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대형마트 매대에 1000원 안팎부터 5000원 이하 자체브랜드(PB) 상품이 늘고 있다. 식료품부터 생활용품까지 낮은 가격표를 단 상품이 전면에 나오면서 대형마트의 가격 경쟁도 행사 할인 중심에서 상시 초저가 상품군 확대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6년 5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3.3% 올랐으며, 생활물가지수 중 식품은 2.1% 상승했다. 높아진 물가 부담에 맞춰 대형마트들도 초저가 PB 상품군을 넓히고 있다. 이마트는 이마트에브리데이와 통합해 선보인 초저가 PB ‘5K 프라이스’를 앞세우고 있고, 롯데마트는 PB ‘오늘좋은’에서 1000원 이하 상품을 늘리고 있다.
초저가 PB 상품 수요도 늘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1000원 이하 ‘오늘좋은’ 상품 매출은 올해 1월부터 6월 8일까지 전년 동기보다 18.3% 증가했다. 이마트 5K 프라이스는 올해 3월 누적 기준 약 2000만 개가 판매됐다.
지난 13일 오후 5시께 찾은 이마트 수서점에는 5K 프라이스 상품이 매장 곳곳에 진열돼 있었다. 신선식품 코너에는 1000원 이하의 두부와 콩나물 어묵과 저렴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별도 코너에는 슬리퍼와 수건, 양말 등 생활용품이 놓였다. 일부 상품에는 품절 문구도 붙었다. 롯데마트 잠실점에서도 ‘오늘좋은’ 상품이 식품 매대와 과자 코너 등에 배치돼 있었으며 상품을 집어 드는 소비자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날 이마트 수서점에서 5K 프라이스 두부와 숙주나물을 구매한 50대 여성 A 씨는 “저렴하니까 장 볼 때마다 구매하게 된다”며 “요즘 물가가 워낙 올라서 할인 상품이나 저렴한 상품이 아니면 선뜻 집기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초저가 PB 가격을 유지하는 핵심은 대량 매입이다. 이마트는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SSG닷컴 등 계열 채널의 통합 매입으로 상품 원가와 물류비를 낮춘다. 롯데마트는 파트너사와 사전에 물량을 협의한 뒤 대량 매입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
대량 매입 외에도 가격을 낮추는 방식은 있다. 이마트는 1~2인 가구를 겨냥해 일부 상품을 소용량으로 기획했다. 대용량 상품을 사서 남기거나 버리는 부담을 줄이고, 필요한 만큼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생활용품 일부는 해외 전문 제조사를 직접 찾아 검토하고 선별하는 ‘직소싱’도 활용한다. 롯데마트는 자체 마케팅 비용을 활용한 추가 할인 적용을 통해 낮은 가격을 유지한다.
대형마트가 초저가 PB 경쟁에 나서는 것은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 흐름을 겨냥한 전략이다. 생활에 필요한 품목을 낮은 가격대의 PB로 넓혀 체감 가격을 낮추고, 매장 방문과 추가 구매 효과도 기대하는 방식이다. 초저가 PB는 단순 할인 행사보다 상시 상품군에 가깝다. 고물가가 이어질수록 소비자가 자주 찾는 상품의 가격대를 낮게 유지하는 일이 대형마트의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초저가 PB는 상품 하나의 판매보다 장바구니 전체를 겨냥한다. 두부, 콩나물, 과자, 생활용품처럼 자주 사는 품목을 낮은 가격에 내세워 소비자를 매장으로 불러들이고, 다른 상품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방식이다. 할인 행사를 할 때만 싸지는 상품이 아니라 언제 가도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상품이 늘면 소비자는 매장의 기본 가격대가 낮다고 느낀다. 대형마트가 초저가 PB를 상시 상품군으로 키우는 이유다.
전문가들도 초저가 PB 확대를 소비 변화와 연결해서 보고 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요즘 소비자들은 브랜드 상품보다 대체 상품을 선호하는 흐름이 있고, PB도 문제가 없다고 보는 분위기가 커졌다”며 “실질소득이 줄면서 비싼 상품을 덜 사는 소비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과제는 낮은 가격을 이익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초저가 상품은 가격 경쟁력을 보여주는 데 효과가 있지만, 상품 자체로 높은 마진을 내기는 쉽지 않다. 이 교수는 “싼 것만 팔아서는 마진을 내기 어렵다”며 “초저가 PB를 어떻게 이익으로 이어지게 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초저가 PB가 일회성 상품에 그치지 않으려면 상품군의 지속성도 필요하다. 일부 상품만 낮은 가격에 내놓는 방식으로는 반복 구매를 만들기 어렵다. 이 교수는 “한두 개 상품으로는 부족하고, 제품을 시리즈로 묶어 브랜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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