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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지금, 자기 얼굴에 책임지고 있습니까

링컨의 명언, 항의해야 할 때 침묵하지 않아야 '자기 얼굴에 책임 지는' 것

2019.10.01(Tue) 09:58:45

[비즈한국]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Every man over forty is responsible for his face)”는 말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듯한 이 말은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말했다. 우리 속담이거나 요즘 나온 얘기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있을 거다. 링컨이 대통령 재임 중에 한 말이라니, 최소 150년이 지난 셈이다.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Every man over forty is responsible for his face)”는 말이 있다.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한 말이다. 나이가 들면,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인성과 행적을 가졌는지가 얼굴에 드러난다.


그런데 왜 링컨은 얼굴 얘길 했을까?

 

대통령이 된 후 링컨은 요직에 등용할 많은 사람들을 추천 받았다. 어떤 사람을 면접 보고 나서 얼굴이 마음에 안 든다고 추천자에게 얘길 하자, 추천자는 얼굴은 본인 책임이 아니라 부모가 그렇게 낳아준 것이니 그걸 문제 삼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때 링컨이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마흔 이후의 얼굴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잘생기고 못생기고의 잣대로 얼굴을 본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생을 얼굴에서 찾아본 것이다. 

 

사실 사람의 인상은 나이 들면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인성과 행적을 가졌는지가 그 사람의 얼굴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인상 써서 생긴 주름과 미소 지어 생긴 주름이 다르고, 찌든 삶이 만든 인상과 성취하는 삶이 만든 인상도 다르다. 

 

관상 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군가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느껴질 때가 있다. 하루 5번씩 찡그리기를 20년간 했다면, 3만 6500번 찡그리게 된다. 반대로 하루 5번씩 웃기를 20년간 한다면 3만 6500번 미소 짓게 된다. 몇십 번까진 전혀 티가 나지 않겠지만 수만 번이 되면 얼굴에 깊은 흔적으로 만들 수 있다. 오랫동안 꾸준히 쌓아온 흔적이 이래서 강력하고 무서운 거다.

 

지난 주말,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시작되어 서초대로, 반포대로까지 가득 메운 대대적인 촛불 집회가 있었다. 3년 전 광화문을 가득 메운 촛불 집회를 연상시킬 규모다. 그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촛불을 든 사람들은 남녀노소 다양했다. 자녀와 함께 손잡고 온 가족들도 많았고, 연인끼리 친구끼리 온 이들도 많았다. 전국에서 모였다. 다들 자신의 시간과 노력, 돈을 들여 부당함에 저항하기 위해 거기까지 왔다. 이들의 목소리는 타인과 공공을 위해서다. 

 

무심코 어제오늘 신문과 TV에 자기 목소리를 크게 내는 정치인들의 얼굴을 봤다. 링컨이었다면 그들을 등용했을까?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뤘다. 한국의 민주주의나 시민들의 수준도 세계가 놀랄 정도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인과 정치 수준은 이들과 비교하면 참 열악하고 후진적이다. 여전히 편싸움에 막말에 가짜뉴스를 뻔뻔히 양산하고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정치가 직업인 사람들 중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인상을 가진 이들이 많다. 정치인이든 검찰이든 언론이든 고위관료든, 폐쇄된 그들만의 리그를 유지해온 영역일수록 더더욱 자기 얼굴에 책임지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링컨의 말로 시작했으니, 마무리도 링컨의 명언으로 대신한다. “항의해야 할 때 침묵하는 죄가 겁쟁이를 만든다(To sin by silence when they should protest makes cowards of men).”

 

사람의 클래스는 돈과 지위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부당함에 저항할 줄 알고, 타인을 위할 줄도 알고, 정의와 신념을 위해 목소리를 낼 줄도 알아야 한다. 명언 제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링컨 대통령은 이런 말도 남겼다.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The ballot is stronger than the bullet).”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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