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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사 배송 지연도 판매자 책임' 쿠팡 갑질 논란

코로나19로 택배물량 늘어 늦어져도 입점업체에 페널티…쿠팡 "고객 약속 못 지킨 것"

2020.03.17(Tue) 14:47:32

[비즈한국] “최근 코로나19 이슈로 일부 택배사에 물량이 몰리면서 배송이 지연되는 일이 있었다. 그런데 쿠팡 측에서 판매자 점수 경고 메일이 왔다. 배송 지연 건이 좀 더 ​쌓이면 판매 중지 조치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택배사 사정으로 배송이 지연되는 것으로 왜 판매자에게 불이익을 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 쿠팡의 갑질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지난 16일 통화한 쿠팡 입점 판매업자 A 씨의 말이다.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에 입점해 물건을 파는 판매자들 사이에서 ‘쿠팡 판매정책’ 관련 논란이 꾸준히 일고 있다. 쿠팡은 고객 단순변심에 따른 주문취소, 택배사 사정에 따른 배송 지연 등 판매자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한 일에 점수를 매겨 기준 미달이 되면 ‘판매 정지 조치’를 내린다는 것. 판매자들은 이 같은 조치가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쿠팡은 물건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방식 외에 오픈마켓인 ‘마켓플레이스’도 병행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고객 단순변심으로 주문 취소해도 ‘판매 정지’ 

 

쿠팡은 납품업체로부터 물건을 직매입해 ‘로켓배송’ 등으로 판매하는 방식 외에 소상공인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 오픈마켓 ‘마켓플레이스’도 병행하고 있다. 문제는 쿠팡이 오픈마켓 내에서 펼치는 정책 일부가 판매자에게 불리한 조건이라는 점이다. 

 

쿠팡은 ‘주문이행’, ‘정시 배송완료’, ‘24시간 내 답변’의 3개 항목을 데이터 기반으로 측정한다. 주문이행과 정시 배송완료 점수는 전체 주문·배송 건수 가운데 정상 처리한 비율로 산정하며, 24시간 내 답변은 전체 문의 건 중 24시간 내 응답한 비율을 측정한다. 이를 기반으로 쿠팡은 아이템 마켓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제품 하나를 대표 상품으로 노출하는 ‘아이템 위너’ 시스템을 운용한다. 판매자 점수는 아이템 위너 선정 기준에 반영된다. 

 

잦은 판매 취소나 발송 지연으로 점수가 기준보다 저조하면 상품 판매가 정지될 수 있다. 문제는 판매자 책임이 없더라도 점수가 깎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쿠팡 마켓플레이스 캡처

 

판매자를 가장 괴롭히는 건 ‘주문이행’ 점수다. 단순 변심으로 인한 취소, 사이즈 색상 변경을 위한 재주문 등 소비자 문제로 주문이 취소된 경우에도 주문 이행 점수가 차감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판매자들은 결제한 고객이 주문을 취소하기 전 확인 버튼을 누르기 위해 24시간 대기한다. 

 

쿠팡 홍보팀 관계자는 “고객 만족을 해치는 모든 행위에 점수를 매기는 시스템이다. 다양한 카테고리에 따른 점수 시스템이 있어서 배송을 빨리 하거나, 댓글이 많이 달리면 만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판매자들의 불만은 상당하다. 쿠팡 입점 판매자 B 씨는 “판매정지를 한 번 당했다. 지금도 고객의 단순변심 취소로 인해 경고 단계다. 판매정지 처분이 내려지면 소명을 하라는 메일이 온다. 하루 만에 정지 상태가 풀리기도 하고, 최대 2주까지 유지되기도 한다. 판매정지가 됐던 당시 170개가 넘는 상품평이 한 달 가까이 복구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주문취소 건이 생기지 않게 하려고 퇴근 후에도 상시 체크한다. 하루 24시간, 쉬는 날 없이 계속 체크해야 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오픈마켓 셀러가 모인 네이버 카페에는 이를 악용한 사례도 등장한다. 한 게시글에는 “경쟁업체에서 주문 취소에 따른 판매정지 조치를 이용해 새벽 시간에 주문을 넣고 취소하는 일을 반복했다. 추후 아이디를 추적해 알아냈지만 따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객의 변심을 판매자의 귀책으로 삼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약관은 기본적인 상식에 기초해 공정한지 불공정한지를 따진다. (쿠팡의 시스템은) 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판매자의 주문이행, 정시배송완료, 24시간 내 답변 등 모든 항목에 점수가 매겨진다. 사진=쿠팡 마켓플레이스

 

택배사 사정으로 배송이 늦어지는 경우에도 판매자 점수가 차감된다. 쿠팡 입점 판매자 A 씨는 “최근 CJ대한통운이 ‘코로나19로 인해 주문이 폭증해 배송이 지연된다’고 공지했다. 출고마감 시간에 맞춰서 물건을 보냈는데 배송이 늦어졌다. 그런데 쿠팡으로부터 ‘판매자점수 저조(경고)-정시배송’ 안내가 왔다. 7일간의 정시배송률이 쿠팡의 기준에 미달되므로 판매자 점수가 ‘경고’ 단계가 되면 판매자격이 정지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쿠팡 측은 홈페이지 안내문을 통해 “고객은 상품을 언제 출고했는지가 아니라 언제 받았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시배송률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택배사 지연은 결국 고객과 약속된 배송 일을 지키지 못하게 되는 한 요인이므로 판매자점수에 반영되며, 출고 소요기간 조절, 이용하는 택배사 관리 등으로 점수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오픈마켓과 판매자 관계에 공정위 개입 예고

 

한편 오픈마켓이 입점업체들에 과도하게 수수료를 매기거나 광고비를 수취하는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상반기 중 전반적인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는 자기의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하여 금지하고 있다. 불공정거래행위가 적발되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남용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시장점유율이 높은 오픈마켓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입점 업체들에게 부당한 행위를 했을 때 적용할 수 있다. 다만 각 사안의 위법성 여부는 당해 행위를 한 목적, 관련 법령, 합리성이 있는 행위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입장에서 오픈마켓은 제품·출고·배송 등 일정 부분 책임을 중간 판매자에게 돌릴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사업 파트다. 쿠팡은 직매입 비율이 높지만 판매 중개 수수료도 무시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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