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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태양 표면으로 날아간 21세기 '이카로스'

탐사선 '파커 솔라 프로브', 태양 표면보다 훨씬 뜨거운 코로나의 비밀을 풀다

2019.12.09(Mon) 11:16:28

[비즈한국] 그리스 신화에서 이카로스는 손재주가 뛰어난 아버지 다이달로스와 함께 크레타섬의 감옥에서 탈출하기 위한 대담한 계획을 세운다. 하늘을 날아 섬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리스 최고의 발명가였던 다이달로스는 덩치 큰 새들의 깃털을 밀랍으로 연결해 거대한 인공 날개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날개를 등에 메고 하늘로 날아올라 신화 속 인류 최초의 비행을 시도한다.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태양을 향해 무모한 비행을 이어가는 이카로스의 모습을 담은 그림. 이카로스는 끝내 태양에 다가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못 다 이룬 꿈을 이제 천문학자들이 대신 이루어냈다. 이미지=https://bit.ly/2P1MmNs


밀랍으로 이어붙인 다이달로스의 날개는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뜨거운 햇빛 때문에 녹게 된다. 그래서 그는 아들 이카로스에게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아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젊은 이카로스는 아버지의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높은 하늘을 향한 욕망은 그를 점점 더 태양 가까이로 이끌었다. 

 

결국 이카로스의 날개 속 밀랍은 모두 녹아버렸고, 잠깐의 자유를 누렸던 이카로스는 바다 아래로 떨어져 세상을 떠났다. 다이달로스는 탈옥은 성공했지만 자신의 불완전한 발명품으로 인해 아들을 잃는 비극을 맞게 된다. 

 

#가장 가깝고도 먼 별 태양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무엇일까?” 가끔 천문학자들이 던지는 재미없는 난센스 퀴즈다. 무심코 이 질문을 들으면 그나마 들어봤던 익숙한 별들의 이름을 떠올리며 답을 고민한다. 좀 주워들은 게 있는 사람들은 지구에서 약 4.3광년 떨어진 가장 가까운 이웃 별, 프록시마 센타우리를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질문의 정답은 태양이다. 

 

사실 우리는 별이라고 하면 어둡고 깜깜한 밤하늘에서 어렴풋이 빛나는 작은 점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래서 밝은 낮 하늘에 눈부시게 떠있는 태양은 밤하늘의 별과는 다른 존재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천문학적으로 보면 낮 하늘의 밝은 태양이나, 깜깜한 밤하늘의 어렴풋한 북극성이나 모두 똑같은 별이다. 천문학적으로 별은 핵융합을 통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며 타오르고 있는 가스 덩어리를 지칭한다. 태양은 단지 지구에서 가장 가까워서 태양이 떠오르면 지나치게 밝은 태양 빛에 다른 흐릿한 별들의 모습이 파묻혀 드러나지 않을 뿐, 낮에도 밤하늘만큼 많은 별들이 하늘에 떠 있다.

 

낮에도 하늘에서 밤 못지않게 많은 별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있다. 바로 낮 하늘에서 태양만 쏙 가려지는 개기일식이 벌어지는 순간이다. 실제로 정확한 개기일식이 벌어지는 시간과 장소를 잘 찾아가서 하늘을 바라보면, 달의 실루엣에 의해 태양이 완벽히 가려진 3~4분의 짧은 시간 동안 낮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숨어 있던 별들이 나타나는 황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Nicolas Lefaudeux


이처럼 낮에 볼 수 있는 유일한 별, 태양은 그나마 지구에서 가장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유일하게 그 표면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단 하나의 별이다. 다른 별들은 너무 거리가 멀어서 지름 몇 미터짜리 거대 망원경으로 봐도 작은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실제 현대 천문학에서 이해하는 모든 별들의 물리학은 우리가 유일하게 그 표면을 확인할 수 있는 별인 태양으로부터 이해한 물리학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장 가까운 태양마저 우리는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지구 주변을 돌면서 지구와 비슷한 거리에서 태양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NASA의 태양활동 망원경(SDO, Solar Dynamic Observatory)으로 촬영한 영상. 2015년 1월 1일부터 2016년 1월 28일까지 태양 활동의 기록이 담겨 있다. 영상 속에서 태양 원반 크기가 조금씩 변하는데 태양에서 떨어진 탐사선의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SDO의 태양 대기권 관측 장비(AIA, Atmospheric Imaging Assembly)는 12초마다 10가지 다른 파장 영역으로 태양을 촬영한다. 영상=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Wiessinger, Music: "Tides," a track available from Killer Tracks

