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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카페엔 마스크 안 쓴 고시생들…코로나 위험은 어쩌나

오전부터 만석, 이용객들 대부분 마스크 안 써…시민단체 "독서실처럼 규제 필요"

2020.03.06(Fri) 11:52:22

[비즈한국] 서울 이문동 한 대학교 앞의 스터디카페. 아침 9시부터 사람들이 키오스크 앞에 줄을 서 있다. 이른 시간이지만 벌써 3분의 1 정도 자리가 찼다. 이용권을 끊고 안으로 들어오니 책들이 쌓인 자리도 꽤 있다. 정기권을 끊어놓고 원하는 자리를 선점한 것이다. 어느새 몇 자리 빼고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정원 43명이 다 찼다. ​오후에 다시 들러보니 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학생들이 보인다. 밤 9시 30분경, 아직 33명이 남아 있다. 유독 이곳만 인기가 많은 걸까. 주변 스터디카페 몇 군데를 더 둘러보아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한 스터디카페의 점심시간 이후 모습. 사진=정동민 기자

 

#학생들은 왜 스터디카페로 모이는가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2월 29일에 예정됐던 5급 공무원 시험이 미뤄졌다. 연달아 모든 국가고시가 연기됐다. 인사혁신처는 수험생 및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고 지역사회에 코로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긴급히 시험 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뤄진 공무원시험은 코로나19의 추가확산 여부에 따라 5월 이후 시행될 예정이다.

 

대학교도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시설폐쇄 조치를 취했다. 방학임에도 사람이 많이 모이는 열람실은 더 철저하게 폐쇄됐다. 문은 봉쇄돼 있었고, 안내문에는 ‘코로나19 관련해 도서관 이용을 잠정적으로 임시 휴관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다른 대학교도 마찬가지다. 도서관, 열람실 등이 출입통제 됐다.

 

대학교 열람실 입구가 폐쇄되었다. 사진=정동민 기자

 

시험 연기와 더불어 공부할 공간이 부족해지자 취업준비생들이 스터디카페를 찾고 있다. 4일 저녁 6시경 스터디카페에서 짐을 싸서 나오는 김길수 씨(가명·28)를 만났다. 김 씨는 “이 스터디카페를 1년 넘게 다니고 있는데 요즘처럼 사람 많은 건 처음 본다. 주변에 공부하는 친구들도 요즘 스터디카페에 다닌다”고 말했다.

 

2주 전부터 스터디카페를 이용한다는 한 로스쿨 학생은 “학교 열람실이 폐쇄된 후 마땅히 공부할 곳이 없다. 언제 다시 개방될지 몰라 독서실을 끊고 다니는 것도 애매해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한다”고 말했다.

 

헬스장, 피시방, 코인노래방 등 밀폐 공간에서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잇단 상황이다. 스터디카페도 인구밀도가 높은 장소이기에 감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주변 4곳의 스터디카페를 추가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이용자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로스쿨 학생에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공부할 때 답답하고 나는 코로나19에 걸릴 것 같지 않다”고 대답했다.

 

3월 4일 밤 9시 30분경, 여전히 스터디카페 이용자 수가 많다. 사진=정동민 기자

 

한 스터디카페 점주는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열람실 등이 폐쇄되며 이용자가 급증한 건 사실이다. 이용자가 급증한 만큼 위생에 더 신경 쓴다. 청소인력을 배치해 사람들이 드나들 때마다 알코올로 청소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직접 스터디카페 세 곳에 전화해본 결과, 점포마다 관리 및 운영 방식이 모두 달랐다. 교육부에서 학원의 임시휴업을 권고하는 등 공공·민간 교육기관을 관리·감독하지만, 스터디카페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노량진에서도 학원들이 임시 휴원할 때 스터디카페를 이용한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량진 학원들은 교육부 권고에 따라 2월 24일을 기점으로 임시 휴원에 돌입했다. 당시 갈 곳 잃은 고시생들이 스터디카페를 찾았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민경 씨(가명·​26)는 “학원 임시 휴원으로 공부할 장소가 없어 스터디카페를 갔다. 독서실은 좁고 답답하지만 스터디카페는 학원 자습실처럼 개방된 공간이라 찾게 된다”고 대답했다. 이어 “독서실처럼 정기적으로 이용권을 구매하지 않고 선택한 시간만큼 이용할 수 있어 스터디카페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독서실과 같은 공간…지하, 심야영업 등 규제 필요”

 

스터디카페는 보통 24시간 운영한다. 이용자는 키오스크에서 QR코드를 받아 출입한다. 키오스크 덕에 독서실처럼 상주 직원이 필요 없​어 대부분 무인으로 운영된다. 점주가 있다 해도 24시간 관리하진 않았다. 누구든 아무때나 쉽게 출입할 수 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스터디카페는 독서실과 다름없이 학습 공간으로 이용되는데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관한 법률(학원법)’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심야영업에 규제가 없다. 심야에는 범죄와 안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안전 관리는 CCTV나 비상벨 정도에 의지하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스터디카페 프랜차이즈들은 무인으로 운영할 수 있어 인건비를 줄일 수 있으며, 지하에도 입주할 수 있는 점을 ​홈페이지에서 강조한다. 학원법에 따르면 학원과 독서실은 지하층에서 운영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몇몇 업체를 제외하면 스터디카페는 대부분 ‘독서실’이 아닌 ‘서비스업(공간임대업)’으로 등록한다. 기자가 방문한 한 스터디카페도 지하에 있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학원이나 독서실은 현행법상 지하층 운영을 금하고 있다. 지하는 지상층에 비해 화재 시 환기나 대피 시설 등을 갖추기 어려우므로 학생들이 이용하는 시설의 입지로는 적합하지 않다. 내부 통로도 미로처럼 여러 개의 방으로 구획되거나 목재 등 화재에 취약한 재질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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