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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길리어드 '합병설' 뒤엔 '포스트 코로나'

코로나19 치료제 시너지보단 '이후' 준비인 듯…해외 제약 애널리스트들 "실현 가능성 낮다"

2020.06.09(Tue) 16:06:40

[비즈한국] 영국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에 인수합병(M&A)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며 업계 핫이슈로 떠올랐다. 합병이 이뤄지면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메가딜이라는 평가. 백신을 개발하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렘데시비르를 개발한 길리어드가 합병할 경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속도가 붙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합병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길리어드에 비공식적으로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인수가로 2743억 5210만 달러(약 330조 4000억 원)를 제시했다고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금까지 제약업계에서는 2019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가 셀진 코퍼레이션을 740억 달러(약 89조 원)에 인수한 거래가 최대 인수합병​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길리어드는 아직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영국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에 인수합병(M&A)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며 업계 ‘뜨거운 감자’로 올랐다. 사진=길리어드 사이언스 홈페이지 캡처


#아스트라제네카, ‘포스트 코로나’ 염두에 뒀나

 

아스트라제네카가 길리어드에 인수를 제안한 것을 두고 제약업계가 코로나로 인한 타격을 상수로 놓고 몸집을 키울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의도보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응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인도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퀸트는 “합병 제안은 제약사들이 혁신 강화 및 규모 확장의 압력을 받던 코로나 이전의 비즈니스와 유사하게 되돌아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길리어드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폭넓은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5대 제약사 중 하나인 아스트라제네카는 항암제 타그리소를 비롯해 순환기·​대사 질환, 암, 소화기·​호흡기·​염증·​자가면역 영역에서 다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제약사가 지속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파이프라인 확보가 필수다. 길리어드는 항바이러스제 분야에서 선두 주자로 꼽힌다. ​두 기업의 파이프라인이 겹치지 않아 ​아스트라제네카 입장에서는 선점 시장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길리어드는 1987년 미국에서 벤처기업으로 설립돼 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집중해왔다는 점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구미를 당겼을 것으로 보인다. 길리어드는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개발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에이즈·간염 치료제 비리어드, C형 간염 치료제 소발디와 하보니를 만들었다. 의약품 생산의 3분의 2를 외주로 돌리고, 회사 내부에서는 신약 개발 연구에 몰두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길리어드에 인수를 제안한 것을 두고 제약업계가 코로나로 인한 타격을 상수로 놓고 몸집을 키울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사진=길리어드 사이언스 홈페이지 캡처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인수합병 의도를 렘데시비르 때문으로 볼 수는 없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호흡기 질환의 마케팅에 주특기를 지니고 있는데 이를 토대로 길리어드의 파이프라인과 기술력을 접목해보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거대 제약사 합병설, ‘설’로만 남을 가능성 높아

 

아스트라제네카와 길리어드는 국내에서도 관심도가 남다르다.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제로는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특례수입을 승인받은 데 이어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두 번째 특례수입 의약품 대상이 돼 논의가 오가고 있다. 의약품 특례수입 제도는 감염병 대유행 등 공중보건 위기상황에서 관계 부처장의 요청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국내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을 수입자를 통해 수입하도록 하는 제도다.

 

만약 두 거대 제약사의 인수합병이 성사되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연구개발에 뛰어든 기업은 많지만 개발 소식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는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8일 기준 미국 국립보건원 임상정보 제공 사이트 ‘클리니컬 트라이얼(ClinicalTrials.gov)’에 신규 등록된 코로나19 관련 약물 중재 임상시험은 858건이다. 지난 3월 56건에서 15.3배 늘어난 수치다.

 

다만 일각에서는 두 기업이 합병돼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성공할 경우 각국 정부가 의약품 가격에 압력을 가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매출 기준 상위 10위 글로벌 제약사로 손꼽히는 두 기업이 만나면 시장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지기 때문이다. 의약계 시민단체 관계자는 “두 회사는 기술력이나 정보 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업이다. 의약품에 대한 독점권이 강화돼 약가를 높게 책정하겠다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정부도 교섭 능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국 국립보건원에 신규 등록된 코로나19 관련 약물 중재 임상시험은 지난 3월보다 15.3배 늘어난 858건에 달했다. 9일 기준 약물을 비롯해 코로나19 관련 모든 연구는 2000건을 기록했다. 사진=미국 국립보건원 ‘클리니컬 트라이얼’


그러나 현재로서는 두 거대 제약사의 인수합병이 성사되기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길리어드가 합병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 SVB 리링크의 제약 애널리스트 제프 포지스는 “대부분의 바이오·제약 분야 인수합병은 힘이 아닌 고통의 크기가 클 때 발생한다”며 “길리어드는 현재 고통스러운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길리어드가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와 합병 시 본사를 이전해야 해 지정학적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앞서의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3월 1일 자로 정식 발령받은 길리어드 다니엘 오데이 대표가 온 이후 길리어드의 주식 가치가 15% 이상 상승했다. 또 길리어드 입장에서는 렘데시비르 개발 성공 시 향후 5년 동안 1000억 달러 매출을 올려 지속적인 현금 창출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표했다. 앞서의 제약업계 관계자도 “길리어드가 인수합병을 주체적으로 시도할 가능성은 작다. 오히려 아스트라제네카보다는 성장 잠재력이 있는 벤처를 추가 인수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한편 8일(현지시각) 미국 CNBC는 길리어드 소식통을 인용해 아스트라제네카와 길리어드 양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인수합병(M&A) 논의를 위해 접촉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진행 중인 논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후속 보도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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