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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전세'는 경영난 빠진 호텔업계 탈출구 될 수 있을까

코로나19로 휴업한 호텔 전년 대비 약 4배…구조상 문제로 '주택 탈바꿈 한계' 지적도

2020.12.04(Fri) 20:02:58

[비즈한국] ​서울 성북구 안암동 역세권에 위치한 관광호텔 ‘리첸카운티’가 지난 11월 30일 청년 임대주택 ‘안암생활’로 탈바꿈했다. 서울시가 종로구 숭인동 ‘베니키아호텔’을 청년 임대주택 ‘영하우스(238세대)’​로 바꾼 데 이어 호텔을 리모델링한 두 번째 공공임대주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122개 객실을 운영하던 지하 3층~지상 10층 규모(5704.7㎡, 1725.7평) 호텔을 원룸형 주거공간(복층 56호, 일반 66호)과 공동주방 등 커뮤니티 시설로 바꿨다. 임대료는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27만~35만 원으로 시중 임대료의 50% 이하 수준이다. 

 

정부가 11·19 전세대책 중 하나로 발표한 ‘비(非)주택 리모델링’​ 물량을 두고 여론이 시끌시끌하다. 가장 유력한 대상으로는 주거용 전환이 용이한 호텔이 거론된다. 

 

한편, 호텔업계는 호텔을 리모델링한 임대주택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영난에 빠진 호텔들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역세권에 위치한 관광호텔 리첸카운티가 지난 11월 30일 여러 청년이 거주하는 임대주택으로 탈바꿈했다. 사진=차형조 기자.

 

#코로나19 호텔 경영난에 겹친 주택 전세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호텔업계는 위기를 맞았다. 해외 관광객이 줄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객실 매출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호텔업협회가 서울 경기, 인천, 부산, 제주 등 5대 권역 200개 호텔(관광숙박업소)을 표본 조사한 결과 지난 10월 평균 객실판매율(OCC)은 44.7%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1%포인트 줄었다. 

 

전국 호텔 객실 절반 이상은 9개월 째 손님을 받지 못했다. 올해 1월 61.7%(전년 동월 대비 +0.3%p)였던 전국 객실판매율은 2월 44.4%(-20%p), 3월 22.7%(-44.7%p), 4월 24.9%(-47.5%p), 5월 31.3%(-38.7%p), 6월 35.9%(-36.2%p), 7월 41.4%(-32.3%p), 8월 48.8%(-29.6%p), 9월 35.2%(-35.7%p), 10월 44.7%(-32.1%p)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휴업 신청한 호텔은 급증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 개방자료에 따르면 호텔 투숙객 감소가 가시화된 올해 2월부터 11월까지 호텔 50곳(4곳 휴업기간 종료)이 휴업을 신청했다. 2019년 1년간 휴업 신청한 호텔은 13곳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폐업한 호텔은 42곳으로 2019년 폐업한 호텔 54곳에 미치진 않았다.

 

한국호텔업협회 관계자 A 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객실판매율은 30~40%를 오가는 수준이다.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다 3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최근 객실판매가 다시 뚝 떨어졌다. 그밖에 송년회 등 연회행사로 호텔은 연말에 많은 매출을 올리는데 올해는 소위 ‘연말장사’도 물 건너가게 생겼다. 영업유지비가 매출을 훌쩍 넘어서다보니 휴업한 호텔도 다수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전세난이 터졌다. 한국감정원이 1일 발표한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종합주택 전세가격지수는 100.4로 기준 월(지수 100)인 2017년 11월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전국의 주택 전세값은 2019년 10월 96.6부터 14개월째 오름세다. 수도권의 종합주택 전세가격지수는 올해 8월 100.4로 기준점을 넘어선 데 이어 11월 102.3을 기록했다. 15개월째 상승세다.  

 

전셋값 상승폭은 7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국 전세값 변동률은 2019년 10월 0.09%를 시작으로 올해 1월 0.28%까지 상승폭을 키웠다. 이후 올해 5월 0.09%까지 상승폭이 줄다 6월부터 0.26%, 7월 0.32%, 8월 0.44%, 9월 0.53%, 10월 0.47%, 11월 0.66%로 올랐다. 올 11월 상승률은 2013년 10월(0.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전세 대책으로 떠오른 비주택 리모델링, 호텔 경영난과 1인 가구 전세난 잡나

 

정부가 11월 19일 전세 대책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전국에 전세형 주택 11만 4100호를 단기에 공급하는 계획이다. 2018년 9·13대책(수도권 30만 호 공급 계획)과 올해 5·6대책, 8·4대책 등에 담긴 공급 물량의 입주일이 2023년 이후인 점을 염두에 뒀다. 세부적인 공급 계획은 △공공임대주택 공실 활용 3만 9100호, △공공 전세주택 1만 8000호, △신축 매입 약정 4만 4000호, △비주택 공실 리모델링 1만 3000호 등이다.  

