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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배달' 미국 아마존은 되는데 한국 스타트업은 왜 안될까

비대면 진료 한시허용 따라 배달 서비스 재개…약사회 반대 속 찬반양론 분분

2020.11.25(Wed) 12:28:49

[비즈한국] ‘의약품 배달 사업’을 둘러싸고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정반대 광경이 연출됐다. 지난 17일(현지 시각) 미국 아마존은 ‘아마존 파머시(Phramacy)’ 서비스를 선보였다. 의사가 아마존에 보낸 처방전을 토대로 소비자가 처방 약을 주문해 집에서 배송받는 서비스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시대에서 온라인을 통한 의약품 구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미국 약국 업계가 재편될지 관심이 커졌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의약품 배달 서비스 앱 ‘닥터나우’를 두고 논란이 다시 점화됐다. 닥터나우는 개발사 닥터가이드가 지난 9월 서비스가 중단된 ‘배달약국’ 이후 18일 내놓은 새로운 버전으로, 비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가 처방전을 입력하면 약국에서 집으로 약을 배송해준다. 약사 단체는 앱과 제휴한 약국들에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의 한 약국 약사는 “봉사 차원에서 하고 있었는데 약사회장이 직접 전화해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못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마존, 통합 헬스케어 서비스 기업으로 발돋움 준비

 

지난 17일(현지 시각) 미국 아마존은 ‘아마존 파머시(Phramacy)’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영상 캡처


아마존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아마존 파머시’ 서비스는 환자가 의사에게 처방전을 아마존에 직접 보내달라고 요청하면 아마존이 처방전을 확인해 약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일부 주를 제외한 45개 주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성인이 이용 대상이고, 배송에는 이틀 정도가 걸린다.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 고객은 일반 의약품과 유명 브랜드 의약품을 최대 40%에서 80% 할인받을 수 있다.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등 약물이나 비타민·보충제는 배송되지 않는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의 온라인 약국 시장 진출은 향후 통합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발판으로 풀이된다. 아마존은 2018년 6월 약을 정기배송 해주는 스타트업 ‘필팩’을, 2019년에는 원격의료 진단기업 ‘내비게이터’를 인수했다. 특히 아마존은 올 8월 건강 정보와 감정 상태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내놓고 시장에 진출했다. 이를 두고 웨어러블 기기로 고객 데이터를 모아 오프라인 진료나 원격 진료를 받고 처방 약이나 의료기기 배송, 복약 관리까지 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마존의 일차 경쟁 상대는 기존 오프라인 약국 체인이나, 제약사에서 약을 공급받아 약국과 병원에 유통하는 도매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렴한 가격에 약을 내놓고 약값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약을 자체 배송 및 물류 인프라를 이용해 빠른 배송을 하면 소비자들이 아마존으로 몰릴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 앞서 헬스케어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환자들의 의료데이터를 아마존의 인공지능,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분석하면 다른 헬스케어 기업들에도 상당히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경쟁 상대는 기존 오프라인 약국 체인이나, 제약사에서 약을 공급받아 약국과 병원에 유통하는 도매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다만 일각에선 아마존의 약 배달 사업이 쉽지는 않으리란 전망도 나온다. 무디스의 수석 애널리스트 찰리 오시어는 파이낸셜타임스에 “환자는 처방 약의 민감한 특성 탓에 지역 약사에게 충성하는 경향이 있다. 또 나이대가 있어 온라인 쇼핑을 할 가능성이 작다”고 밝혔다. 다른 헬스케어 애널리스트는 “아마존 물류 인프라는 전통 약물에는 잘 작동할 테지만 민감하게 취급해야 하는 생물학적 제제를 어떻게 보관하고 운송할지 생각해내야 한다. 또 굿알엑스 등 기존 회사는 이미 아마존과 비슷한 할인을 제공한다. 아마존이 약값을 더 낮출 수 있을지, 2일 내 배송을 2시간으로 줄일 수 있을지가 숙제”라고 말했다.

 

#정부 한시적 허용에 ‘배달약국’ 새 버전 재개

 

아마존이 의약품 배송 시장에 뛰어든다고 발표한 날, 우리나라에선 의약품 배달 서비스 앱 ‘닥터나우’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닥터나우는 출시 6개월 만에 중단된 배달약국의 새로운 버전이다. 스타트업 닥터가이드는 지난 9월 약사법 제50조 1항의 ‘약국 개설자 및 의약품 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과 ‘개설등록 약국이 아니면 약국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제20조 2항이 문제시되면서 사업을 자진 중단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배달약국 앱에 대해 “약사법에 따라 해당 기술 서비스가 허용되지 않지만, 전화 상담·처방 및 대리처방 한시적 허용방안에 따라 제한된 범위 내에서 한시적 허용”이라는 의견을 밝히며 서비스가 재개됐다. 정부는 지난 2월 의료기관 내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하고자 의사의 판단에 따라 안전성 확보가 가능한 경우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전화상담 또는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한시적 허용했다.

