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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내 한정판 신발 싹쓸이하는 중국의 '스케일'

국내 업자들 알바 동원 구매 후 중국으로…치솟는 가격에 국내 마니아들 '눈물'

2019.12.20(Fri) 15:47:57

[비즈한국] 19일 오전 10시경 지하철 6호선 상수역 근처. 사람들이 줄을 서서 신발매장의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다들 형형색색의 신발을 뽐내며 추운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 있다. 11시 매장이 열리자 각자 안으로 들어가 한 개의 응모권을 넣고 나온다. 응모권에는 자신의 이름과 휴대폰 번호가 적혀 있다.

 

19일 오전 11시 상수역 인근 신발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사진=정동민 인턴기자


이 행사는 한정판 신발 추첨권 응모였다. 응모를 끝내고 나온 사람 중엔 앳된 얼굴의 중학생도 몇 명 있었다. 한 중학생은 한정판 신발을 23켤레나 갖고 있을 만큼 신발 마니아였다. 2년 전부터 한정판 신발을 구하러 다닌 그는 “명절에 받은 용돈을 모아 신발을 구매한다. 시세가 많이 오른 신발을 팔아 다시 응모·구매 현장으로 온다. 현재 가진 신발 중 리셀 시장에서 400만 원에 거래되는 신발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응모는 밤 10시가 다 되어 끝났다. 

 

한정판 신발에 사람들이 열광한다. 공급은 적고 수요는 많으니 리셀(re-sell, 재판매) 시장도 활발해졌다. 신발 리셀이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아 신발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한정판 신발을 사는 사람이 많아졌다. 더불어 매점매석하는 리셀 업자들도 늘고 있다. 중국인들도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신발을 중국으로 가져가 비싸게 판매한다. 한 신발 마니아는 “업자들이 움직여 구매하는 신발은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중국 업자들이 움직이면 시세가 요동친다”고 설명했다.

 

홍대 앞 신발매장 안에서 한정판 신발 추첨권 응모 행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정동민 인턴기자

 

#전문업자 거르러 드레스코드 지정해도 소용 없어

 

한정판 신발을 판매하는 브랜드들은 1인당 1족 구매, 드레스코드(특정 신발과 의류) 등을 지정하거나 신원 확인이 어려운 외국인에게 판매하지 않는 등 사재기 방지를 위해 갖가지 장치를 마련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자들은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여러 켤레의 신발을 구해 간다. 추첨권을 응모한 한 남성은 “평소 인기 제품이 발매되면 업자들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신발을 차에 가득 채워 간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업자들이 신발을 쓸어가는 경우가 빈번하게 올라온다”고 말했다.

 

한정판 신발을 사기 위해 드레스코드를 갖추는 모습. 사진=정동민 인턴기자


19일 오후 6시경 또 다른 추첨권 현장에서 10명의 아르바이트생과 같이 온 업자를 볼 수 있었다. 봉투에 신발 여러 켤레와 의류가 담겨 있었다. 카페에 들어가는 그들을 뒤쫓아 아르바이트를 시켜달라고 말했다. 업자들은 신분 확인을 하고 연락처를 받으며 수락했다. 연락처 교환 후 업자는 “응모권을 적어 넣고 인증사진을 찍어오면 4만 원을 주겠다. 이후 당첨되면 4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드레스코드인 신발을 받아 신은 후 업자와 함께 40분가량 줄을 선 후 응모했다.

 

20일 오전 8시경 명동 한 신발 매장 앞, 사람들이 캠핑용 의자를 깔고 앉아 있다. 5명 모두 11시에 발매되는 한정판 신발을 사기 위해 오전 7시부터 기다렸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 오전 9시 30분이 되자 10명의 중국인이 매장 앞에 줄을 섰다. 매장 오픈 전 10명이 넘는 외국인이 또 도착했다. 한 중국인의 주도하에 이들은 일사불란하게 신발을 구매한 후 근처 매장으로 이동했다. 이 브랜드는 별도로 드레스코드를 지정하지 않아 신분 확인만 되면 신발을 구매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 구매자들이 가져온 신발은 한 중국인이 골목에서 수거하고 있었다.

 

20일 오전 명동의 한 신발가게에서 중국인들이 신발을 구매한 뒤 매장을 나서고 있다(위). 중국인들이 신발 구매를 위해 회의를 하고 있다(아래). 사진=정동민 인턴기자


#인기 제품 60%가량 중국행, 국내 가격은 상승

 

한 업자는 6명을 모아 팀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1명당 200만 원의 수익이 난 적도 있다고. 많이 버는 업자는 월 1000만 원의 수익을 남기기도 한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업자가 매입한 모든 신발은 중국으로 넘어간다. 업자는 “인기 제품의 경우 60% 이상의 물량이 중국으로 간다. 대량 구매 이후 중국으로 물건을 보내니 우리나라 신발 물량은 줄고 가격이 상승한다. 리셀 가격은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중국에 의해 100%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업자의 경우 신발 발매 전 사전에 중국 업자와 연락해 가격을 협의하고 돈을 받은 뒤 물건을 구입해 보내준다. 중국에서 인기 많은 신발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4억 원어치를 매입해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반면 제품을 오랫동안 팔지 않고 가격이 상승할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인기 제품의 경우 국내 수량은 현저히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1인 1켤레 구매지만 업자들은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대량 구매하고 있다. 사진=정동민 인턴기자


중국 업자와의 거래는 여러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미 가격 ​프리미엄이 붙은 신발을 조금이라도 싸게 구매해 판매하기도 했다. 중국 업자와의 카카오톡을 확인해보니 9월에 28만 9000원에 발매됐던 신발의 경우 현재 시세가 급등해 중국 업자들이 50만 원에 매입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래방식은 중국 업자가 “한국에 나온 매물 중 250 사이즈 5개, 265 사이즈 4개 수량이 필요하다. 가격은 개당 50만 원에 구매하겠다”고 한국 업자에게 연락하는 형식이었다. 메시지를 받은 국내 업자는 여러 사이트에서 50만 원 아래로 나온 신발을 모조리 구입한 후 중국 업자에게 보내 차익을 남긴다. 

 

현재 드레스코드와 신원 확인 등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업자들은 대부분 지인들을 동원해 신발을 구매한다. 평균 인원은 10~15명. 업자는 “드레스코드가 없을 때는 100명의 외국인 아르바이트생을 데려와 신발을 구매한 적도 있다”고 대답했다. 많은 업자가 현재 사업자로 등록하고 운영한다. 기자와 인터뷰한 업자의 경우 1년에 벌어들이는 수입이 5000만 원을 넘는다고 한다.

정동민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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