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숨어있는 보석 같은 젬백스를 세상에 제대로 꺼내놓겠다. 약은 증명으로, 회사는 신뢰로 도약하겠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17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젬백스앤카엘(젬백스) 회장 취임식에서 밝힌 취임 일성이다.
5선 국회의원이자 민선 6기 경기도지사를 지낸 중량급 정치인이 신약 개발 기업의 조타수를 맡았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이만득 삼천리그룹 회장, 곽재선 KG그룹 회장, 홍재성 JS코퍼레이션 회장, 박성찬 다날그룹 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등 재계 주요 인사와 박상원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박찬호 전 야구선수 등이 참석했다.
남 회장은 단상에 올라 바이오에 문외한이면서 회장에 오르는 자신에 대해 쏟아지는 의구심을 적극 해명했다. 그동안 정·관계 인사가 기업의 회장직을 맡으면 대관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얼굴마담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남 회장도 “지인에게서 바이오를 아느냐, 지분도 없고 의결권이 없으면서 가서 뭘 하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상재 고문으로부터 의사결정 권한을 약속받았다”면서 “든든한 팀을 꾸려 이들과 함께 토의하고 합리적으로 최종 결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지겠다”고 밝혀 ‘바지 사장’ 논란을 정면으로 일축했다.
실제로 남 회장은 취임에 앞서 지난 16일 젬백스 최대주주 젬앤컴퍼니의 의결권 있는 주식 545만 6126주(12.32%)와 창업자 김상재 고문 주식 27만 4940주(0.62%)에 대한 의결권 행사 위임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날 약 7억 6000만 원을 들여 5만 5348주(0.13%)를 장내 매수하며 책임 경영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남 회장의 이러한 합리적 경영을 뒷받침할 전문가 그룹 ‘팀 남경필’에는 핵심 인사들이 포진했다. 전반적인 법률과 경영 총괄은 이석준 대표이사가 맡으며,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 자문은 이재홍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가 이끈다. 여기에 다국적 임상의 통계적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문형식 USC 경제학과 교수가 임상 통계 총괄로, 약물의 다중기전 등 과학적 검증을 위해 류훈 KIST 뇌과학연구소 신경과학연구단장이 기초·중개연구 총괄로 합류했다.
남 회장은 이들 전문가에게 연구를 일임하는 대신, 본인의 핵심 역할로 소통과 자금 조달을 강조했다. 젬백스는 그동안 시장과의 소통 부족 및 다소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노출해왔다. 남 회장은 “정기적이고 투명한 IR 행사 개최, 전통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의 자금 조달(펀딩)을 통해 투명하게 소통(Open)하고 전문가 중심의 합리적 경영(Delegation)을 통해 최종적으로 주주, 직원, 시장의 신뢰(Trust)를 회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남 회장은 젬백스를 숨어있는 보석에 비유했는데 그 매력은 무엇일까. 남 회장이 꼽은 젬백스의 강점은 자체적으로 R&D 재원을 확보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젬백스는 2008년 반도체 필터 제조 기업 카엘이 노르웨이의 신약 개발 기업 젬백스를 인수합병(M&A)해 탄생한 기업으로, 현재 반도체 환경제어 사업의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에 매진하는 투트랙 구조를 갖추고 있다. 남 회장도 “카엘은 반도체 공정에 들어가는 에어필터를 제조하는 기업으로 5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국내 1위 기업”이라며 “지난해 연 매출 약 700억 원, 순이익 174억 원을 올려 신약 R&D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 회장이 젬백스를 높이 평가한 것은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는 개척자적 면모를 갖췄다는 점이다. 그는 “PSP(진행성 핵상마비)라는 병은 글로벌 빅파마도 정복하지 못한 질환”이라면서 “젬백스가 퍼스트 인 클래스(계열 최초 혁신신약)에 도전해 처음으로 정복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 회장은 신약 상업화의 최대 관건인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서도 그동안 젬백스가 해왔던 것과 다른 새로운 접근법을 예고했다. 그는 “무엇보다 주주와 자본 시장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그동안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자본을 확보해왔다면, 앞으로는 기관 투자 유치 등 자본시장에서의 전통적인 자금 조달 방식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필요하다면 증자 등을 통해 탄탄하게 자본을 축적해 당면 과제인 PSP 개발을 성공으로 이끌고 이 성과를 발판삼아 다음 적응증 도전을 위한 자생적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젬백스는 핵심 파이프라인 ‘GV1001‘로 진행성 핵상마비(PSP), 알츠하이머병,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루게릭병) 등의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최근 PSP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 임상 2a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세부 지표인 안구 운동 및 연하 기능의 악화를 늦추고 72주 장기 투여 시의 치료 이점을 확인하는 면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젬백스는 이를 기반으로 시판 허가의 결정적 근거가 될 글로벌 임상 2b/3상 시험 신청을 준비 중이다.
최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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