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NH농협은행이 인공지능(AI) 전문 기업 인수에 나섰다.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로 AI 개발 역량을 확보해 2027년까지 ‘에이전틱 AI 뱅크’로 전환하고, 향후 모든 금융 업무를 AI로 구현한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투자 배경에는 농협금융 내 디지털 전문가로 꼽힌 강태영 농협은행장의 의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강 행장의 임기가 올해 말 종료되는 만큼, 중장기 AI 전략이 계속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NH농협은행은 6월 9일 에이전틱 AI(인간의 개입 없이 의사 결정·수행하는 AI 시스템) 전문 업체 애자일소다(AgileSoDA)와 직접 투자 계약 서명식을 했다. 앞서 5월 28일에는 직접 투자 및 사업 협력 협약(MOU)을 체결했다. 애자일소다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형태로, 구체적인 지분 비율이나 인수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농협은행은 6월 중 투자 계약 체결, 금융당국 신고 등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7월부터 AI 에이전트 개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이번 투자에 대해 “에이전틱 AI 뱅크로의 조기 도약과 정부의 생산적 금융 및 농업 분야 AI 대전환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협약”이라며 “직접 투자를 통해 AI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 2027년까지 에이전틱 AI 뱅크를 완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애자일소다를 인수 대상으로 결정한 이유로는 AI 에이전트 개발 역량과 더불어 금융 특화 AI, 데이터 분석 분야에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꼽았다.
애자일소다는 금융기관 맞춤형 AI 에이전트 구축 기술을 갖춘 업체로, 2019년 농협은행 오픈이노베이션 기업으로 선정된 이력이 있다. 향후 농협은행 내 AI 에이전트 개발뿐만 아니라 대고객 서비스 개발도 추진할 예정이다. 강태영 NH농협은행 행장은 “AI 전환을 위해서는 우수한 AI 전문 인력이 중요하다”며 “AI 기업 직접 투자를 통해 AI가 고객과 직원의 일상에 함께하는 에이전틱 AI 뱅크로의 도약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AI 기업 인수를 공식화하면서 장기적인 AI 실행 전략도 발표했다. 6월 9일 열린 ‘NH 에이전틱 AI 뱅크 비전 데이’에서 공개한 AI 실행 전략은 크게 △내부 AI 역량 강화 △AI 서비스 실현 △인프라 투자로 나뉜다. 이날 비전 데이에서 AI 전환을 맡을 실행 조직인 ‘AX 프런티어’도 출범했다.
구체적으로는 하반기까지 자체 AI 플랫폼 ‘NHAIS(나이스)’를 통해 전 직원이 직접 AI 에이전트를 제작·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AI 에이전트 서비스 확대와 관련해서는 2030년까지 여신 심사, 비대면 금융 거래 등 모든 금융 업무를 AI로 구현하는 AI 풀뱅킹을 추진한다. 인프라 구축은 AI 기업 인수와 외부 협력을 통해 AI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고,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1350억 원을 투자하는 것이 골자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국민성장펀드 2차 메가 프로젝트 중 ‘소버린 AI 생태계 확장 프로젝트’에 해당하는 사업으로, 생산적 금융 정책의 일환이다.
이번 투자에는 강태영 행장의 의지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행장은 농협금융 내에서 디지털 전략을 이끈 인물로 꼽힌다. 강 행장은 2018년 농협은행 모바일 플랫폼인 NH올원뱅크 사업부장을 맡았다. 2019년에는 농협은행 디지털전략부장을, 2023년에는 농협은행 DT부문 부행장 및 농협금융지주 디지털금융부문 부사장을 겸임했다.
강 행장은 농협은행장 취임 당시에도 디지털 리딩뱅크 도약을 목표로 세웠다. 지난 1월에는 신년사를 통해 에이전틱 AI 은행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강 행장은 “AI는 단순히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업무를 판단하고 실행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술로서 모든 업무 흐름에 스며들어야 할 핵심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농협은행이 M&A와 함께 2027년까지 에이전틱 AI 뱅크를 완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강 행장의 연임 여부에도 눈길이 쏠린다. 2025년 1월 취임한 강 행장의 임기는 2년으로, 올해 말 종료된다. 전임인 이석용 전 행장은 임기를 연장하지 못하고 2년 만에 물러났다. 이 전 행장뿐만 아니라 역대 농협은행장은 대부분 연임에 실패했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지배구조도 변수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지주사 및 계열사 인사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비위 논란을 계기로 대대적인 농협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관건이다. 강 행장이 강 회장 재임 중 취임한 만큼 교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 농협개혁추진단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권한 분산을 위한 사업 부문 분할 등의 내용이 담긴 지배구조 개편안을 7~8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강태영 행장의 임기 1년 성적표를 보면 역성장은 면했으나 이자 이익의 감소는 막지 못했다. 농협은행의 2025년 당기순이익은 1조 8140억 원으로 전년(1조 8070억 원) 대비 0.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자 이익은 2.6% 줄었다(7조 6579억 원→7조 4594억 원).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557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늘었다.
애자일소다 인수 후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낼지도 주목된다. 애자일소다의 매출은 2023년 71억 원, 2024년 61억 원, 2025년 79억 원으로 양호하나,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75억 원, -52억 원, -12억 원을 기록했다. 2025년 적자 폭을 크게 줄였지만 적자가 4년 이상 이어진 상태다. 애자일소다는 2025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63억 2700만 원만큼 더 많다”며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의문을 불러일으킬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명시했다.
심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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