 

닥터나우는 출시 6개월 만에 중단된 배달약국의 새로운 버전이다. 환자는 비대면 진료를 받은 후 이렇게 약을 배송받을 수 있다. 사진=김명선 기자


닥터나우를 이용할 경우 환자는 집에서 의사에게 비대면 진료를 받은 뒤 의사가 처방전을 앱으로 보내고, 환자가 거주지 3km 내외의 약국을 선택하면 처방전이 약사에게 전달된다. 3km 내외로 제한을 둔 까닭은 의약품이 변질되지 않도록 ‘30분 내 배송’을 하기 위해서다. 약을 조제한 약사는 환자에 전화를 걸어 복약지도를 한 후 배달대행업체 기사에게 연락해 약 배달을 요청한다. 현재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은 7곳으로 아직 많지는 않다. 제휴 약국 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24일 기자가 직접 닥터나우 서비스를 이용해봤다. 오전 10시 42분 병원에 접수해 11시 10분에 비대면 진료를 8분가량 받고 약국에 처방전을 전송한 뒤 약을 수령한 시간은 오후 12시 10분. 평소 병원에 방문해 진료를 받고 약을 받는 데 걸리는 시간과 크게 차이는 없었지만, 준비하는 시간을 빼면 다소 단축된 셈이다. 진료비는 4800원, 약값은 3200원이 나와 부담도 크지 않았다. 25일 오전에는 병원에서 먼저 연락이 와 예후를 묻기도 했다.

 

직접 약국을 방문해 받아올 때와 큰 차이는 없다. 사진=김명선 기자

 

아쉬운 점도 있었다. 기관지 문제로 진료를 받았는데, 직접 상태를 확인할 수 없는 만큼 의사는 기자의 말에 의존해 약 처방을 내줬다. 처방 약에는 ‘알프람정’이라는 향정신성의약품도 포함돼 있었다. 약국에서는 이 약에 대해 ‘잠이 올 수 있다’는 것 외엔 별다른 복약 지도가 없었다. 장지호 닥터가이드 대표는 “제휴 약국에 향정신성의약품은 배달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는 의사가 환자 치료에 필요하다고 본 거고, 약도 소량이라 문제될 점은 없다”고 말했다.​

 

#의약품 배달 앱 두고 업계 시각차 극명

 

이를 두고 국내 업계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우선 약사업계는 복지부 지침은 약국의 배달까지 허용한 것이 아니며 이 과정에서 ‘약물 오남용’과 ‘배송 과정에서 약 변질’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한약사회는 회원들에게 “약국에서 이 서비스에 참여해 택배 또는 퀵서비스를 통한 의약품 배송에 참여하면 약사법 위반으로 처분될 수 있으니 제휴약국으로 가입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문자를 19일 발송했다.

 

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도 있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벤처연구소 부소장은 “위험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은 약사가 배송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 또 약 종류를 수령인이 아니면 알 수 없도록 2차 밀봉 조치하고, 일부 의약품은 수령이 안 되면 약국으로 회수되는 시스템이나 본인 인증 후 서비스 이용 등 안전장치를 구축하고 있어 우려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고령화 시대와 ​비대면 시대에 의약품 배송 논의는 해야 할 논의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한 약국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고령화 시대와 비대면 시대에 해야 할 논의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모든 산업이 변화를 겪는데 약사만 온실에 머무를 수 없다. 국민의 후생 증진을 위해 보완할 점은 개선해가면서 차츰 도입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현재는 의식이 없거나 움직일 수 없는 재진 환자만 동일한 상병에 대해 장기간 처방이 이뤄지는 경우 예외적으로 가족 등이 대리 처방받을 수 있다.

 

다만 우려도 나온다. 한 약사는 “향후 비슷한 플랫폼 업체들이 생겨나면 의약품 배송에 드는 비용은 소비자나 약사가 결국 부담해야 한다. 또 업체 서버에 환자 개인 신상정보와 의료 정보 등이 모두 저장된다. 이런 데이터가 언제 어떻게 활용될지 모른다. 미국은 나라가 커서 접근성이 떨어져 의약품 배송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측면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장지호 닥터가이드 대표는 “의약품 배송을 막는 약사법은 1964년에 생긴 법이다. 서비스를 원하는 지역 약국과 소비자들이 분명 있는데 논란으로만 비치니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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