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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가 띄운 기업은행 부산 이전론, 산업은행 전철 밟나

김부겸도 공약했지만 민주당 당론은 아냐…추경호 재판·정치적 갈등도 변수

2026.06.16(Tue) 09:34:28

[비즈한국] 추경호 대구광역시장 당선인은 지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업은행 본사를 대구광역시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기업은행 본사 이전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 중소기업은행법 제4조에 “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법 개정을 위해서는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비슷한 사례로 윤석열 정부는 한국산업은행 본사를 부산광역시로 이전하려 했지만 법 개정에 실패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국민의힘 소속인 추 당선인의 공약 이행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호 대구광역시장 당선인은 지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업은행 본사를 대구광역시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현재 국회의원 300명을 정당별로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 161명 △국민의힘 110명 △조국혁신당 12명 △진보당 4명 △개혁신당 3명 △기본소득당 1명 △사회민주당 1명 △무소속 8명이다. 일반 법률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 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개정할 수 있다. 법 개정을 위해서는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추경호 당선인은 국민의힘 소속이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이 원활하게 협조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물론 2028년 예정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 더불어민주당 협조 없이도 법 개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총선 결과를 당장 예측할 수는 없기 때문에 추경호 당선인이 2028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기업은행 본사 이전을 추진하기는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이 2028년 총선에서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 추 당선인 임기 내 기업은행 본사 이전은 더욱 어려워진다.

 

결국 추경호 당선인으로서는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하는 것이 기업은행 본사 이전을 위한 현실적인 방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업은행 본사 이전과 관련해 당 차원의 공식 논평을 낸 적은 없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광역시장 후보도 기업은행 본사의 대구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기는 했다. 그러나 이는 김 후보의 개인 공약이었고, 민주당 차원의 공약은 아니었다. 

 

문제는 추경호 당선인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시선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추 당선인은 윤석열 정부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은 국무위원이었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계엄 시도에 추 당선인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추 당선인은 현재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6·3 지방선거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 당선인 유세에 참여한 것도 비판 대상에 올랐다.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4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헌정질서를 유린했던 내란 피고인이 버젓이 광역단체장 후보로 공천된 것 자체가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내란의 책임이 여전히 법정에서 다뤄지고 있는 엄중한 시점에 그 참극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자 중 한 명을 대구광역시장 후보로 공천한 것이 국민의힘이 말하는 보수 재건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나마 이재명 정부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서 기업은행 본사 이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상당수도 이재명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은행법 개정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행 본사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광역자치단체도 대구광역시 외에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서울특별시 중구 기업은행 본사. 사진=임준선 기자


또 다른 변수는 기업은행 내부 반발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지난 5월 기업은행 본사 이전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기업은행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설립된 정책금융기관으로 일반 금융회사와는 책임이 다르다”며 “기업은행 본사 이전은 단순히 건물의 주소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책금융의 운영 체계와 중소기업 지원 기반 전체를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본사 이전을 반대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한국산업은행 본사 이전 가능성이 대두되자 적지 않은 한국산업은행 직원들이 퇴사했다. 기업은행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퇴사까지는 아니더라도 금융노조가 대대적인 파업에 나서면 정부나 국회로서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추경호 당선인으로서는 국회 설득과 동시에 기업은행 노조도 설득해야 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6월 11일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 철학에 맞춰 2차 공공기관 이전 초안이 거의 마련됐다”며 “9월 중에는 전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이 발표되면 기업은행 본사 이전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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