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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앱만 100개' 트로트 인기에 불법 무료듣기 앱 기승

광고 수익 목적으로 무단 음원 수집해 제공…불법 음원 유통도 스트리밍으로 진화

2020.11.27(Fri) 16:00:36

[비즈한국] 김수현 씨(31)는 최근 부모님과 할머니의 핸드폰에 ‘트로트 무료듣기’ 앱을 설치했다. 한번 깔고 나면 회원가입이 따로 필요 없고, 최신곡 업데이트도 빨라 편리했다. 김 씨는 “몇 년 전만 해도 휴게소에서 믹스 테이프를 사드리거나 좋아하시는 가수의 CD를 사드렸다. 파일을 불법 다운로드하거나 곡당 몇백 원을 주고 사서 MP3에 넣어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앱스토어에서 앱만 다운로드받으면 되니 매우 간단해졌다”라고 말했다.  

 

구글플레이 스토어에 ‘무료듣기’​를 검색하면 무수히 많은 앱이 뜬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측은 “​저작권 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에서 음원을 사용한다면 불법 앱”​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구글플레이 스토어

 

최근 트로트의 인기에 힘입어 ‘무료듣기 앱’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구글플레이 스토어에 ‘무료듣기’라고 검색하면 ‘7080 노래’, ‘트로트’, ‘클래식’ 등 장르별 앱부터 ‘나훈아’, ‘조용필’ 등 특정 가수의 전집을 들을 수 있는 앱도 나온다. 최근 인기를 끈 가수 ‘임영웅’의 노래만 들을 수 있는 앱은 100개가 넘는다. 이 중 가장 상단에 검색되는 앱은 다운로드 수 100만 이상, 리뷰 4000개 이상일 정도로 ‘핫’하다. 

 

문제는 대부분 앱의 개발사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이메일 주소가 개발자와 연락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공개돼 있으며, 정식 음원과 동영상에서 음원만 추출한 불법 음원이 섞여서 제공된다. 앱에서 스트리밍되는 음악이 정식으로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은 음원의 제목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rain-임영웅-뽕숭아학당’, ‘깊은 밤을 날아서-미스터트롯 사랑의콜센타 8회’, ​[30분 연속] 임영웅-천년지기 외​ 등 앱 개발사가 임의로 입력한 제목이다 보니 형식과 분류가 제각각이다. 영상에서 불법적으로 추출한 음원의 경우 ​음질도 떨어진다. 앱들은 대부분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로, 회원가입이 따로 필요 없으며 유료 스트리밍 앱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올드팝, 7080 노래, 트로트 같은 장르가 다수다.

 

한 스트리밍 업체 관계자는 “과거엔 음악을 다운로드 같은 방법으로 ‘소유’했다면 이젠 스트리밍 같은 ‘접근’으로 패러다임이 변했다. 불법 유통 방식도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 앱으로 변화한 것이다. 다만 개개인이 다양한 음악을 소비할 때의 비용 자체는 큰 폭으로 줄어서 변화에 적응한 젊은 세대에겐 굳이 불법적인 방법이 필요 없다. 변화가 낯설거나 따라오지 못하는 세대에게는 불법이라도 무료 스트리밍 앱의 접근성이 오히려 높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는 “만약 협회와 계약을 맺고 있다면 저작재산권을 침해한 불법 행위는 아니다. 하지만 협회와 계약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체적인 음원을 사용하여 서비스하고 있다면 저작재산권 침해로 볼 수 있다. 협회와 계약하여 합법적으로 음악저작물을 사용하는 플랫폼을 링크 등으로 서비스하는 경우 앱 서비스 제공자의 영리성 여부에 따라 불법인지 아닌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협회에서도 불법성이 있는 앱은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LP, 테이프, CD 등 물리적인 매체에 저장해 감상하던 시대에서 디지털화된 음악을 스트리밍하는 시대로 전환되면서 불법 음원의 소비 방식도 바뀌었다. 2019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 음악산업백서’에 따르면 전 세계 스트리밍 음악시장은 디지털 음악시장의 76%, 전체 음악 산업의 26.8%를 차지한다. 2022년이 되면 전체 음악 산업의 약 39%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8월 논문 ‘스트리밍 구독을 통한 플랫폼의 한계와 음악 가치의 변화’를 발표한 상명대학교 뉴미디어음악학과​ 김태현 씨는 “사용하기 쉽고 편리한 스트리밍 구독 서비스는 분명 무료 이용자의 유료 이용 전환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음반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이던 불법 다운로드의 소멸을 설명했다. 다만 김 씨는 “(스트리밍 구독 서비스는) 불법 복제의 대안 매체에 가깝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를 완전하게 막을 순 없는 게 현실이다. 유튜브의 경우 검색을 통해 유튜브 영상에 있는 음원을 추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쉽게 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사각지대에 있는 불법 스트리밍 앱의 처리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자체 모니터링에 의하여 불법성이 짙다고 판단되는 앱의 복제·전송중단 및 법적 조치를 효과적으로 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영리성 앱의 경우 회사 소재지가 해외인 경우가 많아 직접 제재하기 어려워 해외 상호관리단체에 협조를 구하거나 구글플레이 및 앱 스토어에 신고한다. 외부 단체나 기업의 도움을 받아야 해서 빠르게 진행이 안 되는 면이 있고, 개인 개발 앱의 경우 합법 플랫폼의 콘텐츠를 차용하고 비영리적인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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