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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 검색'은 네이버를 구원할 수 있을까

콘텐츠 생산자와 키워드 통제로 엄선된 검색 결과 노출…수익 분배 선순환 안착이 관건

2020.02.13(Thu) 17:14:03

[비즈한국] 네이버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세요.

당신이 마음만 먹으면 쉬운 일이에요.

정보를 가장한 광고가 없고요. 

화면 위에는 내가 원했던 검색 결과만 있어요.

모두가 평화롭게 인터넷을 하는 세상을 상상해 보세요.

-존 레논 ‘이매진(Imagine)’ 개사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우리는 네이버가 없는 인터넷 세상을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다. 최신 소식을 알기 위해 뉴스를 검색하고, 인터넷 쇼핑을 하기 위해 가격 비교를 하고, 밥을 먹기 위해 맛집을 소개한 블로그를 찾았다. 집을 구하기 위해 네이버 부동산에서 시세와 매물을 확인하고, 궁금한 걸 묻고 답을 듣기 위해 지식인을 찾고, 원하는 곳에 가장 빠르게 도착하기 위해 네이버 지도를 열었다.

 

그동안 네이버는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인터넷 사용자가 모이고, 한국어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연결되는 관문(Portal) 역할을 했다. 이 같은 명제는 지금까지도 상당 부분 유효하다. 네이버는 이러한 콘텐츠 검색 결과 사이에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해 얻은 막대한 수익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IT 기업이 됐다. 하지만 그런 네이버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바로 유튜브다.

 

네이버는 2월 12일부터 새로운 서비스인 인플루언서 검색을 정식 론칭했다. 사진=네이버 인플루언서 검색 페이지

 

블로그, 포스트, TV 등 네이버의 각종 서비스에서 활동하던 양질의 콘텐츠 생산자들은 7살 어린이가 강남에 빌딩을 샀다는 소문을 듣고 서둘러 유튜브로 이삿짐을 꾸렸다. 노출과 영향력만 제공할 뿐 합당한 콘텐츠 비용을 지불하지 않던 네이버를 버리고, 일한 만큼 돈을 주는 유튜브는 콘텐츠 생산자들에게는 약속의 땅이나 다름없었다.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골드러시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급속한 이동이 이뤄졌다.

 

이렇게 콘텐츠 생산자들이 다수 떠나고 네이버에 남은 건 정보를 가장한 광고뿐이었다. 이제 네이버 사용자들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스스로 광고를 피해나가는 노하우를 익혀야 할 지경이다. 과거에도 네이버 검색 결과에 광고성 콘텐츠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대다수의 콘텐츠 생산자들이 유튜브로 빠져나가며 광고성 콘텐츠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 죽는다는 위기감이 네이버를 엄습했다. 이미 온라인 마케터들의 전쟁터가 되어버린 블로그, 포스트, 지식인, 뉴스 서비스로는 희망이 없었다. 그렇다고 켜켜이 쌓인 광고 콘텐츠를 전부 삭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새 판을 짜야 했다. ‘인플루언서 검색’의 등장이다.

 

#키워드 통제를 통해 콘텐츠 품질과 방향 결정

 

인플루언서 검색 서비스는 약 두 달간의 테스트 기간을 거쳐 2월 12일 정식 오픈했다. 리빙, 푸드, 스포츠, 자동차, 패션, 여행, 뷰티, 게임, 반려동물, 육아 등 10개 카테고리에 걸쳐 사전 선발된 인플루언서들이 제작한 콘텐츠가 제공된다.

 

인플루언서는 심사를 통해 선정된다. 선정이 되기 위해서는 네이버 블로그, 포스트, 네이버TV,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등의 활동 이력이 필요하다. 생산 단계부터 콘텐츠 품질을 선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렇게 한번 인플루언서에 선정되면 그 뒤로는 할 게 별로 없다.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네이버 블로그, 포스트,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활동을 하면 된다. 그러면 선정과정에서 입력한 주소에서 콘텐츠가 자동으로 인플루언서 검색에 노출된다. 다만 인플루언서는 노출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조회 수를 높이는 활동이 필요하다. 그래야 검색 결과에서 다른 인플루언서보다 상단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 검색은 사전에 정해진 키워드를 입력할 경우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를 ​광고보다 먼저 보여준다. 사진=네이버 인플루언서 검색 페이지

 