 

태양만 해도 표면 온도가 약 6000도에 육박할 정도로 아주 뜨겁기 때문에 어지간한 탐사 장비로는 그 뜨거운 열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태양에서 약 1억 5000만 km나 떨어져 있는 지구에서도 맨눈으로 태양을 보면 눈이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관측 대상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가장 가까운 별임에도 여전히 수수께끼로 가득한 비밀의 별로 남아 있었다. 태양의 비밀을 모두 풀기 위해서는 그리스 신화 속 이카로스처럼 태양을 향해 직접 돌진하는 그런 무모하고 대담한 시도가 필요하다. 태양을 알기 위해선 태양 바로 코앞까지 날아가야만 한다.[1] 

 

#파커 솔라 프로브, 이카로스의 꿈을 이루다 

 

아쉽게도 이카로스는 끝내 태양에 다다르지 못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천문학자들이, 태양에 다다르고 말겠다는 이카로스의 무모하고 위험한 도전을 대신 이뤄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지난 2018년 8월 12일 지구를 떠나 태양으로 향한 파커 솔라 프로브(PSP, Parker Solar Probe) 탐사선이다. 

 

2018년 8월 발사된 이후 2019년 3월까지 파커 솔라 프로브의 궤적이 담겨 있다. 중간에 금성 곁을 지나면서 궤도를 변경해 태양에 접근하는 타원 궤도를 만든다. 처음 태양에 접근할 때의 근일점은 태양 반지름의 35배 정도지만, 2025년 6월 마지막으로 태양 곁 근일점을 지나게 되면 그때는 태양 반지름의 10배 정도 거리까지 태양 표면에 접근하게 된다. 영상=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Animation: NASA/JPL/WISPR Team, Scientist: Paulett Liewer(NASA/JPL CalTech), Support: Joy Ng(USRA), Technical Support: Aaron E. Lepsch(ADNET Systems Inc.)

 

파커 솔라 프로브라는 이름은 태양 활동을 연구하는 물리학자 유진 파커(Eugene Parker, 1927년~)의 이름을 붙였다. 나사(NASA) 역사상 살아 있는 과학자의 이름을 붙인 첫 번째 탐사선이다. 현재 92세인 유진 파커는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이 붙은 탐사선이 우주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직접 바라보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역사상 처음 태양 표면에 거의 코앞까지 접근하는 역대급 여행을 성공한 파커 솔라 프로브. 사진=NASA/NRL/APL


천문학자들은 파커 솔라 프로브를 태양 표면에서 겨우 2400만 km 거리까지 접근시켰다. 이는 태양에 가장 가까운 행성인 수성과 태양 거리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아주 가까운 거리다. 이렇게 가까이 접근하면 탐사선은 태양 주변에 넓게 퍼져 있는 태양의 아우라, 태양의 코로나(Corona)의 영향권에 직접 들어가게 된다. 파커 솔라 프로브는 오랫동안 가장 큰 태양의 비밀로 남아 있는 태양 코로나를 탐사하기 위해 이 위험한 여행을 떠났다. 지금껏 이렇게 가까이 태양에 접근해 태양의 민낯을 본 탐사선을 없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파커 솔라 프로브를 처음으로 ‘태양 표면을 만지는(Touch) 탐사선’이라는 멋진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파커 솔라 프로브는 어떻게 태양 표면에 이렇게 가까이 접근해도 무사할 수 있을까?

