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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번개장터' 중고거래 환불, 어디까지 해줘야 할까

플랫폼 '원칙적으로 개입 안 해'…전문가 "플랫폼이 사전조치 강화해야"

2021.01.15(Fri) 10:14:40

[비즈한국] #1 A 씨는 당근마켓에서 안 입는 옷을 판매했다. 구매자를 만나 현금을 받고 물건을 건넸다. 그런데 며칠 뒤 구매자로부터 ‘받고 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메시지가 왔다. 

 

#2 B 씨는 번개장터를 통해 고급 헤드셋을 구매했다. 고가라 택배를 통해 물건을 받는 게 찜찜했지만 판매자와 거주 지역이 달라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새 제품’이라는 설명과 달리 기기 표면에 다수의 흠집이 있었다. 판매자에게 환불을 요구했으나 답을 받을 수 없었다. 

 

최근 중고거래가 활성화하면서 C2C(Customer to Customer, 개인과 개인) 거래에서 발생하는 분쟁이 늘고 있다.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은 ‘개인 간 거래’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안내하지만 전문가들은 “플랫폼의 사전·사후 책임 영역이 더 넓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앱을 기반으로 한 중고거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관련 분쟁도 늘고 있다. 그래픽=김상연 기자

 

원칙적으로 전자상거래법은 온라인에서 ‘통신판매업자’에게 물건을 산 사람에게 계약을 철회할 권리를 준다. 일주일 이내라면 언제든 계약을 철회할 수 있으며 취소와 환불이 가능하다. 하지만 ‘​개인 간 거래’​에는 전자상거래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환불에 대한 법적 의무가 없다. 따라서 A 씨는 단순 변심에 의해 환불을 요청한 구매자에게 환불을 해주지 않아도 된다.

 

#물품 거래 전에 하자 있었음을 입증할 수 있으면 환불 가능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거래행태별 분쟁조정 신청 현황 가운데 B2C(기업과 개인 거래) 분쟁이 63.3%로 대부분이었지만, C2C 분쟁도 31.4%로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고거래가 급격히 활성화된 2020년은 개인 간 거래의 분쟁조정 신청 건수도 더욱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B 씨 사례처럼 개인 간 중고물품 거래 시 구매자가 자신의 잘못으로 물건(고급 헤드셋)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면, 환불을 받을 수 있다.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는 ‘2020 전자거래분쟁조정 사례집’에서 B 씨처럼 물품 하자에 따른 개인 간 중고거래 청약 철회 요청에 대해 “신청인이 통신판매업자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이런 분쟁은 신청인과 피신청인 사이의 거래조건, 기타 민법의 일반 원칙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관건은 ‘물품이 거래 전에 하자가 존재했다는 주장에 대한 입증’이다. 물품의 설치 과정이나 배송 과정에서 하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법정 소송으로 갈 경우 ‘물품에 하자가 실제 존재하는지와 하자 발생 원인이 어느 당사자의 책임영역 하에 있는지’​에 대해 소명해야 한다. 상대방과의 대화 내용, 계좌이체 내역 등 증빙자료가 있다면 가까운 경찰서나 사이버 수사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한편 늘어나는 중고거래 분쟁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공정위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비대면 생활이 익숙해져 온라인 중고거래로 인한 사기 피해가 많아졌다. 공정위는 소비자들의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중고나라,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인터넷 중고거래 업체 현장조사에 나섰으며 판매자 신원정보 열람 제공과 소비자 피해 구제 신청 대행 장치 설치 등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점검했다. 이용자들도 예방을 위해 중고거래 전 사기 피해 신고 이력을 확인하고 메신저만을 통한 거래를 지양해야 한다. 가능한 직거래를 통해 현금으로 거래하는 게 좋다”고 안내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대면 거래 권장’ 혹은 ‘결제 대금 보관’

 

중고물품의 개인 간 거래를 중계하는 모바일 앱(플랫폼)은 어떤 정책으로 분쟁에 대비하고 있을까?

 

당근마켓, 중고나라, 번개장터 3사의 사기거래 대처 방안 안내. ‘거래에 개입하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래픽=김상연 기자

 

대부분의 중고거래 플랫폼은 ‘거래에 개입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 당근마켓은 ‘자주 묻는 질문’ 게시판을 통해 ‘가급적 당근마켓은 거래에 개입하지 않는다. 거래 중에 이견이 있어도 거래 당사자들끼리 직접 대화하여 해결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안내한다.

 

또한 ​판매자는 ‘​단순한 변심으로 인한 환불 요청’​, ‘​객관적인 정보가 아닌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환불 요청’​, ‘​판매 글에 명시한 내용을 몰랐다는 이유로 환불 요청’​, ‘​거래 후 오랜 기간이 지난 후의 환불 요청’​ 등의 상황에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했다. 

 

번개장터는 ‘개인 간의 거래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덧붙여 ‘​피해를 입었을 경우 유관기관에 직접 신고를 해 처리해야 한다’​고 적어 놓았다. 중고나라도 ‘사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법적인 절차를 도와줄 수 없지만, (피해자가 보낸 자료를 통해) 정확한 사기 정황이 확인될 경우 상대방의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겠다’고 안내한다. 

 

3사 모두 사기 거래에 대해 환불 관련 도움을 주진 않지만, 법적인 절차와 판매자의 서비스 이용 금지 조치를 안내한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 간 거래에서 플랫폼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사례를 데이터화해 사전에 사기 거래를 막거나 사기꾼의 재가입을 막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당근마켓처럼 대면 거래를 권장하거나 번개장터의 번개페이(거래가 완료될 때까지 플랫폼이 결제 대금을 보관)처럼 자체 페이 정책을 수립하는 등 여러 보완책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플랫폼의 사전 조치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은희 교수는 “플랫폼은 더욱 촘촘히 사전에 사기꾼을 거르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동시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대표적인 게 민원센터다. 스타트업인 만큼 비용에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민원센터를 통해, 경찰과 정부기관에 미루는 게 아니라 중간 과정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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