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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CEO] 기생충 '오스카 캠페인' 이끈 이미경 CJ 부회장의 자격

100억 원 이상 투자해 '기생충 대세론' 완성…미국 전역서 '소득 불평등' 공감에 기여

2020.02.11(Tue) 17:24:00

[비즈한국]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런데 수상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한국 영화를 보러 가주시는 관객분에게 감사하다. 나는 봉준호의 미소, 트레이드 마크인 헤어스타일, 광기, 유머 감각 모든 것을 좋아한다. 특히 연출을 좋아한다”며 기쁜 마음을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소감을 두고 ‘결말도 기생충다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감독도 배우도 아닌 투자·배급사인 대기업 오너가 시상식의 마지막 수상소감을 차지한 점을 비꼬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부회장에게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약 8400명에 달하는 오스카상 심사위원의 선택을 받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활동인 ‘오스카 캠페인’에 CJ가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시상식 2020 작품상 발표 후 이미경 CJ 부회장이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거운동과 비슷한 양상이다. 미국 배급사나 스튜디오는 엄청난 예산으로 치열한 캠페인을 벌인다. (기생충도) 어워드 시즌에 들어가는 영화로 분류돼 투수가 강제로 등판되듯이 엉겁결에 캠페인의 파도에 휩쓸리게 됐다.” 지난 1월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이후 SBS와의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은 오스카 캠페인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배우 송강호 역시 코피를 쏟은 경험을 이야기하며 “힘든 일정이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의 영화상인 오스카상은 영화예술아카데미(AMPAS) 회원 8000여 명에 의해 결정된다. 회원 2명의 추천을 받은 사람 중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회원 자격이 주어진다. 대다수 상은 다수득표제로, 작품상은 회원들이 지지 순위를 정해 복수 기표하는 선호투표제로 가려진다. 때문에 소수의 심사위원이 수상작을 선정하는 다른 시상식과 달리 오스카상을 받으려면 회원을 대상으로 한 홍보와 마케팅, 즉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스카 캠페인에 사용되는 일반적인 전략은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영화제를 이용하거나 △저명한 제작자를 내세우고 △미디어를 통해 회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사회·정치적인 맥락과 연관이 있으며 △미국 배급사를 가질 것이다. CJ 역시 CJ ENM 영화사업본부 해외 배급팀이 주축이 돼 이러한 전략에 나섰다. 지난 8월 미국 텔루라이드 영화제를 시작으로 봉 감독을 비롯한 배우 및 제작진은 수백 개에 달하는 외신 인터뷰와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북미 배급을 맡은 네온은 SNS를 통해 ‘제시카송’을 홍보해 유행을 이끌기도 했다.

 

오스카 캠페인에는 평균적으로 2000만~3000만 달러(236억~355억 원)를 소요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영화비평매체 인디와이어에 따르면 지난해 넷플릭스는 큰 영화제와 지역 축제 등을 가리지 않고 넷플릭스가 투자·배급한 영화 ‘로마’를 상영하는 전략을 펼쳤다. 당시 넷플릭스는 오스카 캠페인에 2500만 달러(298억 원)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로마는 감독상과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 영화상 4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올해 아카데미 최다 수상을 기록했다. 사진=AMPAS 제공


때문에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받은 배경에는 ‘기생충 대세론’이 자리 잡히도록 애쓴 CJ의 역할이 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수많은 외신을 통해 기생충이 사회에 던진 ‘불평등’에 대한 메시지가 미국 전역에서 회자되며 공감을 샀다. 미국 역시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상위 1%의 자산 규모는 상위 10~50% 중산층 자산을 모두 합친 규모에 달한다. 봉준호 감독의 말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10월 봉 감독은 미국 매체 벌처와의 인터뷰에서 “오스카상은 로컬(지역 영화상)”이라며 외국어 영화가 가진 장벽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선대본부장을 자처한 이미경 부회장과 봉준호 감독의 인연은 깊다. 기생충은 ‘살인의 추억’, ‘마더’, ‘설국열차’에 이어 이 부회장과 봉 감독이 만난 네 번째 작품이다. 설국열차가 해외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자 CJ가 제작비 전액을 지원하기도 했다. 2014년 10월 돌연 미국으로 떠난 이 부회장이 다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의 공식 상영회에서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이 부회장은 CJ의 영화와 방송 사업이 좌편향됐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어려움을 겪었다.

 

이 부회장이 2000년 세운 CJ ENM은 이번 기회로 반등을 노릴 전망이다. 최근 CJ ENM이 처한 상황은 좋지 못하다. 11일 종가 기준 CJ ENM의 주가는 15만 2800원으로 전날보다 4500원 오르기는 했지만 2018년 3월 24만 7600원보다 9만 5000원가량이나 떨어진 수치다. 이는 CJ ENM이 제작한 경연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의 순위 조작 논란이 일며 신뢰가 훼손됐고, 내수가 부진했던 영향이 크다. CJ ENM이 스크린을 독과점하며 국내 영화산업을 망가뜨린다는 지적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한편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받으며 4관왕에 올랐다. 영어가 아닌 언어의 영화가 작품상을, 아시아 영화가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것은 모두 최초다. 또 기생충은 1955년 영화 ‘마티’에 이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모두 받은 두 번째 영화가 됐다. 기생충은 미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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