 

2018년 지구에서 발사된 이후 태양 곁을 도는 위험한 궤도에 진입해 태양풍과 코로나 입자들의 소나기를 맞게 되기까지의 여행 과정을 담고 있는 영상. 이카로스처럼 서서히 태양을 향해 가까이 접근해가는 탐사선의 여정을 따라가보자. 영상=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Genna Duberstein(USRA): Lead Producer Steve Gribben(Johns Hopkins University/APL): Animator

 

#태양 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 

 

사실 우주 공간에서 높은 온도는 실제로 그 공간 속의 물체에 많은 열이 가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수백만 도의 우주 공간에 있더라도 실제로는 전혀 뜨겁다, 덥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온도라는 물리량은 그 공간에서 입자들이 얼마나 빠르게 돌아다니는지를 의미한다. 만약 공간 속의 입자들이 아무리 빠르게 싸돌아다닌다 하더라도, 그런 입자의 개수가 아주 적다면 이 입자들이 물체에게 가하는 총 에너지의 양은 약하다. 즉 온도는 높지만 물체에게 가해지는 총 열은 별로 높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태양 바로 곁에 다가가더라도 우주 공간은 거의 텅 비어 있기 때문에 탐사선을 때리며 열을 가하는 입자는 아주 희박하다. 

 

태양 바로 앞에서 거대한 가스 덩어리 별을 마주하게 될 파커 솔라 프로브의 모습. 태양 주변은 아주 뜨거울 것 같지만 사실 탐사선에 열을 가하는 입자들의 밀도가 아주 낮기 때문에 버틸 만하다. 영상=JPL( jet purpulsion laboratory)

 

이는 80도의 아주 뜨거운 건식 사우나에서는 30분도 꿋꿋하게 버티고 땀을 뺄 수 있지만, 30도 정도로 미지근하게 데워진 물속에 손을 집어넣으면 몇 초도 버티지 못하고 바로 손을 빼내는 것과 같다. 건식 사우나에서는 피부와 접촉하는 입자가 적지만, 물속에서는 더 많은 수의 입자들이 피부와 접촉하기 때문에 버티기가 더 어렵다. 

 

이와 비슷하게 파커 솔라 프로브도 온도는 훨씬 더 높지만 입자들의 밀도가 아주 낮은 덕분에 태양 바로 곁에서도 무사히 버틸 수 있다. 그래서 수백만 도로 관측되는 태양 코로나 영역 안에서도 실제 탐사선에게 가해지는 열의 온도는 1400도 정도밖에 안 된다. 신화 속의 이카로스도 우주 공간에서는 입자들의 밀도가 아주 희박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더 용감하게 대기권을 뚫고 아예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지 않았을까. 

 

실제 파커 솔라 프로브에 장착된 두꺼운 탄소 단열재 방열판의 모습. 태양을 향하는 쪽에서 가능한 많은 태양빛을 반사하면서 탐사선에게 가해지는 열을 최소화한다. 사진=NASA/Johns Hopkins APL/Ed Whitman


물론 1400도도 만만한 온도는 아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이 정도의 온도에서 탐사선이 무사히 버틸 수 있도록 지름 2.4m의 크기에 두께가 115mm 정도 되는 두꺼운 열 차단 보호 장비, 열 보호 시스템(TPS, Thermal Protection System)을 입혔다.[2]

 

이 두꺼운 단열재 보호벽은 두 장의 탄소 판 사이에 탄소 기반의 또 다른 화학재료를 끼워넣는 샌드위치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그리고 태양을 바라보는 쪽에는 하얀 세라믹 재료를 발라 마감 처리를 했다. 이 두꺼운 단열재 TPS 보호벽 덕분에, 1400도의 열이 가해지더라도 단열재 보호벽 속에서 탐사선이 느끼는 온도는 30도 수준으로 아주 낮아진다. 

 

탐사선에 쓰인 단열재 방열판이 얼마나 높은 열을 버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 영상. 단열재 방열판의 한쪽에 높은 온도로 토치로 열을 가해도, 그 반대편은 아주 낮은 온도가 유지된다. 영상=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Genna Duberstein(USRA): Lead Producer/Editor Rob Andreoli(AIMM): Lead Videographer Betsy Congdon(Johns Hopkins University/APL): Lead Engineer Curtis Wilkerson(Johns Hopkins University/APL): Technical Support

 

입자들의 밀도가 아주 낮은 덕분에 실제 탐사선이 느끼는 열이 아주 심하지 않고, 또 그 아주 두껍고 효율적인 탄소 기반의 단열재 보호벽으로 무장한 덕분에 탐사선은 그저 더운 여름 날씨 정도의 온도만 버티기만 하면 된다. 