 

이목을 끈 전세 물량은 비(非)주택 리모델링이다. 지난 5·6대책에 따라 공공임대주택 매입 대상이 기존 주택·준주택에서 주택이 아닌 상가·오피스·숙박시설까지로 확대됐다. 8·4대책에서는 민간사업자가 비주택을 공공지원민간임대로 리모델링하면 주차장 증설 면제 등 규제를 완화하고 장기 저리 융자를 지원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정부는 앞선 대책으로 반영된 비주택 리모델링 물량(기존 5500호)을 7500호 추가해 총 1만 1000호 공급키로 했다.

 

서울시가 종로구 숭인동 베니키아호텔을 리모델링한 청년주택 '영하우스' 전경. 사진=차형조 기자


비주택 리모델링 물량은 1인 가구의 전세 수요를 겨냥했다. 최근 3인 이상 일반가구가 1~2인 가구로 빠르게 분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년 3인 이상 일반가구가 15만 2561가구 감소했지만, 1~2인 일반가구는 51만 6561가구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가구 수는 39만 1805가구 증가했다. ​

 

1~2인 가구가 증가한 반면 1~2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등 비(非) 아파트 주택은 감소 추세다.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와 2인 가구가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은 각각 75.1%, 30.4%로 나타났다.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2015년 6만 호, 2016년 5만 호, 2017년 3만 8000호, 2018년 3만 3000호, 2019년 2만 6000호로 줄고 있다. 

 

호텔은 비주택 리모델링의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숙박 용도로 사용돼 주거 용도로 전환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LH가 각각 ‘베니키아호텔(지금 영하우스)’과 ‘리첸카운티호텔(안암주택)’을 청년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한 것도 같은 이유다. 박세영 LH 서울지역본부 사회주택선도사업 추진단장은 “오피스 등 비주택은 사람이 먹고 자던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시설이 들어가야 한다. 호텔은 적어도 숙박하던 공간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거 공간으로 바꾸는 게 용이하다”고 말했다. 

 

호텔업계도 나쁘지만은 않은 기색이다. 정부가 경영난에 빠진 호텔의 매수하거나 업종 전환을 를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의 한국호텔업협회 관계자 A 씨는 “경영난에 처한 호텔업주에게 퇴로를 열어 준 점은 긍정적이다. 기존에 용적률이나 주차장 규제 특례를 받은 호텔업주는 인허가(건물용도 변경) 문제로 사실상 다른 업종으로 전환이 불가능했다. 정부가 업종 전환에 걸림돌이된 규제를 풀어 주고, 매수자를 자처하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다만 호텔업 자체에 대한 지원책은 아니기 때문에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택 대비 ‘부엌 없고 주차장 부족한’ 호텔 태생적 문제도

 

하지만 호텔이 가지는 태생적 문제로 확장성이 크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객실마다 부엌이 없고, 주차시설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통상 호텔이 취사시설을 갖추려면 예산을 투입해 가구마다 취사시설을 들이거나 호텔 식당 등을 공동주방으로 활용해야 한다. 건축법상 1개 동의 공동취사시설을 이용하는 세대가 전체 50% 이상인 공동주택은 ‘아파트’가 아닌 ‘기숙사’로 규정한다. 법정 부설주차장 주차대수는 숙박시설의 경우 시설면적 200㎡당 1대, 주택 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75~100㎡당 1대다.

 

앞서의 LH의 안암생활(122세대​)은 1층에만 공동취사시설을 둔 ‘기숙사’로 건물에 총 23대를 주차할 수 있다. 반면 ​서울시의 영하우스(238세대​)는 세대마다 취사시설을 설치한 ‘아파트’로 건물에 총 60대를 주차할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영하우스 임대료는 인근의 95%수준으로, 입주민은 보증금의 50%까지 서울시 무이자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 주택공급과 관계자는 “호텔을 주거 용도로 리모델링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내부 구조일 것”이라며 “영하우스는 기존 베니키아호텔 시설을 그대로 이용하려다 논란이 있어 카페트 바닥을 마루로 바꾸고 개별 실마다 주방시설을 설치했다. 호텔은 공동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개별 실마다 주방을 설치하는 게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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