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포스코퓨처엠이 16일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1조 149억 원 규모의 인조흑연 음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2027년부터 5년간 이어지는 이번 계약은 국내 배터리 소재 산업이 특정 국가에 편중된 공급망 구조에서 벗어나 자립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한국의 대중국 천연흑연 수입의존도가 97.7%에 달하는 상황에서, 인조흑연 국산화와 대규모 수주는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는 실질적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음극재 시장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원료 편중성이다. 현재 한국은 음극재 제조에 필요한 천연흑연 전량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천연흑연은 광산 채굴이 필수적인 자원이다. 매장지와 가공 시설이 중국 등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자원 무기화나 수출 통제 조치가 발생할 경우 국내 산업계가 바로 타격을 입는 구조다.
인조흑연은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화할 핵심 소재로 꼽힌다. 천연흑연과 달리 석유나 석탄 부산물인 코크스를 원료로 사용해 인위적으로 합성하기 때문에 흑연에 비해 공급망 우려가 적다.
인조흑연은 내부 구조가 균일해 리튬이온 이동 속도가 빠르며, 이는 배터리 수명 연장과 고속 충전 성능 향상으로 이어진다. 그간은 높은 전력 소모와 복잡한 공정 탓에 중국이 인조흑연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했으나, 포스코퓨처엠의 대형 계약을 통해 이 같은 흐름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수주가 성사된 핵심 배경으로는 원료부터 제품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내재화가 지목된다. 포스코퓨처엠은 포스코 제철 공정에서 발생하는 콜타르를 가공해 인조흑연 원료인 침상코크스를 직접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자회사 포스코MC머티리얼즈를 통해 원료를 조달함으로써 중국 등 외부 국가의 원료 수출 제한 조치로부터 자유로운 독자적 생산 라인을 확보한 것이다.
이러한 수직 계열화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글로벌 무역 규제에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중국산 소재 비중을 낮춰야 하는 상황에서, 포스코퓨처엠의 인조흑연은 규제 리스크를 해소할 대안으로 작용했다. 기술 경쟁력뿐만 아니라 정책 변화에 대응 가능한 ‘안전한 공급망’ 자체가 제품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대규모 수주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베트남에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약 3570억 원을 투자해 현지 양산 기반을 마련하고, 향후 추가 수주에 따라 단계적으로 증설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 생산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현지 공급 체계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번 1조 원대 수주를 기점으로 음극재 생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불구하고 체결된 이번 장기 계약은, 공급망 안정성과 기술적 신뢰를 갖춘 기업이 미래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쥐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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