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급락했던 카카오그룹 주가가 하반기 시작과 함께 빨간 불을 켰다. 카카오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인공지능(AI)과 스테이블 코인 관련 수혜주로 꼽히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갔으나 다시 상승하면서 주주의 기대감이 모였다. 경영진의 사법리스크, 스톡옵션 ‘먹튀’ 논란, 정부의 압박 등으로 4년 가까이 부진했던 카카오그룹의 주가가 올해 추락한 위상을 회복할지 주목된다.

카카오그룹과 계열사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대통령 선거 이후 카카오그룹 주가는 하루만에 30% 가까이 오르는 등 무섭게 올랐다. 그러나 6월 25일을 기점으로 조정에 들어가며 상승분을 반납했는데, 7월 1일 증시 개장과 함께 다시 빨간 불을 켠 것이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1일 오전 10시 20분에 전일 대비 약 9.7%(7만 6700원→8만 42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카카오 주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일(6월 3일) 이후 첫 월요일(6월 9일), 직전 거래일 대비 16%(4만 4300원→5만 1400원) 상승했다. 5만 원대를 유지하던 주가는 6월 18일부터 24일까지 5거래일 연속 올랐다(36% 상승). 24일에는 장중 7만 1600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3년 2월 이후 약 2년 4개월 만에 7만 원대를 회복한 것이다. 급등한 주가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사흘 만에 6만 원 초반대로 내려앉았다.
한때 ‘국민주’로 승승장구하던 카카오는 주가가 50만 원대까지 올랐다. 몸집이 커진 카카오는 2021년 4월 15일 액면분할을 시행했는데, 직전 주가는 55만 8000원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와 달리 경영진의 사법리스크에 주식 매도 논란, 정부의 빅테크 압박 등 악재가 이어지며 주가는 내리막을 탔다. 최근 3년 동안 주가는 액면분할 가격이었던 11만 1600원을 단 한 번도 회복하지 못했다.
이랬던 카카오의 상승세에 장기간 ‘물린’ 주주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계열사 중 주가 급등락이 가장 심한 곳은 카카오페이다. 4월 9일 2만 6700원에 그쳤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6월 25일 장중 11만 4000원까지 치솟았다. 6월 20일에만 주가가 전일 대비 30%(6만 1300원→7만 9600원) 오른 카카오페이는 급기야 투자 위험 종목으로 지정돼 24일, 26일 거래가 정지됐다.
나머지 계열사의 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최근 1년간 2만 원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던 카카오뱅크 주가는 6월 24일 장중 3만 8750원을 달성하며 2배 가까이 올랐다. 같은 날 카카오게임즈 주가도 전일(1만 8100원) 대비 30% 오른 2만 3500원을 기록했다.
카카오그룹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건 정부의 인공지능(AI)과 가상자산 정책의 수혜주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과 함께 AI과 디지털 자산 산업 육성에 나섰다. 최근 대통령실에 ‘AI 미래기획수석’ 직책을 신설하고, 국민·기업·정부가 참여하는 100조 원 규모의 민관 펀드를 조성해 이 기금으로 AI·첨단산업에 투자한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여기에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디지털 자산 법제화를 추진하는 등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카카오는 ‘카나나(Kanana)’라는 자체 개발한 대규모 언어모델(LLM) 4종을 보유하고 있다. 자체 AI 모델을 공개해 국산 LLM의 경쟁력을 키우고 AI 생태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카카오는 지난 2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화제가 됐다.
스테이블 코인 사업에는 금융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나섰다. 최근 두 회사는 상표권 출원 경쟁에 참전하며 사업 진출 의지를 보였다. 카카오페이는 6월 17일 ‘KPKRW’ ‘PKRW’ ‘KKRW’ ‘KRWK’ ‘KRWKP’ 등 18개를, 카카오뱅크는 6월 23일 ‘KKBKRW’ ‘BKRW’ ‘KRWKKB’ 등 12개 상표를 출원했다. 정부가 민간의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허용할 경우, 코인 발행 경험이 있는 카카오는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카카오는 지난 정권에서 혹독한 시절을 보냈다. 가장 타격이 컸던 건 창업주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의 구속이었다.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를 견제하기 위해 주가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으면서다. 여기에 카카오모빌리티의 분식회계 의혹까지 터지는 등 악재가 이어졌다. 12·3 계엄 사태 이후 카카오 주가가 한동안 올랐던 이유다.
하지만 카카오의 질주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먼저 초대 내각에 경쟁사인 네이버 출신 인사가 포진했다는 점에서다. 최근 AI 미래기획수석 자리에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센터장이, 네이버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돼 화제를 모았다.
카카오 출신 인사가 없는 것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온다. 사법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주가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한 재판은 아직 진행 중으로, 혐의를 완전히 벗지 못한 상태다. 이재명 정부가 외국 기술에 대한 종속에서 벗어나 독자 개발로 주도권을 가지는 ‘소버린 AI’를 추진한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카카오가 일찌감치 오픈AI의 손을 잡았기 때문에 발탁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스테이블 코인을 향한 관심은 높지만 민간 도입이나 상용화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주가 부양이 거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7월 증시 개장과 함께 주가가 오른 상황이 ‘데드캣 바운스(폭락하다가 잠시 반등하는 현상)’라는 경고도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제 막 출범했으니 산업 육성이나 정책 방향이 바뀔 수 있다”라며 “특히 가상자산 법제화의 경우 논의만 수년째다. 시행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주가 하락을 주의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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