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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라인업] AI전문가 채운 롯데쇼핑, 전략 전환 신호탄일까

법률·세무 중심 안정형 구조서 탈피…주력사업 한계 상황서 AI·브랜드 역량 강화

2026.03.27(Fri) 10:47:56

[비즈한국] 기업 이사회 구성이 달라지고 있다. 대주주 ‘거수기’라는 평가를 받던 사외이사 자리에 실무형 전문가들이 전면 배치되는 추세다. 달라진 사외이사 라인업은 기업이 나아갈 방향과 위기를 보여주는 명확한 지표가 되고 있다. 비즈한국은 주요 기업의 사외이사 라인업 변화를 살펴보고, 기업의 미래 설계도와 속내를 집중 분석한다. 

 

롯데쇼핑은 지난 2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AI와 마케팅 분야 전문가 등 외부 인사를 사외이사로 새롭게 선임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교수·관료 빠진 자리에 AI·브랜딩 전문가

 

롯데쇼핑은 20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리테일아카데미에서 제56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신규 이사 선임 및 정관 변경 등 상정된 6개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가결했다. 이날 주총에서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는 우미영 아마존웹서비스(AWS) 사내비즈니스 트레이너, 박세훈 모건스탠리 고문 등 모두 2명이다. 

 

우미영 사외이사는 글로벌 IT 기업을 두루 거친 디지털·AI 분야 전문가다. 1967년생으로 델소프트웨어 아시아 및 한국 지사장,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엔터프라이즈 부문 부사장, 어도비코리아 대표 등을 역임했다. 2022년부터는 AWS에서 사내 비즈니스 트레이너로 활동하며 기업의 디지털 전환과 AI 활용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박세훈 사외이사는 국내 유통과 금융 마케팅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브랜딩 전문가다. 1967년생이며 맥킨지 컨설턴트를 거쳐 현대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직하며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함께 ‘M카드’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후 40대 초반에 한화갤러리아 대표이사에 올라 압구정 명품관 리뉴얼을 주도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 고문으로 활동하며 재무적 시각까지 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롯데쇼핑 사외이사진은 심수옥(성균관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조상철(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한재연(BnH세무법인 회장)을 비롯해 조현근(풀무원샘물 대표이사), 카나이 히로유키(토키와 코퍼레이션 대표이사), 정창국(에코비트 CFO)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검찰·국세청 고위직, 글로벌 소비재 기업 임원, 재무 전문가 등이 고르게 포진된 구조였다. 이러한 구성은 법률·세무·재무 등의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둔 전형적인 안정형 이사회로 평가된다.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심수옥, 조상철, 한재연 등 3명의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로 물러났고, 그 자리를 신규 사외이사가 채우게 됐다. 우 이사의 합류로 그간 부재했던 IT·AI 전문성이 처음으로 이사회에 포함됐고, 박 이사를 통해 브랜드 전략과 고객 경험 혁신 역량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기존 이사회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한 반면 이번 개편은 사업 전환과 성장 전략에 무게 중심을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롯데쇼핑의 외형 성장 둔화로 업계에서는 기존 오프라인 중심 사업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롯데그룹 홈페이지

 

#전통 유통 한계 뚜렷, 새 전략 모색 본격화

 

이 같은 변화는 롯데쇼핑이 처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롯데쇼핑은 매출 감소 흐름이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13조 7384억 원으로, 2024년 13조 9866억 원, 2023년 14조 5559억 원보다 줄었다. 특히 전체 사업군 중 매출 비중이 가장 큰 마트·슈퍼 부문(약 38%)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마트·슈퍼 부문 매출은 약 5조 1513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백화점과 마트 등 롯데쇼핑의 주력 사업은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외형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온라인 부분에 투자를 이어가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통합 플랫폼으로 키워온 ‘롯데온’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뚜렷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이커머스 사업부는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실적 공시 이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외이사 구성 변화를 두고 롯데쇼핑의 위기 인식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해석한다. IT·AI 전문가를 처음으로 이사회에 포함시키고 브랜드 전략가까지 동시에 영입한 점에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눈에 띄는 부분은 이사회 구성 자체가 사실상 실무형 인사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점이다. 우미영, 박세훈 이사를 포함해 조현근, 카나이 히로유키, 정창국 등 5명의 사외이사 모두 기업 현장에서 경영과 전략을 경험한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 사업 운영 경험이 있는 인사를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보다 현실적인 전략 논의와 실행 가능한 대안을 끌어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이들 대부분이 전통적인 유통업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통 운영 경험보다 데이터, 브랜드, 글로벌 비즈니스, 재무 역량에 무게를 둔 구조로 재편됐다. 롯데쇼핑이 기존의 전통적 유통 방식이 아닌 새로운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롯데쇼핑은 올해를 성장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김원재 롯데쇼핑 대표는 20일 주주총회에서 “2026년을 사업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립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삼고자 한다”며 “수익성 개선과 동시에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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