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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대한민국 국방력, '가짜 5위' 아닌 '진짜 5위'가 되려면

GFP 순위, 한국군 전력 과대평가 '한계'…실질적 군사력 높이려면 '타격 전력' 강화해야

2025.07.01(Tue) 09:59:52

[비즈한국]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되어가지만, 아직 우리 국방정책의 정확한 밑그림을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새 정부의 국방정책은 군 전력 증강, 방산 수출 확대뿐만 아니라 지난 12·3 내란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까지 포함해야 하는 등 매우 복잡한 요구를 담아야 한다.

 

이처럼 복잡한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새 정부의 국방정책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지난 정부들이 자랑스럽게 언급해온 ‘국방력 세계 5위’라는 타이틀이 과연 현실적이었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사례처럼 전략적 타격 능력이 전쟁 승패를 좌우하는 만큼, 한국도 기존의 값비싼 무기체계만으로는 부족하며, 대형·저가형 공격 드론, 새로운 지상발사체계 등 가성비 높은 신개념 무기를 개발해 실질적 안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북한의 지하시설을 공격할 수 있는 현무5 미사일. 사진=김민석 제공

 

왜 ‘세계 국방력 5위’라는 자랑스러운 평가를 부정하고, 처음부터 우리 군의 역량을 다시 살펴봐야 하는 걸까? 그 이유는 이전 정부들 모두 이 잘못된 수치에 기대어 우리 군의 부족한 점은 과대평가하고, 강점은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이를 바로잡아야 북한 핵 위협은 물론 주변국의 도발에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진짜 전력 증강’이 가능하다.

 

대한민국을 세계 5위 군사력으로 평가한 수치는 ‘글로벌 파이어파워(Global Firepower, 이하 GFP)’ 순위다. GFP는 60개 이상의 지표를 분석해 매년 군사력 순위를 발표하는데, 한국은 일본, 영국,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5위로 평가되었다. 참고로 파키스탄은 12위, 이스라엘은 15위, 북한은 34위로 집계되었다.

 

문제는 이 수치가 공적으로 투명하게 공개되거나 공신력 있는 비교 지표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GFP는 각 국가의 무기 개수, 인구, 산업 지표, 물류량, 해안선 길이, 천연자원까지 포함해 순위를 산출한다. 대부분의 자료는 자체 조사 대신 CIA의 ‘월드 팩트북(World Factbook)’에 의존하며, 무기 대수와 병력 규모만 집계할 뿐 무기의 성능, 노후화, 병사들의 숙련도는 반영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핵무기 관련 내용은 전혀 포함되지 않는다. 핵탄두나 핵미사일 보유 수량은 집계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핵전력을 보유한 영국과 프랑스가 한국보다 낮은 순위로 평가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핵의 위력을 감안하면 순위상 우리보다 뒤처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을 한국이 군사적으로 우세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GFP는 국가의 군사력뿐 아니라 경제력까지 고려해 장기전 수행 능력 참고용으로는 의미가 있으나, 군사력 자체의 정확한 척도로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GFP 순위로는 알 수 없는, 국가 안위에 진짜 중요한 힘은 무엇일까? 필자는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단 12일 만에 마무리된 이스라엘-이란 전쟁의 공통점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바로 ‘전략적 타격 능력’이다.

 

전략적 타격 능력은 적의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시켜 전쟁을 조기에 종결할 수 있는 힘이다. 러시아는 병력과 장비 숫자는 우세했지만 공군력이 약하고, 장기전으로 미사일 재고가 바닥났다. 러시아는 이를 메우기 위해 드론을 활용했지만, 샤헤드-136 드론 1대의 폭발력은 F-16 전투기 1회 폭격에 사용되는 폭탄의 40분의 1에 불과해 적 지휘소나 핵심 군수시설 파괴에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12일간 전쟁에서 매일 수십 대에서 많게는 200여 대의 F-15, F-16, F-35 전투기로 폭격을 가했는데, 이를 샤헤드 드론으로 환산하면 하루 3000~6000대에 해당하는 화력을 집중한 것이다. 이 덕분에 이스라엘은 전쟁 초기에 제공권을 장악하고 주도권을 확보했지만, 이란의 지하 핵시설까지는 타격하지 못하는 한계도 드러났다.

 

결국 우리가 ‘진짜 세계 5위’ 군사력을 갖추려면 전략적 승리를 위한 대규모 원거리 정밀타격 능력이 필수다. 다행히 이번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도 ‘대량응징보복’ 중심의 전력 건설을 주문하며 이 부분을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존 전력 증강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예컨대 우리가 자랑하는 ‘괴물 미사일’ 현무-5는 북한 핵심 지하 표적을 파괴할 수 있으나, 제작 비용이 높아 충분한 수량 확보가 어렵다. 북한 신형 미사일 대응을 위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도 점점 고도화되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값비싼 이동식 발사대(TEL) 대신 해군 수직발사기(KVLS-2)를 활용한 지상 발사대 적용, 첨단 엔진 기술을 활용한 대형·저가형 공격 드론 개발, 고기동 자폭 드론을 활용한 탄도탄 하층 방어 등 신개념 가성비 무기 개발이 필요하다. 이번 이재명 정부가 단순히 ‘세계 5위 군사 강국’이라는 숫자 경쟁을 넘어, 실질적으로 안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하길 기대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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