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 한강버스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호주 브리즈번 수상버스보다 평균속력이 2배가량 느린 것으로 파악됐다. 한강버스 운영사 최대주주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현지 조사 이후 작성한 내부 보고서와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를 종합하면, 한강버스 속도 경쟁력은 해외 사례는 물론 당초 기대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SH는 한강버스 정식 운항을 한 달 앞둔 지난해 8월 수상교통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하고자 호주 브리즈번 수상버스인 ‘시티캣(CityCat)’ 운영 현장을 방문했다. 브리즈번 시의회가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시티캣은 현재 브리즈번강 22개 선착장을 운항한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7월 시티캣 운영 현장을 방문한 뒤 실무자 현장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SH는 시티캣 운항 현장을 방문 조사해 한강버스 운영계획 보완 방안 등을 담은 출장 결과보고서를 작성했다.
비즈한국이 입수한 지난해 8월 SH 호주 출장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브리즈번 수상버스인 시티캣 평균 운항 속력은 25노트로 당시 SH가 파악한 한강버스 평균속력 12노트보다 2배가량 빨랐다. 1노트는 1시간에 1해리(1.852km)를 이동하는 속도다. 달리 말해 한강버스 평균속력은 시속 22km로, 시티캣의 평균속력인 시속 46km보다 두 배가량 느렸다. 이 보고서에서 시티캣은 21km 노선을 편도 1시간에 운항하는 반면 한강버스는 30km 노선을 편도 2시간에 운항하는 것으로 기재됐다.
물론 두 수상버스의 선박 제원은 차이가 있다. 한강버스와 시티캣은 모두 알루미늄 기반 쌍동선이다. 가볍고 내구성이 좋은 알루미늄 선체 2개를 평행하게 연결해 갑판을 얹어 안정성을 높였다. 하지만 선박 무게는 한강버스가 166톤으로, 시티캣 34톤보다 132톤가량 무겁다. 한강버스는 전원좌석제로 1~8호선이 199인승, 9~12호선이 155인승인 반면, 시티캣은 175인승으로 일부 입석 형태다. 추진체는 한강버스가 전기모터(1~8호선은 하이브리드) 기반, 시티캣은 디젤 기반이다.
수상버스 운항 여건도 다르다. SH가 시티캣 운영사와 면담한 내용을 보면 브리즈번강 수심은 3~15m 수준이지만, 시티캣 운항 구간은 준설을 통해 수심 10m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2023년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보고서에 따르면, 한강버스 항로 평균수심은 3.3~6.7m 수준이었다. 일반적으로 수심이 얕으면 선체 주변 물 흐름이 빨라지면서 선박 저항이 커지고 자세 변화도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얕은 수심은 속도 확보뿐 아니라 안전운항 측면에서도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한강버스 속도 문제는 최근 감사에서도 지적됐다. 감사원은 지난 16일 ‘한강버스 및 여의도 선착장 조성 사업 관련 국회 감사 요구’에 따른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2023년 12월 운영사업자의 모형선 실험 결과 보고와 2024년 4월 선박속도 관련 회의를 통해 한강버스 예상속도가 14.5~15.6노트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운항 속도를 17노트로 발표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17노트를 기준으로 한 운항시간은 급행노선 54분, 일반노선 75분이었다.
그러나 감사원이 확인한 한강버스 실제 운항 속도는 서울시 발표치에 미치지 않았다. 감사원이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 시뮬레이션을 의뢰한 결과, 한강버스 운항 속도는 12~16노트, 운항시간은 급행노선 64~85분, 일반노선 78~100분으로 서울시 대외발표사항(속도 17노트, 급행노선 54분, 일반노선 75분)과 차이가 있었다. 또 감사원이 한강버스 1호선을 직접 탑승해 측정한 결과에서는 평균 운항속도가 12.5~13노트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한강버스 사업의 선박 12척은 서울시가 선박속도 17노트 기준으로 발표한 운항 소요시간(급행 노선 54분, 일반 노선 75분)을 충족하기 어려워 새로운 수상 대중교통 활성화를 통해 시민의 출퇴근 편의성을 향상한다는 사업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SH의 시티캣 현장조사 과정에서는 한강버스의 안전 취약점도 확인됐다. 시티캣은 선착장에 선박의 앞부분(선수)을 먼저 붙여 정박할 경우 선장이 조종실에서 정박용 밧줄을 묶어두는 기둥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한강버스 101호와 102호는 선수 측면을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맹목구간이 존재했다. 선착장 역시 시티캣과 비교했을 때 선박과 지나치게 가깝게 설계됐다. SH는 이런 안전 문제들을 파악한 이후 CCTV, 방현대 등을 추가 설치하는 조치를 취했다.
다만 SH가 시티캣 벤치마킹을 위해 현장에 다녀온 시점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SH가 호주로 현장 조사를 떠난 지난해 8월은 한강버스 정식 운항 개시를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첫 출항 전까지 선박 결함이나 내외부 변수를 통제하기에는 시간이 매우 촉박했다. 특히 2024년 건조 계약을 맺은 한강버스 선박 12척은 계약상 인도 예정일이 2024년 9월(1~8호선)과 2025년 5월(9~12호선)이었다. 다만 실제 인도일은 2025년 2월(2척), 2025년 9월(6척), 올해 초(4척)로 늦어졌다.
서울시 수상교통사업과 관계자는 “시티캣과 한강버스의 속도 차이는 수심과 선박 규모에 있다. 선박 규모가 작을 수록, 수심이 깊을수록 속도가 잘 나온다. 서울시는 안전 운항을 위해 필수적인 수심(2.5m)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준설을 진행하고 있다”며 “시티캣 운항 현장 조사는 더 빨리 이뤄졌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접·이안 방식이나 승선대 배치 방식 등 현지 조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강버스는 서울의 첫 수상 대중교통 수단이다. 서울시가 출퇴근 시간 극심한 도로 정체와 대중교통 혼잡 문제를 보완하고자 지난해 9월 처음 도입했다.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등 한강 7개 선착장, 총 28.9km 구간을 오가는 여객선 형태로 운영된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서울시 산하 SH와 이랜드그룹 이크루즈가 합작해 만든 주식회사 한강버스다. 두 회사 지분은 각각 51%, 49%로 사실상 서울시가 최대주주다.
한강버스는 지난해 11월 멈춤 사고로 일부 구간 운항이 중단됐다. 당시 한강버스 102호 선박은 오후 8시 무렵 잠실 선착장 인근 저수심 구간 바닥에 걸려 멈춰섰다. 사고 원인은 항로 이탈과 항로 표시등(부이) 밝기 불충분 등으로 파악된다. 사고 이후 한강버스는 압구정~잠실 구간 운항을 중단하고 마곡~여의도 구간만 운항했다. 서울시는 지난 1일 항로 수심 확보와 안전 점검 등을 마치고 한강버스 운항을 재개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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