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가 전력망 용량만 선점한 채 실제 발전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이른바 ‘전력망 알박기’ 허수사업자 정리에 나섰다. 청와대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대통령 지시사항에 따라 점검한 결과, 재생에너지 허수사업자 물량은 총 7기가와트(GW)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 물량을 실제 발전 의지가 있는 사업자들에게 재배분해 전력계통의 병목 현상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즈한국’에 지난해 여름부터 현재까지 확인한 재생에너지 허수사업자의 전력 용량 규모가 7GW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원전 7기 생산량과 맞먹는 규모다. 이 중 약 2GW를 회수해 전력망 접속대기 상태에 있던 후순위 사업자에 배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허수사업자는 계통관리변전소가 있는 지역뿐 아니라 강원권이나 영남권에서도 발생했다”며 “다만 그 지역은 전력계통 접속대기가 적어 주로 호남권에 배분됐다”고 밝혔다. ‘계통관리변전소’는 재생에너지 증가로 전력망 수용 용량이 포화된 지역에서 한국전력공사가 상시 출력제어를 조건으로 추가 발전을 제한하는 변전소다. 주로 호남권과 제주, 동해안 지역 200여 곳이 지정돼 있다.
이번 조치는 2025년 7월 10일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나온 이재명 대통령 지시사항에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회의에서는 2025년 6월 25일 광주 타운홀 미팅에서 제기된 호남지역 전력 계통 포화 문제 해소를 위해 허수사업자를 가려내 계통 접속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이 보고됐다.
기후부는 발전사업 허가와 전력망 이용 계약을 체결한 이후 2년 동안 발전설비 공사 등 일체의 발전사업 행위를 하지 않은 사업자를 허수사업자로 분류한다. 정부는 허수사업자의 망 이용계약을 해지하거나 접속 순위를 후순위로 조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확보한 계통 여유물량은 전력망에 접속대기 중인 발전사업자의 접속 시기를 앞당기는 데 사용되고, 물량이 남을 경우 신규 발전사업을 원하는 사업자에게 배분된다.
정부는 지난해 2월에 2024년 11월 기준으로 1.7GW의 허수사업자 물량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에는 2024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회수한 4.1GW의 전력계통 물량을 배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지시를 받아 적극적으로 점검을 진행한 지난해 여름부터 올해까지는 그 수가 크게 늘어 7GW가 됐다.
이러한 허수사업자가 발생하는 원인은 우선 인허가 지연이 있다. 특히 육상·해상 풍력의 경우 군 작전성 협의, 환경영향평가 등 거쳐야 할 인허가 과정이 많다. 이에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
또 하나의 원인은 발전사업 허가권을 매매해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사업자들이다. 전력망은 국가의 한정된 자원으로, 특히 계통 포화가 심각한 지역에서 전력망 접속 권한을 확보한 사업권은 그 자체로 높은 시장 가치를 지닌다. 일부 사업자들은 직접 발전소를 운영해 수익을 내기보다, 일단 망 용량을 선점해 일종의 ‘프리미엄’을 붙인 뒤 사업권을 제삼자에게 매각해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매매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허수사업자로 남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재생에너지 허수사업자는 에너지 전환과 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 한정된 전력망 자원을 허수사업자가 선점함으로써 정작 발전소를 짓고 전기를 생산하려는 사업자가 망에 접속하지 못하게 된다. 허수 물량이 용량을 차지하면 후발주자는 전력망을 확충할 때까지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전력수급계획에도 혼선을 가져온다. 정부는 발전 허가 물량을 바탕으로 전력망 확충 계획을 세우는데, 실제 전기를 생산하지 않는 ‘가짜 물량’이 섞여 있으면 전력망 투자 계획의 정확도가 떨어진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4월에 ‘송배전용 전기설비 이용규정’을 개정해 허수사업자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망 이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규정 제22조 6항에 따라 계약체결일로부터 2년이 되는 날까지 공사 착공 등 이용 개시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이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또 그 이후에도 매년 인허가 실적과 사업 진행 사항을 점검하고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면 이용계약을 해지하도록 했다.
이용 개시일 연장을 신청하는 경우에도 공사계획인가서와 같은 사업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하며, 연장에 대한 근거가 소명되지 않은 경우 접속대기 순위가 후순위로 조정된다. 기후부 관계자는 “이전엔 쉽게 연장됐지만 이제는 까다롭게 연장 근거를 살펴본다”며 “사업 허가 단계에서도 허수사업자를 예방할 수 있도록 관련 부서가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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