 

물론 이외에도 이온을 제거한 물을 기반으로 만든 냉각제를 함께 실어 보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높은 온도에 의해 냉각제로 쓰일 물이 끓어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압력을 높이면 액체의 끓는점이 더 올라가는 원리를 이용했다. 냉각제로 쓰이는 물은 높은 압력으로 압축되어 그 끓는점이 100도보다 높은 125도 정도로 되어 있다. 덕분에 파커 솔라 프로브는 태양까지의 거리와 냉각제의 효율에 따라 약 10도에서 120도 사이의 온도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태양 곁에서 밝혀진 태양신의 노여움의 비밀 

 

가장 오랫동안 풀리지 않고 남아 있던 태양의 가장 큰 비밀은 바로 너무 높은 태양 코로나의 온도다. 태양의 표면은 그 온도가 6000도 정도다. 그런데 놀랍게도 표면에서 더 먼 태양 코로나 영역으로 오면 그 온도가 내려가기는커녕 더 높아진다. 수백만 도에 달할 정도다. 

 

파커 솔라 프로브가 처음 촬영한 태양 표면에서 바깥 우주 공간으로 불려나가고 있는 태양의 물질 분출 흐름. 2019년 3월 태양 곁으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촬영했다. 영상=NASA/NRL/APL

 

전설 속 태양신이 자신의 얼굴 표면 멀리, 코로나 영역까지 노여움이 치솟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지구 대기권에서 지열이 나오는 지면에서 먼 높은 하늘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내려가는 것과 비교해보면, 태양 표면에 비해 코로나의 온도가 훨씬 더 높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대체 무엇이 우리 태양을 화나게 한 것일까? 

 

천문학자들은 크게 찌그러진 타원 궤도를 돌면서 태양 표면 가까이를 스쳐지나가는 파커 솔라 프로브의 여정을 통해, 코로나 내부와 외곽을 살펴봤다. 2019년 12월 현재, 지금까지 파커 솔라 프로브는 2018년 11월, 2019년 3월과 9월, 총 세 번에 걸쳐 태양 표면을 가장 가까이서 스쳐지나가는 근일점을 지나갔다. 그리고 이 세 번에 걸친 아슬아슬한 여정을 통해 드디어 천문학자들은 태양 코로나에 담긴 태양신의 노여움의 비밀에 대한 힌트를 확인했다.[3][4] 

 

탐사선은 태양 곁을 지나가면서 자기장을 따라 흘러가는 이온 입자들의 분포 변화를 확인했다. 이온 입자들의 분포 데이터를 바탕으로 태양 주변 자기장 다발의 분포를 확인했다. 놀랍게도 탐사선은 태양 곁을 스쳐지나가면서 단 몇 분 만에 갑자기 자기장 흐름의 방향이 정반대로 뒤집혔다가 다시 원래 방향으로 되돌아오는 ‘스위치백(Switchback)’ 구간들이 빈번하게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파커 솔라 프로브가 S 자로 꼬여 있는 태양 자기장 영역을 지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 탐사선은 갑자기 태양 주변 자기장의 방향이 뒤집혔다가 다시 원래 방향으로 돌아오는 구간을 확인했다. 바로 그 순간이 S 자로 꼬여 있는 자기장의 스위치백 구간을 통과하는 순간이다. 영상=NASA Goddard/CIL/Adriana Manrique Gutierrez

 

이는 태양의 자기장 다발이 단순히 태양에서 한 방향으로 뻗어 나오지 않음을 의미한다. 태양 주변 자기장이 마치 S자 형태로 꼬여 있기 때문에, 그 꼬인 구간을 탐사선이 지나오면서 자기장의 방향이 순식간에 역전되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처럼 관측된 것이다. 

 

태양에서 뻗어나오는 S자 형태의 자기장의 모습.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스트랄(Strahl)’ 전자를 비롯한 많은 입자들이 이 자기장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입자와 이온의 분포를 통해 자기장의 분포를 추정할 수 있다. 이미지=Daniel Verscharen

 

S 자 형태로 꼬여 있는 자기장을 따라 태양풍이 불려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 바로 이렇게 꼬여 있는 자기장에 의해 태양풍의 속도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그 순간 튕기듯 불려나가는 에너지가 코로나의 온도를 높이는 원인으로 추정된다. 영상=NASA Goddard/CIL/Adriana Manrique Gutierrez

 