여기서 핵심은 키워드에 있다. 네이버에서는 아무 키워드를 입력해도 그에 따른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검색 서비스의 기본 중 기본이다. 하지만 인플루언서 검색을 보기 위한 키워드는 따로 정해져 있다. 즉, 키워드를 통제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검증된 양질의 콘텐츠를 먼저 보여주는 것이 인플루언서 검색의 핵심 아이디어다. 예를 들어 네이버 모바일 검색창에 ‘미국여행’이라고 검색하면, 눈에 잘 띄는 녹색 아이콘과 함께 ‘미국여행 키워드챌린지’라는 완성 검색어가 추천된다. 혹은 키워드 앞에 ‘#’을 붙여도 된다. 이 경우 네이버의 대표적인 검색 광고 상품인 ‘파워링크’조차 밀어내고 인플루언서 검색 결과가 최상단에 올라온다. 네이버는 여기에 ‘키워드 챌린지’라는 이름을 붙이고 초기 활성화를 위해 인당 최대 500만 원까지 총 100명에게 1억 5000만 원의 상금을 내걸었다.

 

제한된 키워드 선정은 네이버에게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네이버는 우리나라 절대 다수의 관심사를 가장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기업이다. 네이버에는 지난 20년간 검색 데이터가 모조리 쌓여 있다. 이를 바탕으로 검색 빈도와 트렌드를 반영해서 키워드를 선정함으로써, 각종 어뷰징(불공정 행위)으로 망가져버린 검색 결과 대신 엄선된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를 먼저 보여줄 수 있다. 아울러 인플루언서들에게 어떤 콘텐츠를 생산하면 되는지에 대한 가이드 역할까지 한다. 이는 향후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키기에도 용이하다. 예를 들어 ‘갤럭시 S20’이라는 키워드를 등록하고, 여기에 상금을 걸어두는 방식이다. 인플루언서들은 상금 혹은 노출 극대화를 위해 콘텐츠를 생산하고, 네이버는 삼성전자로부터 그에 따른 광고비를 받는 것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실제로도 네이버는 향후 기업 브랜드가 우수 인플루언서와 협업을 요청하는 경우 이들을 연결하는 ‘브랜드 커넥트’ 서비스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짐작컨대 네이버는 기업과 콘텐츠 생산자 간의 연결고리가 되기를 원한다. 지금까지는 주로 바이럴 마케팅 대행사들이 해오던 비즈니스를 네이버는 플랫폼을 앞세워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번에는 정말 믿어도 될까

 

돈이야 어떻게든 벌 수 있지만 네이버가 당장 수익을 목적으로 인플루언서 검색 서비스를 기획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 일단은 검색 품질 향상이 급선무다. 그럼에도 벌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래야 인플루언서들에게 수익을 분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인플루언서를 확보해 플랫폼으로서 콘텐츠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유튜브와 같은 보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확한 수익 배분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수익 배분이 되는 모든 플랫폼 중에 가장 좋은 조건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네이버가 절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플루언서 입장에서도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 네이버에서 각종 플랫폼에 흩어진 콘텐츠를 모아서 구독자들에게 전달하고, 구독자와 소통할 창구가 생긴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다만 구독자를 다시 모아야 한다는 점은 다소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사진=네이버 인플루언서 검색 페이지

 

결국 인플루언서 검색의 성패는 광고주가 얼마나 붙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천하의 네이버라고 해서 모든 서비스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실패해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현상 유지만 하는 서비스도 적잖다. 하지만 네이버는 ‘짠돌이’가 아니다. 네이버TV를 비롯해 앞서 수익 분배 구조를 도입한 서비스들의 배분율 자체는 다른 플랫폼보다 월등히 높았다. 절대적인 광고액 자체가 적어 콘텐츠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작았을 뿐이다

 

무엇보다 네이버가 콘텐츠 생산자, 즉 인플루언서들에게 신뢰받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인플루언서는 “네이버는 하다가 안 된다 싶으면 접고 새로운 서비스를 들고 나온다. 야심차게 시작한 포스트만 해도 지금은 검색 하단으로 밀려 잘 보이지도 않는다. 블로그는 말할 것도 없다. 이번에도 신청은 했지만 기대감이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플루언서는 “결국 구독자를 또 새로 모집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도 귀찮다. 차라리 유튜브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플루언서 검색 서비스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수익 배분율, 검색 우선순위, 검색 키워드, 카테고리 확대 등 대부분 정책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광고주가 충분히 붙어 인플루언서들이 만족할 만한 수익을 얻고, 이를 통해 다시 인플루언서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출 때까지 과연 네이버가 얼마나 인내심을 가지고 밀고 나갈지 지켜볼 대목이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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