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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실업률 9.3%는 의도된 착시? 확장실업률은 26.6%

미국 등 OECD 국가 비교해 한국의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 낮아…현실 반영 통계로 정책 집행해야

2020.05.29(Fri) 14:38:14

[비즈한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5월 28일 문재인 정부의 청년고용대책 시행으로 2018년 이후 청년고용이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인구 감소에도 취업자가 증가했고, 임금수준이 상승하는 등 양과 질 모두에서 나아졌다고 밝혔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청년고용에 타격이 가해져 취업자가 감소했다며 정부가 발표한 ‘공공 및 청년 일자리 창출 계획’의 추진을 당부했다. 

 

하지만 경제계에서는 일자리위원회가 고용통계 중에서 유리한 대목만을 가져와 사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취업준비생이나 고시생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상황, 고용을 포기한 청년층이 급증하는 현상,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청년층이 적지 않은 현실을 간과한 탓이다. 

 

지난해 4월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간담회에서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청년실업 등의 발언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실업률은 4.2%로 나타났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변화가 없는 수준이고, 1년 전에 비하면 0.2%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올 1월 실업률은 1년 전에 비해 0.4%포인트 줄었고, 2월 실업률과 3월 실업률도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0.6%포인트, 0.1% 포인트 감소했다. 코로나19에 일을 못 하는 사람이 급증했는데도 실업률은 감소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청년층(15~29세)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4월 청년층 실업률은 9.3%로 3월에 비해 0.6%포인트 줄었다. 1년 전에 비하면 2.2%포인트나 감소한 수치다. 1~4월 청년 실업률은 1년 전에 비해 하락한 안정적 수준을 유지 중이다. 코로나19에 아르바이트 자리도 줄고, 채용에 나선 기업도 없는데 청년층 실업자는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실업률 통계의 허상은 미국 실업률 통계와 비교하면 뚜렷하게 드러난다. 미국 실업률은 2월 3.5%에서 코로나19 영향이 미치기 시작한 3월 4.4%로 올랐고, 악영향이 본격화한 4월에 14.7%까지 상승했다. 청년 실업률은 이보다 심각하다. 2월 7.7%였던 청년 실업률은 3월에 10.3%로 뛰었고, 4월에는 27.4%까지 급등했다. 우리나라 고용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 이유다.

 

현실과 동떨어진 고용통계는 다른 나라보다 많은 취업준비생이나 고시생을 실업통계에서 빼는 데서 발생한다. 실업자는 취업시장에 뛰어든 사람(경제활동인구)을 바탕으로 하는데, 취업준비생이나 고시생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4월 경제활동참가율은 62.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2.4%보다 크게 낮다.

 

아일랜드는 경제활동참가율이 87.3%로 90%에 육박한다. 취업준비생과 고시생 탓에 우리나라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은 45.0%밖에 되지 않는다. 청년층 중 절반도 안 되는 이들만 일을 하거나, 일자리를 찾는 셈이다. 이 때문에 취업자 수나 실업률만으로는 우리나라 청년 일자리 현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다.

 

또한 일자리 찾기 자체를 포기한 ‘쉬었음’ 인구가 청년층에서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탓에 청년취업자나 실업률은 개선되는 왜곡현상이 일어난다. 올 4월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46만 6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2만 2000명이나 증가했다. 게다가 일자리위원회는 단기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꾸리면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청년층이 많다는 점도 간과했다.

 

이들은 무늬만 취업자일 뿐 실제로는 부분 실업자다. 올 4월 청년층 시간 관련 추가취업 가능자(주 36시간 미만의 단시간 근로자로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는 1년 전에 비해 6만 3000명 늘어난 17만 명이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청년층 시간 관련 추가취업 가능자는 올 2월 10만 6000명에서 3월 15만 9000명, 4월 17만 명으로 급증세다. 일자리위원회의 청년고용 개선 주장은 이런 고용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를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실업자뿐 아니라 잠재적 실업자, 부분 실업자 등을 포함한 확장실업률 통계가 만들어졌다. 4월 확장실업률은 14.9%이며, 청년층 확장실업률은 26.6%를 기록했다. 미국 실업률 통계와 비슷한 수치다. 하지만 일자리위원회 등 정부 기관들은 정책 발표 등을 할 때 이 자료를 애써 외면한다. 실업률 급증에 따른 상부 질책이나 여론 악화를 피하려는 의도다.

 

경제계 관계자는 “대통령 직속인 일자리 위원회가 고용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를 가지고 청년고용 개선을 주장하는 상황에서는 청년실업 대책도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자화자찬식 보도자료를 내기보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주는 통계를 바탕으로 현실을 분석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문재인 정부가 강조해온 청년고용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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