바로 이렇게 꼬여 있는 태양 자기장의 스위치백 구간에서, 그 자기장을 따라 입자들이 불려 나가는 태양풍의 속도가 느려졌다가 빨라지는 구간이 번갈아가면서 발생한다. 바로 이렇게 태양풍의 흐름 속도가 빠르게 변화하는 불안정한 순간,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태양 코로나 영역으로 폭발적으로 전달된다. 바로 이것이 태양 표면 멀리 태양 코로나가 높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전달해주는 주요한 에너지원이었던 것이다. 태양신의 마음 속 배배 꼬여 있는 자기장이 바로 태양신의 불규칙한 노여움의 원인이었다.[5][6] 

 

지구는 자기장으로 형성된 보호막 덕분에 태양에서 불어나오는 해로운 태양풍으로부터 지표면의 생태계를 보호한다. 영상 속 지구 자기장은 파란색으로 표현되어 있다. 지구 자기장과 태양풍 입자들이 충돌하는 영역에 태양풍 입자들이 노란색으로 표현된 크고 작은 난류 소용돌이를 형성하고 있다. 영상=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Mary Pat Hrybyk-Keith; NASA Goddard’s Conceptual Image Lab/Josh Masters

 

#21세기에 부활한 이카로스, 앞으로 이어질 더욱더 위험한 여정 

 

수천 년 전, 무모했던 이카로스의 태양을 향한 날갯짓은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21세기 천문학자들은 그의 못 다 이룬 꿈을 더 대담한 도전을 통해 완성해나가고 있다. 지구를 비추며 때로는 따스한 햇살을, 때로는 위험한 태양 폭풍을 토해내는 태양신의 노여움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 

 

태양 주변을 돌면서 태양 코로나 영역을 탐사하는 파커 솔라 프로브의 여정. 앞으로 탐사선의 WISPR 관측 장비는 여러 번 더 가까운 근일점을 지나면서 다양한 방향에서 코로나를 탐사할 예정이다. 이 장비는 관측의 안정성을 위해 태양을 곧바로 바라보지 않고, 태양 중심에서 13도부터 108도까지 떨어진 영역을 바라본다. 영상=NASA/JPL/WISPR Team

 

태양은 11년을 주기로 태양 활동이 활발해졌다가 잠잠해지는 변화를 보인다. 재밌게도 파커 솔라 프로브가 태양 곁을 지키고 있는 지금은 태양 활동이 아주 잠잠한 극소기다. 그래서 태양 활동이 활발할 때 태양 표면에 나타나는 거대한 흑점이나 큰 규모의 태양 폭발이 지금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곧 태양의 극소기가 끝난다. 이제 파커 솔라 프로브는 태양이 다시 엄청난 활동성을 보이며 가장 활발하고 폭발적인 모습으로 변신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인류는 이제 지금껏 본 적 없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폭발하는 태양의 모습, 그 표면에서 분출되는 엄청난 에너지의 흐름을 생생하게 목격하게 될 것이다.[7] 

 

지난 달 5시간 반에 걸친 수성의 일면 통과 과정을 담은 영상. 영상 속 태양은 흑점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태양 활동이 아주 잠잠한 극소기이기 때문이다. 영상=NASA, SDO, NASA's Science Visualization Studio; Music: Gustav Sting(Kevin MacLeod) via YouTube

 

우리는 밤하늘에 떠 있는 태양계 바깥 머나먼 별들을 바라보며, 광대한 우주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상상한다. 그러는 동안, 정작 가장 가까운 별 태양을 아직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곤 한다. 하지만 우주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선 우선 가장 가까운 별인 태양의 초상화부터 처음부터 제대로 그려야 한다. 

 

이제 우리는 태양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 태양 너머 또 다른 별을 향해 다가가는 더욱 무모한 여정이 실현되기를 꿈꾸며, 또 다른 이카로스들의 날개를 붙여나가고 있다. 

 

[1]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19-1811-1

[2] https://www.nasa.gov/feature/goddard/2018/traveling-to-the-sun-why-won-t-parker-solar-probe-melt

[3] https://www.nasa.gov/press-release/first-nasa-parker-solar-probe-results-reveal-surprising-details-about-our-sun

[4]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19-1813-z

[5]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19-1818-7

[6]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9-03665-3

[7]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19-1807-x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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