입 등 고객과 통신사 사이 계약 성사 시 통신사에서 수익이 나기 때문에 판매자도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반면 소비자는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자급제 폰은 고객 선택대로 유심을 꽂아 사용할 수 있는 완전한 공기계를 의미하는 만큼 통신사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기기여야 한다. 하지만 통신사 유통 단말기라면 경우에 따라 특정 펌웨어나 앱이 설치돼 있거나 일부 요금제 비호환 등 기술적 제약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 현금 완납이라 하더라도 통신 개통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특정 요금제 사용이나 유심 요금제 가입 등 원치 않는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문자 회신’으로 구매 확정을 갈음해 환불 등 소비자 권리가 제한될 여지도 있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 실장은 “사례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이메일, 온라인 링크 등 계약서를 받았는지가 중요하다”며 “이 같은 수법은 구매자 일부라도 구매 취소나 계약 철회를 포기하고 실제 구매를 결정할 때 조금이라도 수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근절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판매 채널 운영 및 상품 검수, 사후 관리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측면에서 플랫폼의 책임도 거론된다. 자급제 폰 수요가 늘며 쿠팡 등 온라인 채널은 주요 유통 통로로 자리 잡았다. 국내 자급제 폰 이용률은 지난해 3월 기준 33.3%를 기록하는 등 3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하게 커진 영향력에 비해 상품 등록 및 거래 관리 시스템 측면에서 허점은 계속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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