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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남매의 난' 시작? 조현아 전 부사장 '반기' 든 속사정

"지난주 주변에 알려…내년 3월 주총 변수 될 듯" 가족 1명과 손잡을 경우 총수 교체도 가능

2019.12.23(Mon) 13:48:44

[비즈한국] ‘남매의 난(亂)’이 시작된다? 고(故)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타개한 지 8개월 만에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의 서막이 올랐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선친인 고 조양호 회장의 뜻과 다르게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며 반기를 들고 나선 것. 공식적인 입장문은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하다’는 정도로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능력에 비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벌써부터 업계는 내년 3월 열릴 주주총회를 주목하고 있다. 주주총회 때 ‘지분 경쟁’을 통해 경영권 싸움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영결식. 앞에서부터 조원태 당시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전무. 사진=이종현 기자

 

#깜짝 보도자료? “지난주 이미 입장 굳혀”

 

23일 오전, 조현아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갑작스럽게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조 현 부사장 측은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국민적 질타를 받은 부분을 감안, “조 전 부사장은 그동안의 개인적 불찰과 미흡한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을 전해왔다”면서도 “한진칼과 그 계열사(한진그룹)의 현재 경영 상황과 관련해 불가피하게 법률대리인을 통해 입장을 밝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비판보다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고 조양호 회장의 상속인 중 1인이자 한진그룹의 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지에 따라 한진그룹을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선대 회장은 생전에 가족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고 말씀하시는 등 가족에게 화합을 통한 공동 경영의 유지를 전했다, 상속인 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의 사이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갈등을 대비, 주주들에게 호소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이 결정되고 발표됐다”며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마무리했다.

 

이미 지난주에 조현아 전 부사장으로부터 관련 계획을 들었다는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가족들 간에 얼굴 붉히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고, 조 전 부사장이 관련 입장을 대외적으로 밝히고 공식화할 것이라는 게 이미 지난주에 결정됐다”며 “동생 조원태 회장과 어머니 이명희 고문, 여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지분을 가지고 있는 가족들의 입장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됐기 때문에 이런 입장문과 함께 ‘경영권 분쟁의 서막’이 오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가능성

 

한진그룹 총수 일가 지분은 갈등이 불거지지 않은 게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최근 고 조양호 전 회장의 계열사 지분을 법정 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대로 나누고 상속을 마무리했는데, 이에 따라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조원태 회장 6.46%, 조현아 전 부사장 6.43%,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2%, 이명희 고문이 5.27%를 가지게 됐다. 조원태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총수에 지정됐지만 그보다 앞서 적극적으로 대한항공 경영에 참여해 인정을 받았던 조현아 전 부사장 등이 반발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후문이었다. 지분율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 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함께였다. 

 

이에 대해 조원태 회장은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제가 독식하고자 하는 욕심도 없고 형제들끼리 잘 지내자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언급했지만, 이번 조현아 전 부사장의 입장을 통해 갈등이 드러난 셈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가족 중 1명과 합심하고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지분율 15.98%)와 손잡을 경우 총수 교체까지 할 수 있다. 결국 남매 간 갈등은 주주총회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을 아는 법조인은 “이번 공식 입장은 결국 향후 주주총회 때 내 편에 서 줄 주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제1의 목적”이라며 “내년 3월 주주총회와 주총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를 며칠 앞두고 이렇게 보도자료까지 낸 것은 한번 해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실제 이 소식이 전해진 뒤 한진칼 주가는 장중 한때 4만 6600원(21.04%)까지 올랐고, 한진칼우는 상한가(4만 7100원, 29.93%)를 기록했다. 앞선 법조인은 “시장 주식 매입을 통한 흑기사 확보 시도 등 내년 3월 주주총회 표싸움 가능성이 높다”며 “가족 중재 등으로 봉합되지 않는 한 한진그룹 남매 간 갈등은 한동안 계속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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